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책소개

네 권의 책을 구입한 이유, 혹은 핑계

서음인 2024. 12. 23. 02:17

최근에 구입한 네 권의 책은 모두 사연, 더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던 그럴듯한 핑계가 있습니다.

1. IVP 에서 출간한 단권주석들은 그간 제 성서연구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IVP 성경주석>과 <IVP 성경배경주석>은 오랜 시절  함께해 온 제 성서연구의 좋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Eerdmans Commentary on the Bible의 신약파트를 번역한 <IVP 성경비평주석>과 구약파트 번역으로 이번에 나온 <IVP 성경연구주석> 2권은 아직까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제목에 ‘비평’이나 ‘연구’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현대 성서학의 발전을 수용한 조금 더 학술적인 복음주의권 단권주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선 책들처럼 이 책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길 바래봅니다!
 
2. 폴 틸리히의 <조직신학>은 한들출판사 판과 새물결플러스 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틸리히의 <조직신학> 읽기는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제게는 상당히 버거운 책일테니 어쩌면 지적 허영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세상이 묻고 성서가 세상의 언어로 답한다는 틸리히 신학의 방법론인 상관관계법(Method of Correlation)이 제 관심사와 맞닿아 있고, 그 방법을 적용한 틸리히의 설교집들이 격과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조직신학>을 읽어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들출판사 판이 있음에도 그만 새물결플러스 판까지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과연 제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3.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의 <그女를 기억하며>는 제 여성신학 고전 모으기의 마지막 퍼즐입니다.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가 <돌이 아니라 빵을>에서 처음 언급했던  ‘의심의 해석학’은 제 성서연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피오렌자의 책 중 백방으로 수소문했음에도 끝내 구할 수 없었던 <크리스찬 기원의 여성신학적 재건>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이 감은사에서 <그女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으로 복간되었네요. 필리스 트리블의 <공포의 텍스트>도 얼마 전에 도서출판 100에서 복간했고 이번에 이 책까지 다시 나왔으니, 제 여성신학 고전 모으기는 그  마지막 퍼즐까지 맞춰진 듯 합니다. 이제 읽기만 하면 되겠네요!
 
4. 故 송천성 박사의 저술들은 21세기 대한민국 기독교의 상황에서 더 이상 불온하지 않습니다.
 
故 송천성 박사는 아시아에서 기독교가 어떤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대만의 종교신학자입니다. 저는 현재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는 성소수자 정죄 광풍이 앞으로 노예제 찬성 수준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후에도, 종교다원주의를 포함하는 종교신학의 가르침은 끝까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해 왔습니다. 그런데 온갖 무속에 깊이 중독된 자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심지어 쿠데타를 일으켜도 적극 옹호하는 대다수 목사들의 행태를 보니, 이미 한국의 주류 보수교회는 종교 간 화합이라는 종교신학의 가르침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것 같네요. 과연 천국에 있는 송천성 박사가 이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