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및 기타

"파면"과 '파괴"사이 - 기독대의 손원영 교수 파면을 바라보며

서음인 2017. 2. 22. 11:50

1. 한 극단적인 개신교인이 불당에 들어가 불상을 파손한 일에 대해 한 신학대학 교수님이 사과하고 훼손된 불상을 재건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그 교수님이 속한 신학대학은 이 일을 빌미로 그 교수님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과연 불상을 훼손하는 행위와 그 교수님을 파면하는 행위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요? 또 그 교수님을 파면하는 행위와 우상이라는 이유로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유적지를 파괴하는 IS의 행위는 질적으로 다른 걸까요?

2. 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저 교수님을 "파면"하는 것이 신앙의 행위라고 굳게 믿는 사람은 주류가 되고 힘을 가지게 되면 언제든지 믿음이라는 명분으로 타종교의 상징이나 사원을 "파괴"하고 그 신도들을 "핍박"할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파면"하는 사람이 "파괴"로 나아가기 위해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나 회심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 "파면"과 "파괴" 사이에는 질적인 차원의 다름이 아니라 양적인 정도의 차이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리고 만약 주류 개신교의 가르침대로 인간이 '전적으로 타락한 죄인'이라면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주류가 되었을 때 그 양적인 차이를 넘어서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니 죄인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파면"에서 "파괴"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3. 그것이 바로 제가 저런 멘탈리티로 무장한 사람들이 외치는 "기독교 국가"나 "성시화 운동" 같은 구호를 극도로 혐오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자들이 득세하는 "기독교 국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요란하고 유쾌한 차이로 가득 찬 세계'를 거부하고 '세상의 모든 타자'를 혐오하고 배제한 채 특정한 종교나 이데로기가 지배하는 "당신들만의 유토피아"를 현실 속에서 실현하겠다는 모든 시도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온갖 형태의 끔찍한 지옥만을 양산해왔을 뿐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힘과 권력과 무력을 이용한 "파면"이나 "파괴"가 아니라 오직 "십자가의 연약함과 어리석음"을 통해서만 이 땅에 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http://v.media.daum.net/v/20170217215747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