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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선교

성문 밖의 그리스도 - 제3 세계의 선교신학 (올란도 코스타스 지음, 김승환 옮김, 한국신학연구소 펴냄)

by 서음인 2020. 4. 4.

성문 밖의 그리스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선교사로 활동했고 코스타리카와 미국에서 선교신학을 가르쳤던 올란도 코스타스(Orlando Costas 1942-1987)1982년도에 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의 선교운동에 의해 자신의 모습을 왜곡당해 온 억압받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과 세상의 변방에 위치한 모든 피지배자들의 관점에서 그리스도교 세계선교를 성찰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선교란 예수 그리스도가 거룩한 도성의 성문 밖에서십자가의 죽음으로 완성한 총체적인 구원의 사역을, 그리스도교 세계의 안락과 안전의 밖으로나아가 말과 실천으로 증언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사순절을 맞이해 30여 년 만에 다시 펼쳐본 이 책의 핵심적 메시지를 요약하고 몇 가지 단상을 덧붙이도록 한다.


본문 요


상황화와 성육신   복음의 상황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초기부터 있어 왔다. 성서의 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적이고, 그 정점은 하느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나타난 성육신이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는 고난 받는 종으로 세상에 오심으로서 자신을 가장 비천한 인간과 철저히 동일시했고, “성문 밖에서 십자가에 달려 처형되심으로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에 참여했으며, 부활을 통해 세상의 주가 되신 동시에 구원의 최종 목표인 인간화의 모범인 타자를 위한 존재가 되었다.

죄와 구원   복음전파의 근본이 되는 두 가지 주제인 죄와 구원은 하느님의 계시인 성서에 의해 알려지지만, 추상적인 관념의 세계가 아닌 구체적인 현실 안에서 펼쳐진다. 죄란 인간-하느님-이웃-자연의 관계가 총체적으로 어그러진 상태로 불순종과 우상숭배의 형태로 나타나며, 개인적일 뿐 아니라 구조적이다. 죄가 우주적인 현실이기에 구원 역시 우주적이며, 구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하느님 나라의 비전에 대한 순종과, 구원과 화해의 열매인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돌아섬인 회개가 동반되어야 한다.

복음 전도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구원 사역 안에서 지금 드러나고 있는 생명과 자유, 정의와 평화라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증거하라고 권면했으며, 이야말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복음화의 내용이다. ‘증거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풍성한 삶을 경험하고 가난한 자 · 힘없는 자 · 억눌린 자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한 예수의 실천에 동참하는 사람에 의한 기쁨에 찬 공적선포를 의미하며, 이는 새로운 세계의 징표인 사랑과 자유, 정의와 평화가 이미 현존하는 곳으로부터만 제시될 수 있다.

하느님의 선교   그리스도인의 선교는 오직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교에 근거하며, 그 목표는 사랑과 자유, 정의와 평화로 특징지워지는 새로운 삶의 질서, 즉 하나님 나라를 완전히 현시하는 데 있다. 이러한 하느님의 선교는 철저히 역사적이면서 동시에 종말론적이다. 하느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말과 행동으로 선포하고, 자기 중심적 의식에서 공동체적이고 형제애적 지향을 갖는 의식으로 전환하며, 개인적 교회적 차원에서 사회적 제도적 차원으로 관심과 실천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을 포함한다.

교회   하느님의 누룩인 교회는 새로운 질서의 첫 열매로 수치를 짊어지고 성문 밖에 계신 예수에게로 나아가 자신의 삶 속에서 메시아 왕국을 선취하며, 자신의 선교를 통해 그 나라를 선포한다. 교회의 성장은 하느님의 선교의 징표이자 잠정적 목표로 간주될 수 있지만, 모든 종류의 성장이 하느님의 선교나 복음화와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 선교적으로 진정한 성장은 복음이 뭇 민족들 가운데 용서의 경험을 가져다주고, 그들을 믿음의 공동체 속으로 통합시키며, 그러한 통합이 유기적으로 발전해 세상의 모든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을 때 성취된다.

