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남 권사님 서평 (2023년 7월 8일)
읽을 책은 읽게 되어 있다. 요즘 핫한 책이어서 알고는 있었으나, 환갑 넘기면서부터 신학보다는 문학을 읽느라 구매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한데 지난 주에 교회에 갔더니 이 책이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읽으라는 계시인 듯하여 얼른 구매했다.
오늘 점심 약속 때문에 외출했다 왔는데,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딱 절반을 읽었다. 두 가지가 놀라웠다. 첫째, 광범위하고 어려운 주제들을 풍성한 독서에 기반한 성찰을 통해 밀도 있게 풀어나간다는 점. 둘째, 그러면서도 책이 마치 소설을 읽듯 스피디하게 읽힌다는 점. 두 가지 모두 어지간한 훈련과 내공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특징 혹은 자질이다. 한국교회가 꽤 매력적인 저자를 한 사람 발견한 것 같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좋았던 것은 저자가 보여주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었다.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발간되는 책들, 특히 평신도가 쓰는 책들 대부분이 간증류이거나 특정한 (대개는 보수적인) 신학에 경도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의 책은 보수를 뭉개지 않으면서 진보를 끌어안는다. 아니다, 그 반대인가?
워낙 여러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개략하기는 어렵지만, 다루는 주제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성서학을 공부한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열왕기의 역사를 중심으로 역사의 의미를 다루는 대목이었다.
"역사학자 이만열 교수는 인류의 역사란 인간이 개인적으로는 자유화되어 가며 공동체적으로는 평등화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해. 그리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자들은 개인적 자유와 공동체의 평등을 위하는 방향에 서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라고 강조하지. 따라서 아무리 그 시대를 호령했던 존재라도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외면하거나 되돌렸다면, 그는 시간 속에서는 살아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 속에서는 이미 죽은 자라고 일갈한단다."
요즘 이런 종류의 책은 거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끝까지 읽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