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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책소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기독교 서적 10 (1)

by 서음인 2021. 9. 27.

1.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제임스 사이어 지음, ivp 펴냄)

 

86학번인 나는 기독교 세계관 세대라 할 수 있다. 교회-세상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실현하겠다는 기독교 세계관의 비전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제임스 사이어나 프란시스 쉐퍼, 미들톤/왈쉬, 아브라함 카이퍼 같은 저자들은 내가 믿던 ‘세계관교’의 수석 사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관심은 인문 · 사회 · 예술 · 과학을 포함한 서구문명 전 분야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서구문명에 대한 이해 없이 기독교 세계관과 관련된 담론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나는 더 이상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예전처럼 큰 관심이 없다. 내가 접했던 '기독교 세계관'이 일차적으로 잃어버린 ‘기독교 세계’를 회복하려는 서구 그리스도인들의 고민에서 나온 운동이며, 한 번도 ‘기독교 세계'에 속한 적이 없는 한국과 같은 기독교의 변방에서는 그 서구 중심성과 폭력성 때문에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성민 교수가 쓴 『세계관적 성경읽기』에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보여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 창세기 주석 (게르하르트 폰 라트, 한국신학연구소 펴냄)

 

내 신앙의 스승들은 모두 성경을 사랑하는 분들이었고 그분들의 영향으로 내게 신앙생활은 처음부터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일과 동의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구약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트의 『창세기 주석』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책은 성경이 편안하게 걸으며 지표면에 보이는 보석을 줍기만 하면 되는 손쉬운 보물찾기 놀이터가 아니라, 치열하게 심층으로 파고들수록 더 거대하고 풍성한 광맥을 만나게 되는 커다란 산과 같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후로 나는 성경의 한 책을 공부할 때마다 좋은 개론서와 몇 권의 주석을 사서 해당 본문을 체계적으로 탐사하는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시편의 일부를 제외한 성경의 모든 부분을 1-3회 정도 깊이 공부하고 성경에 그 흔적을 남겨놓을 수 있었다. 성경을 공부하는 일은 다른 모든 통찰과 대답들을 폭력적으로 배제하는 단 하나의 최종적이고 불변하는 ‘진리’에 도달하려는 분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통찰을 진실하게 반영하는 ‘일리’있는 견해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기뻐하면서 살아있는 ‘이해의 운동’을 지속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달아가고 있다.

 

3. 진리를 알지니 (브루스 밀른 지음, 생명의 말씀사 펴냄)

 

성경을 계속 공부하거나 성경공부를 인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교리적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진리를 알지니』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 책의 4판이 『기독교 교리 핸드북』이라는 이름으로 ivp 출판사에서 다시 나와 있다) 나는 곧 개혁주의의 교리를 간략하지만 명료하게 서술한 이 책이 단순히 기독교 교리를 소개하는 유용한 핸드북이나 좋은 교과서를 넘어, 탁월한 구성과 유려한 서술 그리고 균형 감각과 품격을 고루 갖춘 “좋은 책(名著)"의 반열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아보게 되었다. 벌코프나 푈만, 그랜츠, 밀리오리, 그루뎀과 같은 여러 이름난 조직신학 교과서들을 맛본 지금 이 책은 더 이상 내게 교리에 대한 첫 번째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진리를 알지니』 는 내게 여전히 교리가 결코 지루하거나 무익한 탁상공론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개인성경연구나 그룹성경공부의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 고마운 존재로 남아 있다.

 

4. 현대신학 해설 (간하배 지음, 개혁주의신행협회 펴냄)

 

기독교 교리에 대한 관심은 곧 ‘정통’과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현대신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만난 소개서가 바로 비판적 입장에서 유명한 현대신학자들의 사상을 간략하게 해설한 간하배 선교사의 『현대신학 해설』이었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이 책에 소개된 현대신학자들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고, 편파적인 소개에 만족하지 못해 그들의 책을 직접 찾아 읽기 시작했으며, 그 중 몇 명은 내 신앙의 가장 중요한 멘토가 되었다. 그리고 현대신학에 대한 탐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2000년 역사를 빛낸 여러 기독교 전통들에 대한 공부로 이끌었다. 현대신학은 기본적으로 현대적 이슈에 반응하고 그 과정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포함한 근대 학문의 성과를 적극 활용하지만, 동시에 풍성하고 다양한 기독교의 여러 전통들부터 신학적 사유의 자양분을 끌어오기에 기독교 전통에 대한 지식 없이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시대 신학의 과제가 ‘사실의 저장소’인 성경에서 진리의 단편들을 뽑은 후 논리적으로 재배열하여 지어진 웅장하고 정교하며 불변하는 ‘정통과 진리의 대성당’을 가꾸고 수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간 기독교가 쌓아온 풍요로운 신학적 유산과 근대 학문들의 놀라운 성취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정통'을 직조해가는 위험하지만 흥미진진한 모험의 여정에 참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여기고 있다.

 

5. 본회퍼의 책들 - 『나를 따르라』, 『신도의 공동생활』, 『옥중서신』

 

내 신앙의 멘토들이 전해 준 가장 중요한 유산 중 하나는 그리스도인이 은혜로 구원받은 신자인 동시에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여야 한다는 ‘제자도’의 가르침이다. 제자도를 탐구하는 여정에 만났던 여러 스승들 중 가장 낯설고 어려웠지만 가장 인상적이기도 했던 분이 디트리히 본회퍼다. 제자도와 관련된 본회퍼의 가르침을 내가 이해하는 대로 요약하자면 “성인이 된 세상에서,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이자 사함받은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일원으로,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꺼이 따라가며 세상을 위한 존재로 사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탐욕스러우며 가진 것도 지킬 것도 많아져 버렸다. 그러나 내가 만약 어떠한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복음을 현실의 불의와 고통을 감내하는 댓가로 내세의 평안을 약속해 주는 ‘인민의 아편’이나, 이 세상에서 누리는 행복을 저 세상으로까지 연장하려는 ‘내세 보험’으로 소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이야말로 바로 내 신앙의 장례일이 될 것이다.

 

6. 로잔 문서 (로잔 언약과 케이프타운 선언)

7. 레슬리 뉴비긴의 책들 - 오픈 시크릿/변화하는 세상 변함없는 복음/종결자 그리스도

8. 공정한 환대 (레티 러셀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9. 희망의 신학 (위르겐 몰트만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10. 나는 왜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 (마크 놀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세계 기독교와 선교운동 (앤드류 월스 지음, ivp 펴냄)

# 번외편 - 리처드 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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