정은문고에서 나온 신간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를 고창지역 군립도서관 일곱 군데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사서 선생님이 직접 받으러 와주시기로 했네요. 좋은 책을 통해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어 기쁩니다.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는 번역가이자 학교 도서관 사서인 저자가 30여 년간 180여 권의 고전문학을 읽어온 독서회와 함께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저자는 원래 책은 혼자 읽는 것이고 혼자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책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맛보면 그만둘 수 없게 된다고 말합니다. 혼자서는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도중에 포기할 법한 책이라도 함께라면 끝까지 읽을 수 있으며, 문학을 매개로 한다면 일상에서 꺼내기 어려운 삶, 사랑, 종교, 죽음과 같은 진지한 주제도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서회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혼자 읽을 때는 잘 정리되지 않던 생각이 명확하게 영글기도 하고, 책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인간성을 확인하고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늘 싸우던 부모와 모든 일에 무관심한 남편과 살아야 했던 저자에게 독서회는 문학 고전을 매개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멤버들과 신뢰와 연대감을 쌓아온 귀한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독서가가 되고 독서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 다른 독서회에 참관했던 경험, 고등학교 사서로 독서회를 인도해본 경험뿐 아니라, 독서회의 형식이나 규칙들,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법, 과제도서 선정 방법에 이르기까지, 독서회와 관련된 저자의 경험과 독서회의 운영을 위한 실제적 노하우가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부록으로 저자의 독서회가 1987년부터 2023년까지 함께 읽었던 고전문학작품 180권의 목록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친절한 독서회 입문서 내지는 유용한 운영 가이드북인 셈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제게 이 책의 백미는 그간 저자가 독서회에서 읽고 나눠 왔던 중요한 고전문학 작품들의 내용과 독서회에서 나눴던 대화들, 독서회 후 쓴 보고서들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담겨있는 세 개의 chapter (문학으로 살아가다, 번역가의 시점으로, 독서회 여운에 잠기다)였습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부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그간 잊고 있었던 위대한 작가와 고전의 이름을 하나 하나 확인해가며 더 나이들기 전에 이 책들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제게 이 장들은 직설적으로 고전 읽기를 호소하는 그 어떤 글보다 강하고 설득력 있는 권독문(勸讀文)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타인의 도움이나 가르침 없이 다른 책의 도움만으로 책을 고르고 읽고 이해해 온 고독한 독서가였습니다. 강력한 내향인이어서 타인과의 소통을 즐겨하지 않는데다, 주변에 저와 비슷한 독서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SNS에 꾸준히 책 리뷰를 올리면서 불완전하게나마 '나누는' 독서에 눈뜨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는 성서주석이나 연구서를 함께 읽고 나누는 “성경 묻고 답하기”라는 독서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흥미로운 책을 읽은 후로는 저자가 속했던 곳과 비슷한 문학 고전 독서모임에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소중한 길벗들과 문학을 매개로 인생을 이야기한다니, 누가 그런 매력적인 모임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도 이 책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 읽기를 시작으로 문학 고전 읽기와 나누기라는 멋진 모험의 길에 나서보는 것이 어떨까요?
목차
독서회에 참가해보자
함께 읽어서 맛보는 연대감 / 독서회 규칙 / 혼자라면 포기할지도 몰라 / 다양한 형식
독서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힌트① 일시와 장소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독서회 잠입 르포
번역 미스터리 독서회 / 네코마치클럽 / 『세카이』를 읽는 중고생 독서회
독서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힌트② 과제도서 선정 방법
사서로서 주최하기
첫 만남 긴장 풀기 / 언젠가 다시 만날 경험이 되길 / 울게 만드는 책
독서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힌트③ 참가자의 다양성을 확보하라
문학으로 살아가다
드디어 헤밍웨이 /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 / 코로나19 시기 다시 읽은 『페스트』 / 『노트르담 드 파리』와 사랑에 빠져 / T 씨에 대하여 / 한심한 남자들 이야기 / 물러섬의 쾌감 / 서머싯 몸의 늪에 빠지다 / 테레즈는 나다 / 주머니에 돌을 넣고 / 책 속 독서회
독서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힌트④ 독서회 밖 교류의 장을 만들자
번역가의 시점으로
번역가가 많은 독서회 / 방언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 내향적인 제자와 내향적인 스승 / 인종차별을 이야기하기 / 공부회라는 이름의 독서회
독서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힌트⑤ 문제의식을 고취시킨다
독서회 여운에 잠기다
인생이란 무대에서 계속 춤추다 『도르젤 백작 무도회』 / 장편소설을 모두와 함께 읽다 『레 미제라블』 / 혼자라면 손이 가지 않을 책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목숨 바칠 조국은 있는가 『티보 가의 사람들』 / 산을 내려간다는 것 『마의 산』 / 2년 반에 걸쳐 읽은 기록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독서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힌트⑥ 이야기한 내용을 기록해둔다
그리고 독서회는 계속된다
집사의 남아 있는 나날 / 저녁이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
에필로그: 독서회라는 행복
독서회 과제도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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