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단상 일반

광복절과 <총독의 소리>

서음인 2024. 8. 15. 04:59

오늘은 8.15 광복절입니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예전에 읽었던 최인훈 소설가의 <총독의 소리>가 떠오르네요. 혹시 우리가 至難한 노력 끝에 역사의 전면에 재등장한 ‘조선총독부 지하부’와 그 휘하 ‘총독의 소리 방송’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상념과 함께.  
  


"여기는 朝鮮總督府 地下部가 보내드리는 總督의 소리 방송입니다.  

충용한 제국 신민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 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 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 여러분 ........ 제국의 유덕과 치적은 맥맥히 이 산하와 인심 속에 살아 있어서 이 노병의 지난한 임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반도의 전운이여. 때맞춰 일어나고, 때맞춰 스러지라.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산하생령을 맡고 있는 본인의 뜻을 어기지 말라. 나의 마하장병이여, 관민 여러분. 식민지의 모든 밀정, 낭인 여러분. 불발의 믿음으로 매진하라. 제국의 반도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