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인문/역사

한국속의 세계 <상> <하> (정수일 지음, 창비 펴냄)

서음인 2016. 5. 31. 15:53

중국과 북한, 한국을 거치며 현대사의 파란과 분단의 비극을 몸으로 겪어 온 문명교류사 연구의 대가 정수일 선생은 이 책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와 고립시켜 통시적으로만 보아왔을 뿐, 세계와의 관련 속에서 공시적으로 이해하는 데 실패해 왔으며, 그 결과 과거 역사에 대해 아직도 “닫힌 나라” “은둔국”이라는 자학적인 역사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민족이 빗살무늬 토기와 고인돌에서 나타나듯 일찍부터 세계와 한 문명 유대로 묶여 살아왔으며, 신라와 고려의 찬란한 문화유산에서 알 수 있듯이 북방문화와 남방문화 그리고 서역문화와 심지어 로마문화까지 타 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우리의 실정에 맞추어 창조적으로 발전시킴으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 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 역사 가운데는 왕오천축국전을 지어 동서문명교류의 선구적 역할을 수행한 혜초나 동북아 3국의 국제관계를 일신시킨 해상왕 장보고와 같이 세계에 대한 앎을 추구하고 세계와 삶을 함께하는 세계정신을 지니고 실천해온 발군의 세계인들이 적지 않았으며,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아랍 무슬림들을 포함한 수많은 외국인들이 귀화해 함께 살아갔던 것과 우리나라의 275성씨 중 136개가 귀화 성씨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왔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우리 조상들이 이웃 문명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세계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해 왔으며, 우리의 유구한 문화와 역사에는 갈피마디 “세계성”이 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질적인 문명은 서로 충돌하고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극관계라고 주장하는 문명충돌론에 맞서, 문명교류를 떠나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으며 인류가 서로 교류하고 상생할 때에만 그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최근 선교에 관심있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이슬람 선교사로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하고 암약해 있다는’ 무슬림들에 대해 수많은 우려의 목소리와 온갖 음모론들이 난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분들이 문명간의 전쟁과 충돌이 아닌 교류와 상생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을 접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금세기의 위대한 선교사 레슬리 뉴비긴의 “기독교와 타종교의 관계에 관해서는 우리가 먼저 힌두교도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슬림 등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반기고, 그들 가운데 나타나는 선함을 인하여 기뻐하며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기에 그들 가운에 이미 선하신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도 우리에게 맡겨진 목음을 전해야 한다” 는 말이나,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우리 옆에 살아가고 있는 무슬림들은 전체 무슬림을 대표해서 혹은 이슬람 전사로서 우리에게 와 있는 것이 아니며, 21세기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라고 주장하는 김동문 선교사의 견해에 대해서는? 조금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