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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기타

설교자와 마스크

by 서음인 2020. 11. 16.

지난 주 내내 제 페북 타임라인을 뜨겁게 달구다못해 여기저기서 격렬한 충돌을 야기하기까지 한 주제가 목회자가 설교시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는지의 여부였습니다. 저는 힘드시겠지만 목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는 목회자들이 오프라인 예배 시에는 청중과의 거리나 투명 아크릴판의 설치 여부와 관계없이 설교자가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라고 합니다.) 

 

(1) 일단 제가 볼때 이 주제에 대한 견해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현재 목회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성도들 사이에 온도차가 좀 있어 보였습니다. 목회자들은 대개 부정적이거나 마지 못해 따른다는 분들이 많은 반면에, 일반 성도들을 마스크를 쓰는 것이 대체 왜 그렇게 거부의 대상이 되는지 의아해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목회자들의 반대 이유는 대체로 힘들거나 불편하다는 것과 형평성/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복음전파에 방해가 된다는 것 정도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2) 일주일 중 5일 반을 일과시간 내내 마스크를 낀 채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어르신들을 상대로 쉴 새 없이 입을 놀려야 하는 저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설교하는 것이 힘들고 불편하다는 목회자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성도들, 특히 강의나 설명을 주업으로 삼거나 자영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성도들이 2월부터 지금까지 10개월 가까이를 1주일 내내 그런 불편과 함께 살아 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소 불편하시겠지만, 설교시 마스크 착용으로 그간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감수해 왔던 어려움에 동참해 주신다면, 기꺼이 육신을 입고 인간의 모든 고난을 겪으셨던 그리스도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코로나 시대를 힘들게 헤쳐 온 성도들도 목회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능숙하게 전하시는 힘있는 설교보다, ‘우리와 함께마스크를 낀 채 어눌하고 힘겹게 행하시는 선포에 더 공감하고 은혜받게 될 것 같습니다.

 

(3) 어떤 분들은 형평성과 효율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마스크 착용에 이의를 제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봐도 현 상황은 목회자들이 과하다고 느끼실 만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아보니 세상 사람들은 종교인들에게 형평효율을 따지는 칼처럼 날카로운 지성보다, 세상이 좀처럼 가지기 힘든 사랑과 섬김과 희생의 정신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불편이나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성도들이나 이웃들에게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그리스도가 가르치신 이웃사랑이 얼마나 급진적이고 철저하며 고결한 가치인지 코로나 시대의 세상을 향해 증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아닐까요? 복음이란 원래 어리석은사랑 때문에 비로소 가능해진 놀라운 이야기라고 믿습니다

 

(4) 마지막이자 가장 쉽지 않은 관문이 남았습니다. 바로 설교자의 마스크 착용이 설교의 내용을 전달하거나 복음을 전파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저는 설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서 마스크가 가리는 눈 아래의 얼굴부위가 담당하는 역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완전해지기 위해 선포자의 얼굴 일부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복음, 과연 성경이 증거하는 그 복음과 동일한 복음일까요? 어떤 복음이 마스크 한 장 때문에 전파에 그렇게 심한 방해를 받는다면, 그 복음은 대체 어떤 어떤 방식을 통해 그리고 어떤 능력을 힘입어 전파된다는 것일까요? 마스크 한 장을 뚫기도 힘겨운 복음이 과연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도달할 수는 있는 것일까요? 만약 어떤 그리스도인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하심과 능력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코로나 시대에 그의 고백은 "우리는 마스크 없이도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가 아니라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착용한 마스크가 복음의 능력과 하나님의 사랑을 결코 막아설 수 없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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