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인문/역사

관용 (핸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사해문집 펴냄)

서음인 2016. 5. 27. 19:43

1.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던 역사학자요 저널리스트이자 『관용』과 『예술 이야기』를 포함한 몇 권의 매력적인 책을 쓴 대중 저술가로서, 요즘으로 치자면 ‘지식소매상’ 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핸드릭 빌렘 반 룬(Hendrik Willem Van Loon,   1882-1944)은 이 책에서 관용을 획득하기 위해  원시 시대로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겪어야 했던 험난한 역사의 여정을, 관용의 정신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던 몇몇 시대나 관용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던 중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2. 저자는 관용을 위해 싸운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의 신념에 의심이 섞여 있었다는 것" 이며, "세상에서 진짜 쓸모 있는 것은 모두가 합성물인데 신념만 예외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불관용의 바탕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으며, 이 두려움을 극복하여 "관용이 관례가 되고 불관용이 과거의 이야기가 되는" 그 날이아말로 인류역사에서 진정한 승리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관용과 불관용’이라는 화두로 풀어 쓴 교양 문화사 내지는 인물사라고 할 수 있다. 

 

3. 물론 조금 오래된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끔은 서술이나 관점에서 시대적 한계가 느껴지고, 일관되게 기독교를 관용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저자의 '나이브한' 계몽주의적 시각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든 교회든 편가르기를 통해 타자를 생산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타자에 대한 증오를 통해 자신의 두려움을 해소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못된 습관에 길들여진 우리의 현실에서 ‘관용’ 을 주장하고 호소하는 이 오래된 책은 아직 우리에게 해줄 말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비교적 두꺼운 책이지만 유려한 서술과 많은 그림자료로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목차

 

서곡

제1장 무지의 횡포

제2장 그리스인들

제3장 억압의 시작

제4장 신들의 황혼

제5장 구금

제6장 삶의 요소들

제7장 이단심문

제8장 진리가 궁금했던 사람들

제9장 출판물과의 전쟁

제10장 일반 역사책과 이 책의 다른 점

제11장 르네상스

제12장 종교개혁

제13장 에라스무스

제14장 라블레

제15장 구시대에 새 표지판

제16장 재세례교도

제17장 소치니 숙질

제18장 몽테뉴

제19장 아르미니우스

제20장 브루노

제21장 스피노자

제22장 새로운 시온

제23장 태양왕

제24장 프리드리히 대왕

제25장 볼테르

제26장 백과전서

제27장 혁명의 불관용

제28장 레싱

제29장 토머스 페인

제30장 지난 100여 년

제31장 ...그리고 2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