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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기고기사영상

복음과 상황 No 397 기고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by 서음인 2023. 12. 12.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한 심각하고 진지한 성찰을 담은 소설들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가 쓴 가볍고 유쾌한 동물 에세이입니다. 엔도 슈사쿠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지금까지 그가 키우거나 만나왔던 여러 동물들이라고 말하면서 그들과의 이런저런 인연과 에피소드들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여기에는 지금껏 만나 왔던 모든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슈사쿠의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슈사쿠는 주인이 자살한 숲을 바라보던 개의 눈과 병에 걸려 손 안에서 죽어가던 십자매의 눈에서 인간을 보는 예수의 눈과 십자가에서 숨을 거둔 예수의 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배후에서 슬픈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보고 멀리서 우리를 지켜주는 어떤 존재의 투영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저는 일생을 통해 사랑하고 교감했던 여러 동물들의 눈에서 예수님의 눈 하나님의 시선을 느끼고, 그 애정 어린 시선을 다시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던지는 엔도 슈사쿠의 모습이야말로 “일상이야말로 영원으로 향하는 도약판”이라는 기독교 영성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어떤 종교적 색채나 경건함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유쾌함과 애정으로 가득한 동물기야말로 참된 ‘영성일기’로 불려야 마땅하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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