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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책소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기독교 서적 10 (2)

by 서음인 2021. 10. 17.

6. 로잔 문서들 (‘로잔 언약’과 ‘케이프타운 선언’), 선교란 무엇인가 (존 스토트/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ivp 펴냄)

 

‘내가 ’로잔 언약‘을 처음 접한 것은 권위주의 정권이 통치하던 대학 초년병 시절이었다. 엄혹한 시대상황 속에서 접했던 “복음 전파와 사회-정치적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의 두 부분”이라는 로잔 언약의 한 문장은 내게 ‘복음’으로 들렸고, 이 문서의 입안을 주도한 존 스토트는 곧 내 마음속의 당회장으로 등극했다. 그 후 선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로잔 운동이 기본적으로 선교 운동이고 로잔 문서들을 일차적으로 선교 문서라는 사실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존 스토트의 제자이자 동료로 ‘케이프타운 선언’을 입안하고 『선교란 무엇인가』를 쓴 크리스토퍼 라이트를 통해 로잔의 정신인 ‘총체적 선교’의 비전이 신학적으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배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 신앙의 등불이 되어 준 이 문서들의 가르침을 따라,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이 주도하시고 세상의 가치에 도전하는 선교적 교회에 의해 겸손하게 수행되며, 선포와 교제 그리고 희생적 봉사와 변혁적 참여를 통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선교’를 통해, 갈릴리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문 밖에서 이루신 통전적 구원의 기쁜 소식인 ‘복음’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교회가 자신의 선교적 본질을 깊이 깨닫고 로잔 운동의 정신인 “모든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는”일에 급진적으로 순종하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7. 레슬리 뉴비긴의 책들 - 『오픈 시크릿』, 『변화하는 세상, 변함없는 복음』, 『종결자 그리스도』

 

영국인이지만 오랫동안 인도 선교사로 헌신했던 뉴비긴의 관심은 잃어버린 기독교 세계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아니라, 다원화된 사회에서 어떻게 신실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였다. 뉴비긴은 그리스도를 주요 구주로 고백하고 회심과 개종과 선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리고 교회는 부름 받은 동시에 보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이기에, 선교란 교회의 한 기능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 그 자체라는 ‘선교적 교회론’을 주장한다. 또한 그는 선교의 주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고 교회는 그 도구일 뿐이며, 구원과 섭리를 포함하는 하나님의 경륜은 교회의 울타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함으로서, 선교하시는 하나님의 자유와 능력을 제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 뉴비긴은 그리스도인들이 타종교인과 무신론자들 가운데 이미 하나님이 주신 선하심에 감사하면서도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에 따라 겸손하게 복음을 선포해야 하며, 교회는 삶과 예배를 통해 복음의 이야기를 살아내는 그리스도의 제자요 증인 공동체가 되어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주요 구주로 고백하면서도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구원을 나와 다른 타자를 언제든 지옥으로 보낼 수 있는 심판자의 자리에 오른 것으로 여기는 대신 예배와 증거와 삶을 통한 겸손한 증인으로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생각이 나는 참 좋다.

 

8. 희망의 신학 (몰트만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몰트만은 하나님은 세계 안에 갇혀있는 내재적 존재나 세계 밖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세계 앞에서 미래로 우리를 부르는 분이시며, 따라서 기독교란 그 본질상 철저히 종말론이자 희망이며 끊임없이 ‘약속된 것의 미래’를 소망하며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의 모든 종말론적 소망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현실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부활사건은 교회에 다가올 미래를 선취하기 위해 역사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선교’라는 사명을 부여한다고 강조한다. 몰트만에 따르면 교회에 주어진 이 ‘사명’(mission) 은 일차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민족에게 차별 없이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지만, 이를 넘어 종말론적 정의의 실현과 인간의 인간화, 타락 가운데 신음하는 모든 피조물의 샬롬을 추구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세상이 길들일 수 없는 ‘탈출 공동체’인 동시에 세상을 섬기도록 부름받은 ‘세계를 위한 교회', 현상황의 제도적인 고착화에 저항하며 세상을 창조적으로 변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만이 이러한 ‘하나님의 선교’를 감당할 수 있다. 미래로 부르시는 하나님과 부활하신 그리스도로부터 나오는 희망에 확고히 뿌리박은 채, 교회의 선교를 복음의 선포뿐 아니라 인간화와 사회 정의, 피조물의 샬롬에까지 확장시킨 몰트만의 비전은 지금까지도 내 가슴을 뛰게 한다.

