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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단상 기독교

한 부목사의 동성애 설교, 그리고 낙타와 하루살이

by 서음인 2019. 6. 12.

1. 요즘 모 교회 부목사님 한 분이 행한 동성애 관련 설교 때문에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 분야에서 널리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 기독교 계열 일간지 기자께서 그 목사님이 강단에서 동성애 반대자들을 꼰대라고 지칭했고 대세가 동성애 진영으로 이미 넘어갔다고 말한 부분을 문제삼으면서, 소속된 조직의 교리를 존중하고 따르지 않는 사람은 "제제"를 받거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모양입니다(사진 1). 읽는 순간 기자가 아니라 무슨 중세 시대 종교재판관이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납시신 중 알았습니다.

2. 그런데 그 부목사님의 설교를 살피면서 흥미롭게도 얼마 전에 구입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손봉호 교수님이 쓴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입니다(사진 2). 본문 중의 한 곳을 살펴보니 동성애에 대한 미국 복음주의자들이나 한국 보수교인들의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으며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고 적혀 있군요. 그리고 동성애라는 하루살이를 지키느라 정의와 긍휼이라는 낙타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22:23~24), 지금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기독교가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해도 너나 잘하세요!”라고 야유만 받게 되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사진 3,4). 여기서 너나 잘하세요앞에 꼰대질 하지 말고라는 한 마디만 넣으면 거의 그 부목사님의 설교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지 않습니까?

3.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제가 떠올린 또 한 권의 책은 얼마 전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죄명으로 학생들을 징계했던 바로 그 교단의 출판국에서 1990년도에 펴낸 로날드 사이더의 정의와 사랑의 복음입니다(사진 2). 위에서 손봉호 교수님이 지적한 정의와 긍휼이라는 낙타를 다룬 성경본문만을 한데 모아 주제별로 묶어 설명 없이 나열해놓은 책입니다(사진 5). 성경에서 정의와 긍휼을 다룬 본문을 실제로 모아보니 2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 한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동성애에 대해 다룬 본문은 이 책으로 많아야 두세 페이지 분량인 10구절 미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량으로만 따지만 정의와 긍휼을 다룬 본문의 1/100 정도 수준이겠네요. 저는 묻습니다. 오늘날 말씀을 그렇게 소중히 여긴다는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성경에서 100배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정의와 긍휼을 선포하는 설교가 동성애에 대한 증오를 입에 담는 설교의 100배는 고사하고 1/100은 됩니까?

4. 마지막으로 그 기자님께 한 가지 제안합니다! 힘없는 부목사 붙들고 종교재판관 놀음하지 마시고, 기왕이면 큰 건을 잡으세요. 그렇게 진리를 사랑하시니 손교수님 책에 대해서도 일개 장로가....”를 외쳤던 모 기독 연합단체 대표처럼 용감하게 한번 붙어보세요. 그렇다면 그 기개만큼은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설마 낙타는 거르고 하루살이만 때려잡는'꼰대'는 아니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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