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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단상 일반

숙명여대 사태와, <페미니즘의 책>과 <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에 나오는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즘'(TERFs)

by 서음인 2020. 2. 18.

주말에 집앞 서점에 들러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한 권의 책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깔끔한 구성과 많은 사진, 그리고 간략하지만 명쾌한 설명이 어우러진, 제가 딱 좋아하는 형태의 책이었습니다. 바로 <페미니즘의 책>! (사진 1) 흥미를 느끼고 책을 펼치자마자 나온 단락은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즘’(TERFs), 바로 얼마 전 숙명여대에 입학하려던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학생의 희망을 좌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그룹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사진 2)

내용을 살펴보니 TERFs들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 성기가 있는 사람은 남자일 뿐이며, 트랜스 여성은 결국 침입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스 기사에서는 그들이 여성들의 공간에 트랜스 여성의 출입을 금지시킨 일이 1976년부터 열리다가 논란 끝에 2015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된 미시간 여성 음악 축제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사진 2의 분홍색 박스) 인간의 성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 성염색체, 외부 성기, 젠더, 성적 욕구 - 중 젠더를 배제하고 오직 생물학적 성만과 외부 성기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그들과 상극이라 할 전통적인 남근숭배자들이나 근본주의 그리스도인들과 닮았습니다.

그런데 이 그룹의 대표자들의 이름 중 흥미롭게도 <교회와 제2의 성><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를 쓴 (사진 3), 급진적인 여성신학자 메리 데일리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오래전 읽었던 후기 데일리를 대표하는 책 <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를 찾아보니 관련된 내용이 있군요. 그는 이 책의 서론에서 "성전환된 가부장적 신"에 대해 언급하면서, "‘성전환된 남성은 여전히 남성또는 여성으로 만들어진 남성이기 때문에 그러한 수술은 - 남성들이 서로를 그렇게 만들거나 또는 그들의 신이 그렇게 만들거나 간에 - 심오한 정신적 또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사진 4,5) 역시 급진의 극한을 달리는 후기의 데일리 답습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평등과 해방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해 소수자를 배제하고 괴롭히는 것을 지지하는 운동이 과연 페미니즘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와, 여성을 단순히 육체가 아닌 복잡한 주체로 이해하려는 오랜 투쟁과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지 않은지에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달랑 이 두 페이지의 내용만 가지고 정확한 내용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가는 비판입니다. 이 논쟁적인 주제에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해 볼 때, 페미니즘의 역사와 지형을 깔끔하고 명쾌하게 요약하고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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