현대 선교운동의 포로와 해방   지난 5세기동안 식민지 체제의 일부로 발전해온 그리스도교 선교는 자유기업 세계에 깊이 의존해 왔고, 스스로도 대규모의 기업적 조직과 같은 특징을 보여주었으며, 이 조직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선교협회와 관련된 체제는 그리스도교 선교를 순화의 도구로 변질시킴으로서 그 해방적 본성을 제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의 역사를 통해 복음의 해방적 능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에도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기존의 선교운동에 의해 부과된 길들임의 역할을 거부하고 해방이라는 새로운 선교적 현존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교회와 라틴 아메리카 교회   오늘날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과 이웃으로부터 소외된 채 존재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선교지 중 하나가 되었으며, 미국의 그리스도인들은 북미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형제 그리스도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또한 미국 그리스도인들은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형제들의 고통에 대한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문화적, 종교적 책임을 인정하고 응답해야 한다. 라틴 아메리카 세계의 울부짖음에 대한 반응은 미국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의 진실성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다.

해방신학   억압과 불의에 대한 저항과 해방의 투쟁을 그 내용으로 하는 해방신학은 신학을 상아탑으로부터 해방시켜 실천(orthepraxis)의 한복판으로 복귀시키려 했다. 그러나 신앙의 정치적 차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개인적 회심의 필요성을 간과했고, 인간 본성에 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했으며, 실천을 위해 성서가 아닌 맑스주의에 특권적 위치를 부여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신학은 세계의 불의에 대한 제도교회의 무능과 방임을 폭로했고, 강단신학의 관념성에 항거해 역사의 승자가 아닌 패자의 입장에서 신학을 수행했다.

WCC와 로잔 운동   에큐메니칼 전통을 지향하는 맬버른 회의는 억눌린 자를 살피시고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하느님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교회가 가난한 자들과 사회의 총체적 변혁을 위해 투신해야 함을 강조했다. 로잔대회의 정신을 이어받은 파타야 회의는 그리스도 없는 세계의 현실에 집중했고, 지역적인 복음전파의 단위인 종족집단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둘은 상이한 신학적 틀과 선교와 복음전도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도교적 세계선교의 다양한 측면을 대변하는 상호 보완적인 사건들이다.

온전한 복음 온전한 세계   우리가 세상에 말과 행동으로 온전한 복음을 전하기 원한다면 우리는 복음의 컨텍스트인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속에 복음을 제대로 육화시켜야 한다. 통전적 복음이 요청되는 세계는 다양한 문화복잡한 제도이 제도들의 기능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인 구조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복음이 삶의 변혁이라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전해받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의 체계(문화)에 침투해야 하고, 개인 뿐 아니라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구조(정사와 권세)의 정체를 폭로하고 그들에게 심판과 해방을 선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요령이나 사색적 지식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 하느님의 진리와 정의에 대한 열정, 하느님의 성령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맺는 말 성문 밖으로


구원의 새로운 장소   예수는 성문 밖에서”, 종교적 울타리 밖에서, 구원받은 공동체의 안락과 안전 밖에서 죽으셨다. 예수가 성문 밖에서 죽었다는 것은 구원의 장소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삶의 변방으로 영원히 이동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는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려고”, 즉 그들을 선교를 위해 성별하시려고 죽으셨으며, 이는 구원의 의미가 은혜와 특권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함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자유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

선교에 대한 완전한 이해   선교는 더 이상 오는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안락한 경내의 장벽과 문을 뚫고 거룩한 경내의 문 밖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은 하느님의 아들에게로 가서’, 그의 꿈에 우리를 동화시키고 성문 밖 사람들을 위한 그의 고난과 죽음에 참여함으로서, 하나님의 구원은총의 진실한 증거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 과정에서 잠시 머무는 광야의 천막이며, 예배는 삶의 십자로 한복판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을 증거 하는 살아있는 의식이어야 한다.

