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인문/철학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철학아카데미 지음, 동녂 펴냄) 그리고 네 권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21. 후설 & 하이데거 24. 헤겔 & 마르크스 32. 푸코 & 하버마스 34. 벤야민 & 아도르노)

서음인 2016. 6. 1. 19:29
1.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은 20세기의 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2명의 독일 현대 철학자들(칼 맑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프리드리히 니체, 로자 룩셈부르크, 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테오도르 아도르노, 한나 아렌트,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 위르겐 하버마스, 악셀 호네트)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철학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을 글로 엮은 책이다. 

이 철학자들은 자본주의의 폐단이 심화되면서 공산주의와 나치의 출현을 겪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경제적 도덕적으로 피폐해진 당대 독일의 상황 속에서, “자본주의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면서 그리고 인간 실존을 규명하거나 분석하면서 당대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이 직면했던 문제를 인간과 인류의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간” 선구자들이었다. 

필자들은 강연 당시의 구어체를 살려 각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의의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좀 더 깊은 연구를 위한 몇 권의 참고문헌을 소개함으로서 독자들의 탐구욕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이 賢者들의 사상이 인류의 보편적인 지적 유산을 넘어, 이념 · 세대 · 계층간의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방향등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현대 독일 철학에 대한 쉽고 친절한 입문서로도, 기존의 지식을 명료하게 정리하기 위한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는 좋은 책이다. 

함께 읽었던 네 권의 책(21. 후설 & 하이데거 - 현상학, 철학의 위기를 돌파하라 , 24. 헤겔 & 마르크스 - 역사를 움직이는 힘 30. 벤야민& 아도르노 - 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 32. 푸코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이 속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입문 단계를 넘어 해당 사상가의 생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을 때 안심하고 고를 수 있는 좋은 기획서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 시리즈의 책들을 읽고 실망했던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2.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열두 명의 철학자들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해 보기로 한다.

(1) 20세기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철학자요 혁명가로 인류역사는 생산력의 증대에 따른 모순의 집적으로 발생하는 생산양식의 변혁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자본주의 체제하의 부르주아 지배 역시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에 의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예견했던 칼 맑스 (Karl Marx, 1818~1883)

(2)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 동기는 이성이 아니라 무의식적 욕망 특히 성적 욕망이며(범성욕주의 pansexualism), 인간의 정신은 자아 · 초자아 · 이드 사이의 끊임없는 역동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뒤집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 1939)

(3)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인정과 긍정(운명愛, amor fati)을 실천적 파토스로 요청하는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의 관계론을 주창하여 20세기 서양철학의 제 영역에서 발생한 탈형이상학적, 다원주의적, 관계론적 전환의 단초이자 비조가 된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

(4) 존재하는 대상들이 경험되고 구성되는 방식인 의식의 지향성(intentionality)을 연구하는 초월론적 현상학을 통해 실증주의의 발호로 인한 현대 학문과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철학을 모든 개별 과학들의 토대인 ‘가장 엄밀한 학문’으로 정립하려고 시도했던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드 후설 (Edmund Husserl, 1859~1938)

(5) 혁명의 객관적 조건이 사라졌다는 수정주의자들의 판단을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거짓 논리라고 비판하면서(수정주의 논쟁),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붕괴라는 객관적 조건과 노동자계급의 혁명 주체화라는 주관적 조건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폴란드 출신의 여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Rosa Luxemburg, 1871~1919)

(6) 모든 것을 계산 가능한 에너지로 환원하는 현대 기술문명의 지배의지에서 벗어나, ‘불안’ 이나 ‘경이’와 같은 근본기분을 통해 현존재(Da-sein)인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서 개별적 존재자의 근저에 있는 ‘존재 자체’에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마르틴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1889~1976)

(7) 제의적 숭배의 대상에서 전시 가치를 가진 작품 혹은 학문적 분석 대상으로 변화한 기술복제시대 예술작품의 특징을 ‘아우라의 몰락’으로 정의하면서, 이러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이 새롭게 가지게 된 진보적 해방의 가능성(예술의 정치적 기능)에 주목한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1892~1940)

(8) 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의 참상은 ‘계몽’의 기획과 ‘도구적 이성’의 지배가 확장되면서 도달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결과였으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문화산업’이라는 도구를 통해 대중을 포섭하고 통제함으로서 기존의 지배관계와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한 테오도르 아도르노 (Theodor Adorno, 1903~1969)

(9)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사고하기의 불능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의 상실이야말로 아우슈비츠에서 발생했던 악의 본질이라고 갈파했으며, ‘노동’과 ‘작업’ 이 아닌 ‘행위’를 강조함으로서 정치의 회복, 정치의 복권을 역설한 유대계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1975)

(10) 진리란 고정된 무엇이 아닌 분리할 수 없는 삶의 연관 속에서 나와 함께 일어나는 살아 있는 ‘이해의 운동’ 그 자체라고 주장하며, 앞선 모든 것들을 지금 당면한 문제와 하나로 융합하면서 늘 새롭게 자신을 실현하는 ‘지평융합'을 그 방법으로 제시한 해석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 (Hans Georg Gadamer, 1900~2002)

(11) 도구적 합리성의 지배를 받는 ‘체제’의 메커니즘이 ‘생활세계’로 침투하면서 발생하는 ‘생활세계의 식민화’ 현상은, 생활세계의 작동원리인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활성화, 즉 시민사회 공론장을 통한 토의 민주주의를 통해 극복될 후 있다고 주장한 프랑크푸르트 학파 2세대의 거두 위르겐 하버마스 (Jurgen Habermas, 1929~ )

(12) ‘인정’과 ‘무시’를 개념을 통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소수자 집단의 인간적 존엄과 고유한 문화적 가치의 인정을 추구하며(인정 투쟁), 사회의 발전은 이러한 인정관계의 포섭 내용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 3세대의 대표자 악셀 호네트 (Axel Honneth, 1949~ )

목차

들어가는 글 노동의 존재론과 칼 맑스의 혁명 사상: 조정환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무의식 혁명: 김석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미래철학의 서곡, 관계론: 백승영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 이남인 
로자 룩셈부르크와 혁명의 변증법: 한형식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박찬국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몰락 이후의 아우라: 심혜련 
부정당하면서 전진하는 사유의 찬란함, 테오도르 아도르노: 이순예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를 넘어 정치의 길을 보다: 김선욱 
실현의 진리를 찾아 나선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박남희 
위르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과 생활세계 식민화: 김원식 
악셀 호네트의 인정 이론과 병리적 사회비판: 문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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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읽는 독일 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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