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저서/믿묻딸 - 서평

홍동우 목사님 서평 (2023년 3월 21일)

서음인 2023. 6. 20. 17:45

무서운 책입니다. 제목만큼 책은 말랑하지 않습니다. 본 책은 기본적으로 정한욱이라는 보수교단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집사와 비전케어에서 봉사하는 의사의 정체성을 가진 한 사람이 그의 삶을 책과 씨름하며 엮어온 흔적을 담아낸 책입니다. 딸의 질문은 매우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들리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독서와 사유의 여정이 집약된 성찰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기본적 포맷은 딸의 질문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고민의 과정까지 곁들이며 답한 이후에 함께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셀리 맥페이그 같은 도발적인 신학자, 한나 아렌트나 수전 손택 혹은 르네 지라르와 같은 인문학자, 권연경이나 김근주 혹은 백소영 같은 한국 신학자에 이르는 폭넓은 범주의 추천도서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마 기독지성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무척 도움과 참조가 될만한 책 같습니다. 스펙트럼이 넓은 책들을 소화시켜서 어떻게 승화시켰는지, 사유의 폭과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읽다 살다>에 수록된 저자의 인터뷰와 비교하자면, 확실히 작정하고 독서에 기반한 사유를 술술 풀어내니 훨씬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년들이 모이는 수련회나 집회 가운데 한 번 초청해서 신앙적 여정과 지적 여정이 결합된 모범적 기독지성인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참고로 챕터별 호흡은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화장실에서 읽기에도 적당합니다. 물론 책에 담긴 사유의 깊이 때문에 화장실에서 읽다가 변비가 올 가능성이 있는 분들은 미리 의사 혹은 약사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