구원과 선교의 새로운 목표   성문 밖으로 나아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하느님의 아들의 고난에 동참하라는 권고는 하느님이 계획하신 장차 올 도시에 대한 비전에 근거해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교적 세계의 편안하고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십자가에 처형된 주를 위해여 종된 교회를 만들어나가는 사도적 대리인이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값싼 사회적 행동주의에 우리의 선교를 내어주지 말고 성서에 근거한 희망의 예언자가 되어 정의와 평화의 세계인 하나님의 도성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몇 가지 단상

 

1.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책의 내용 중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가 당연히 해방신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며 살펴보니 그는 복음주의 선교단체에 소속된 선교사였고, 그가 학문적 경력을 쌓은 학교들은 암스테르담의 자유대학교에서 동부 침례교 신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두 복음주의권 신학교들이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전통적인 복음주의의 특징인 그리스도의 주되심이나 개인적 회심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어떤 이슈에 대해 다루든 성서의 말씀이 그에 대해 어떻게 증거하는지 설명하는 데 책의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본문의 곳곳에서 자신을 복음주의자로 규정하고 있었다!

2. 나는 왜 그가 복음주의자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혹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을까? 그가 하느님의 선교해방’, ‘인간화같은 WCC나 해방신학의 패러다임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로잔 대회의 한 축이었던 라틴 아메리카의 급진적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에서 그는 로잔의 전통에 속한 파타야 대회에서 그가 겪었던 불쾌한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그래서였는지 로잔 언약의 전통에서 나온 어떤 문서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진보적 복음주의자들 중에서도 변방에 위치했던 학자였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조금 있었다. 아래 내용 참조)

3. 이 책을 덮으니 예수께서 영문 밖에서 죽으심으로 구원의 장소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그리고 더 바깥의 변방으로 영원히 이동해 간다는 말과, 교회는 잠정적 거주지인 광야의 천막이며 예배는 삶의 한복판에서 고난당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을 증거 하는 살아있는 의식이어야 한다는 일갈이 마음에 사무친다. 코로나 시대에 세상의 최고 변방은 과연 어디인가? 이번 부활주일에 구원의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오늘날 소외된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증거하기 위한 예배의 자리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혹시 우리가 내 이웃의 안녕을 위해 모이는 예배의 권리를 기꺼이 포기하고 스스로를 격리시킨 혼자만의 공간이야말로, 그리스도를 만나뵐 수 있는 이 시대의 변방이자, 코로나로 고난 당하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최상의 예배 장막이 아닐까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를 통해 알게 된 한 가지 오해 (2020.7.3)


이재근 교수가 지은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에 따르면 코스타스는 로잔대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개인을 억압하는 모든 구조에도 구원이 필요하다는 '심층전도'에 대한 중요한 논문을 발표해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대회를 통해 유명해져 미국의 신학교로 옮겨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불쾌한 경험을 했던 파타야 대회는 로잔의 사회참여 주제가 교회성장학파와 미종족전도 주제에 묻혀버린 대회였다고 한다. 


하나님의 선교와 20세기 선교학자』 리뷰에서 인용한 요약


개인적이고 영적인 회심과 푸에르토리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한 문화적 회심그리고 가난하고 학대받는 자들을 위한 선교에의 회심이라는 세 번의 복합적 회심경험을 바탕으로 성경이 증거하는 그리스도를 변방/비주류의 시각에서 이해했던 올란도 코스타스(Orlando Costas 1942-1987) 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의 변방인 갈릴리에서 천하고 멸시받는 사람들과 함께 그의 사역을 시작했고 성문 밖에서 버림받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심으로 그의 구원 사역을 완성하셨다고 말한다또한 그는 이렇게 성문 밖에서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완성된 구원은 이 세상에서 개인적이고 영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문제까지 포괄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로 구체화되어야 하며이러한 하나님의 선교의 결과로 태어난 교회는 그리스도의 치욕을 짊어지고 하나님의 선교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인 성문 밖 세상 한가운데로 나아가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그리스도가 이루신 역사적이고 종말론적이며 총체적인 구원을 선포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러한 코스타스의 선교학은 ① 성경이 증거하는 갈릴리의 그리스도 ② 그리스도가 성문 밖에서 완성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선교 ③ 영문 밖에서 그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로 요약될 수 있다

https://wjdwkqtk.tistory.com/308


<성문 밖의 그리스도>

저자의 또 다른 책 <통합적 선교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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