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기독교/주석강해

요한계시록 주석 - 움직이는 건축물 (자끄 엘륄 지음, 한들출판사 펴냄)

서음인 2017. 4. 12. 00:51

기독교와 현대 문명에 대한 통찰력 넘치는 저술들로 잘 알려져 있는 저자 자끄 엘륄은 요한계시록이 복잡하면서도 일관된 하나의 메시지에 따라 세밀하게 구성된 구조를 가진 건축물일 뿐 아니라, 그 구조 속에 들어 있는 “종말로부터 현재를 향한 그리고 현재로부터 의미를 향한” 움직임이기도 한 “움직이는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엘륄은 계시록 저자에게 당대의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은 추상적이고 근원적인 진리를 표현하기 위한 계기 혹은 도구에 불과했으며,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마지막 때” 란 미래에 있을 역사의 한 순간이 아닌 “이 세상의 감춰진 차원”혹은 “역사적인 것의 항구적인 깊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의하면 계시록은 “시간 속에서 영원자를, 현재 안에서 종말의 행위를, 이 역사 속에서 새 시대의 열림을” 통찰하고 있으며, 우리는 계시록 안에서 “영원과 시간, 절대와 우연이라는 화해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두 차원 사이에 벌어지는 끊임없는 긴장과 충돌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엘륄은 요한계시록의 일차적인 목적은 심판과 재난을 선포하거나 위로나 소망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성육신과 십자가 및 부활을 통해 계시되었으며 현재도 그리스도인들의 고난과 신실함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요한계시록 읽기에서 시간과 영원의 이분법을 강조하며 그리스도야말로 계시록의 유일한 중심이라고 선언하는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칼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