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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 Care/외부활동

비전케어 소식지 기고원문 - 왜 해외봉사인가

by 서음인 2021. 6. 29.

인사

 

비전케어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부터 새로 등기이사직을 맡게 된 우리안과 원장 정한욱입니다. 저는 2008년 39차 몽골 캠프에 참가해 새로운 소명에 눈을 뜬 후 지금까지 비전케어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영광스럽지만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습니다만, 비전케어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잘 감당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왜 해외봉사인가

 

저는 아이캠프에 참가하면서부터 많은 분들에게 분에 넘치는 격려를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가끔 “왜 꼭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해외에까지 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구조적인 빈곤과 실업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우리가 왜 굳이 세계의 오지에서 일어나는 가난과 실명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일견 타당한 지적처럼 들립니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그러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우리끼리만 잘 살면 되는 아시아의 변방국가가 아닙니다. 한국은 국민 총생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그러한 국제적 위상의 상승에 걸맞게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 중에서는 유일하게 다른 나라에 도움을 제공하는 23개국 중 하나로 발돋움했습니다. 2018년에 우리나라가 국제개발협력을 위해 사용한 돈은 약 3조원, 국민총소득의 0.16%에 달합니다. 국제사회는 일견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처럼 보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만연한 비참과 가난에 대해 국격에 걸맞는 책임과 기여를 요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갈수록 비전케어와 같은 NGO들의 활동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

 

정치절학자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1급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세기의 재판을 취재한 후, 너무도 평범하고 성실한 생활인처럼 보였던 그가 저지른 악의 본질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의 부재와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의 결여”였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야기할 고통에 대해 사유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대신'무사고'와 '비공감'의 편안함에 안주한 채 자신의 임무에만 몰두했던 ‘성실한’ 인간들이야말로 홀로코스트라는 전대미문의 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모판이었음을 간파한 것입니다. 동료 인간들이 당하는 고통에 공감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는, 결국 폭력과 야만으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치 독일의 역사는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세상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코즈모폴리턴과 하나님/이웃사랑

 

신학자 강남순 교수는 모든 그리스도들인이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을 따라 타자를 ‘우주적 시민’이자 ‘동료 인간’으로 여기는 ‘코즈모폴리턴’이 되어야 하며, 우주적 책임성을 가지고 예수님과 바울이 보여주었던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인 환대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우리'와 다른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그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이란 위선적인 자기 기만이거나 교만한 자기 의의 과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 다르거나 우리와 멀리 떨어진 ‘동료 인간’의 고통까지도 간과하지 않는 ‘코즈모폴리턴’이 되는 것뿐입니다.

 

세상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한스 로슬링이 『팩트풀니스』에서 지적한 것처럼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빠른 속도로 좋아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안락한 방 안에서 세상이 그렇게 좋아졌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가 때로 너무 느려서 전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주 작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지갑을 열고 열악한 현장에서 땀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까지 비전케어가 해 왔던 일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지갑이 빛을 잃은 이웃을 향해 기꺼이 열리기 전까지 세상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보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더 많은 사랑과 정성을 모으는 비전케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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