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단상 기독교

근본주의 기독교의 동일한 레파토리 -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서음인 2018. 2. 3. 09:18

“근본주의 시대 (1925-1941).... 의 복음주의자들은 직관적이고 대중주의적이었다. 복음주의 내의 그 어떤 분파에도 체계적인 이론적 성찰이나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학에 적용되는 신학이나 정치 이론의 도움을 받는 비판적, 역사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당시에 벌어지던 여러 사건 역시 개혁을 위한 행동주의나 정치적인 분석을 하게 하기보다는 예언에 대한 해석을 부추겼다. 예를 들면 1925년부터 1935년까지 무디성서학교의 학장이었던 제임스 그레이는 국제연맹 (오늘날 UN의 전신) 과 세계교회일치운동 (WCC) 을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는 징조로 분석했다....종말에 열 나라로 이루어진 로마의 연합제국이 나타날 것임을 강조하는 세대주의 교리 때문에 무디성서학교의 교수들을 포함한...여러 분파의 복음주의자들은 무솔리니를 적그리스도나 적어도 그의 꼭두각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말세에 유대인들이 맡은 역할을 강조하는 세대주의 교리에 영향을 받은 일부 복음주의자들은...시온주의 운동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것은 국가관계나 국제 정의, 최근의 중동 역사에 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나 그와 관련된 더 일반적인 신학적 성찰에 근거하지 않고 예언서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도출되었다....”

- 마크 놀,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 中 -

 

지성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려는 노력을 멈춘 채 자연재해나 전쟁, WCC 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음모론에 의거하여 임박한 종말의 징조로만 해석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이, 한국교회 신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근본주의적인 복음주의의 오랜 사고습속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1900년대 초반기 미국에 살았던 사람들의 말이 마치 오늘날 예루살렘 좋아하는 세대주의적 음모론자들의 이야기처럼 들리는군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대한 진지한 지성적 탐구의 책임을 저버릴 뿐 아니라 그 탐구의 결과도 무시하는 신앙은, 고장난 레코드처럼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할 뿐이라는 사실 - 자신들이 과거를 반복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면서 - 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