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및 기타

"교회 다니는 의사"는 손오공과 에라스뮈스가 될 수 있을까?

서음인 2020. 9. 6. 22:56

얼마전 페북에서 재미있는 포스팅 하나를 접했습니다. 요즘 가장 무서운 사람이 교회 다니는 의사랍니다. 제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군요 ㅎㅎ 어쩌다 내 정체성의 핵심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집단 두 곳이 세상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집단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사실 딱히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입장이 바뀐다면 저라도 그럴 것 같으니까요.

 

교회의사와 관련된 당사자로 해당 주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글을 올리시는 분들의 SNS에 가 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정서나 상식과는 완전히 괴리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그룹은 영성, 다른 그룹은 전문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판단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더 높고 옳고 탁월한 차원에 위치해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보여주는 영성이나 전문성의 열매가 일반인들의 상식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그건 허구이거나 궤변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교회도 그렇고 의사들도 그렇고 상당히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소위 말해서 내부에서 튀는것을 싫어하는 집단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 삶의 자리가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라 조금 문제가 있지요. 겁이 많았던 젊은 시절에는 남앞에서 그런 성향을 철저하기 억누르고 누구에게나 좋은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만, 나이가 들고 살아야 할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어지면서부터는 그런 방식의 삶에 점차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손오공이나 에라스뮈스처럼 자신을 둘러싼 어떤 사람이나 생각이나 집단에게도 완전히 종속되기를 거부한 채 평생 불편한 독립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