 

9. 공정한 환대 (레티 러셀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레티 러셀은 ‘보편적 해방’을 지향하는 여성신학자이자 성적 소수자(레즈비언)다. 그러나 이렇게 복음주의자들이 가장 싫어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춘 레티의 유작인 『공정한 환대』는 단언컨대 내가 지금까지 접한 책 중 가장 은혜로 가득한 책이다. 저자는 ‘환대’란 세상을 치유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차이를 넘어 낯선 자들과 연대함으로서 하나님의 환영을 실천하는 일이며, 이러한 환대야말로 성경 메시지의 근본이자 기독교 영성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환대의 신학’을 세우기 위해 ‘본문으로 괴롭히기(textual harassment)’ 를 통해 타자에 대한 배제와 억압을 자행하는 ‘차이의 해석학’ 대신, 하나님의 환대 속에서 사람들을 환영하면서 차이를 긍정하는 ‘환대의 해석학’으로 성경을 읽을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이 준 충격은 나를 ‘환대’라는 주제에 대한 탐구로 이끌었으며, 이는 칸트, 데리다, 레비나스, 김현경, 강남순 같은 저자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스승들의 일관된 가르침을 따라 이방인과 소수자, 심지어 비인간 생명체까지를 포함하는 모든 타자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 안에 어떠한 조건도 없이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고유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절대적 환대’야말로, ‘요란하고 유쾌한 차이로 가득 찬’ 21세기의 다원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실천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있다.

 

10. 나는 왜 세계기독교인이 되었는가 (마크 놀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세계 기독교와 선교 운동 (앤드류 월스 지음, ivp 펴냄)

 

내게 ‘기독교 세계관’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워준 것이 서구 기독교 세계의 붕괴 및 비서구 기독교의 부상과 함께 등장한 ‘세계기독교’다. ‘앤드류 월스, 마크 놀, 브라이언 스탠리 같은 세계기독교의 저자들은 기독교의 중심이 비서구 지역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며, 선교의 패러다임이 ‘서구에서 비서구로’의 일방적 흐름에서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로 바뀐 오늘날, 전통적인 서구 기독교 세계(Christendom)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기독교의 유일한 ‘규범적’ 혹은 ‘표준적’인 모델로 간주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독교의 모든 교회적 ‧ 신학적 ‧ 도덕적 범주는 역사적이고 상황적이지만 동시에 참다운 기독교 진리에 온전히 참여하며, 따라서 하나님 백성의 역사는 모든 시대의 족속과 민족 그리고 교회를 포함하는 “세계기독교”의 관점에서 새로 서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모든 시대는 나름의 신학과 문화적 표현을 가진 기독교를 가져야 하며, 그것은 정통으로 규정되는 특정한 형태에서의 일탈이 아니라 문화의 장벽을 넘어선 그리스도교가 복음을 재번역하고 그리스도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가는 끊임없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세계기독교의 가르침은 기독교 세계관에 회의적이 된 내 머리를 강타했으며, ‘세계기독교’야 말로 복음주의 운동의 미래여야 한다는 확신을 굳히게 했다. 

 

11. 번외편 - 리처드 로티

 

최근 나를 사로잡은 미국의 프래그머티즘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의 질문은 사회 정의를 위한 ‘공적인 실천’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사적인 관심’을 어떻게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는 진리를 다루는 이론과 자유를 확장시키기 위한 실천은 체계적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기에 이론과 실천, 앎과 행동은 일치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따라서 인간은 얼마든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사회 정의를 위한 공적 실천에 투신하는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창조적 자율성을 가지고 사적 진리를 추구하는 ‘아이러니스트’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유주의 공동체 내에서만 개인들이 사적 관심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적 실천’(사회 정의)이 ‘사적 이론’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사회 정의를 위한 ‘공적인 실천’의 영역은 궁극적이거나 보편적인 진리를 적용하는 실험의 장이 아니라 긴급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을 찾는 타협과 연대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세상을 자신들의 이상에 따라 ‘개조’하고 말겠다는 종교적 · 이데올로기적 근본주의자들이 아직 많은 상황에서, '이론과 실천의 일치'라는 강박에 일침을 가한 이 “자유주의 아이러니스트”의 생각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1.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제임스 사이어 지음, ivp 펴냄)

2. 창세기 주석 (게르하르트 폰 라트, 한국신학연구소)

3. 진리를 알지니 (브루스 밀른 지음, 생명의 말씀사 펴냄)

4. 현대신학 해설 (간하배 지음, 개혁주의신행협회 지음)

5. 본회퍼의 책들 - 『나를 따르라』, 『신도의 공동생활』, 『옥중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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