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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제자훈련 2021

교회 제자훈련을 마치며

by 서음인 2021. 11. 1.

드디어 지난 4월부터 계속된 교회의 제자훈련 프로그램인 "예수제자훈련"이 끝났다. 사실 지금까지 교회 안밖에서 수많은 제자훈련에 피훈련자로뿐 아니라 훈련자로도 참여해 왔기에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모임에 그다지 큰 흥미는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번 제자훈련에 참여한 솔직한 이유는 공동의회의 장로 피택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장로 후보 자격을 얻고 싶었던 유일한 이유는 성도들에게 비난받기 싫어서였다. 장로가 되는 것 자체는 내가 추구하는 신앙의 목표가 아니다. 내 은혜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기독교와 아무 관계도 없이 살아왔던 한 고등학생이 친구를 따라 신용산교회에 두려움 반 설렘 반의 첫 발자국을 디뎠다. 그는 이 교회에서 존경하는 신앙의 스승과 선후배 동료들을 만났고, 결정적으로 그들을 통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부모와 자녀까지를 포함한 믿음의 일가를 이루었으며, 성도들의 선택으로 안수집사의 직분을 얻기까지 했다. 심지어 13년 전부터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해외에서 의료의 달란트로 봉사한다는, 위인전에나 나오고 선진국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꿈같고 가슴 벅찬 일이 그의 인생에서 현실이 되었다. “차고 넘치는 은혜” 외에 신용산교회에 발을 디딘 후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 베푸신 이 놀라운 일들을 설명할 어떤 말이 있단 말인가? 그런 내가 최소한의 자격요건에 도달하지 못해 사랑하는 교회의 피택 후보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나름대로 성실하게 참여해 제자훈련을 무사히 이수한 결과 후보에 끼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병원 때문에 조심하느라 오프라인 예배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꼴찌로나마 2차 투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으니, 내게 이번 제자훈련은 최고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고 자평해도 괜찮을 것 같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작년 2월부터 1년 8개월여 동안 모든 바깥활동을 자제하고 거의 병원과 집에서만, 그리고 가족과 함께만 생활해왔다. 진염력이 강한 델타변이로 인해 집단면역이 불가능해지고 돌파감염이 활발해진 지금, 위드 코로나가 된다 해도 감염자의 절대수가 줄어들지 않는 한 그간 이어 온 셀프 격리의 삶이 크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이러한 삶이 내게 준 가장 큰 변화는 예수 믿은 뒤로 평생 너무도 당연히 여겨 왔던 주일날 교회에서의 삶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솔직히 예배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온라인 예배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옆사람과의 어떠한 소통도 금기인 극장식 예배당에서 오직 설교자에게만 집중하도록 요구하는 현재 형태의 오프라인 예배가, 홀로 혹은 가족과 함께 모니터에 나오는 설교자를 일대일로 대면하며 드리는 온라인 예배와 질적으로 전혀 다른 예배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경건의 삶이나 성경공부는 오히려 온라인 환경의 활성화로 훨씬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SNS에는 수많은 성경연구나 QT나눔 그룹들이 생겨나 활발하게 활동중이고, 관심만 있다면 코로나 이전에는 만나볼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실력 있는 교수나 연구자들이 개설한 수준 높은 강의나 토론에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단 하나 있다면 40년간 거의 매주 봐 왔던 성도들과의 만남과 교제였다. 나 같은 경우 직업적인 만남이나 가족들 외에는 주일날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진지한 인간관계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그 공백이 꽤 컸다. 아마도 계속 온라인 예배만 드렸다면 개인적인 신앙의 유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교회와의 관계는 상당히 소원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통해 6개월 이상 담임목사님과 몇몇 성도님들을 온라인으로나마 매주일 지속적으로 만난 것은 교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끈 역할을 해주었다. 이 역시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제자팀을 이끄시느라 수고하신 목사님과, 함께 제자의 길을 탐구해온 동기 집사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자훈련 과정 중 장로로 피택되신 제가 좋아하는 두 분 집사님들께도 진심에서 우러나는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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