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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예술/음악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 살림지식총서 142 (노태현 지음, 살림 펴냄)

by 서음인 2020. 4. 29.

살림지식총서의 한 권으로 나온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는 현역 군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아홉 명의 삶과 음악 세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새로운 음향 매체의 출현이나 IT 기술로 인해 과거 턱시도와 이브닝 드레스의 전유물이던 고전음악을 일반 대중도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고전음악의 위기사멸을 예견하고 있지만 피아니스트의 세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시대 조류에 맞춰 진화해가며 여전히 커다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피아노라는 보편적인 악기를 통해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연주를 선보였던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을 만나게 되기를 소망한다


작은 판형에 90페이지 남짓밖에 되지 않는 작은 책이지만, 각각의 피아니스트들이 보여준 인간적 · 음악적 특성들을 명쾌한 필체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그들이 남긴 대표적 음반들을 소개함으로서 관심 있는 독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다.  피아노 음악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알차고 흥미로운 책이다. 조희창의 전설 속의 거장이나 김주영의 PIANIST NOW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피아니스트들 중 일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피아니스트들을 이 책과 다른 몇 권의 책을 참조해 요약하고,  개인적인 추천 음반들을 덧붙여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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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스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와 아름답고 기품 있는 톤을 지닌 낭만주의자였고, 급격한 템포 변화나 감정적 몰입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성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던 쇼팽의 대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그의 쇼팽 녹턴은 일견 담백하게 들리지만 다른 연주들을 모두 과잉 감성으로 만든다.

 

(2) 뛰어난 비르투오시티를 과시하기보다 과장 없고 순수한 피아니즘을 보여주었고, 격렬한 감성을 드러내기보다 내면 속의 정제된 감정을 차분하게 설파했던 신이 보낸 모차르트의 대리인클라라 하스킬. 그뤼미오의 밝음과 하스킬의 청초함이 어우러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연주는 가히 천의무봉의 경지라 할 만 하다.

 

(3) 자극적 화려함이나 격렬함보다는 고전적 조형미를 중시했고, 관조적 시선과 객관적인 감성을 실은 격조 높고 서정적인 연주로 베토벤 연주사에 큰 족적을 남긴 독일 음악의 계승자 빌헬름 켐프. 관조적 시선으로 전체적 조망을 이끌어내는 그의 마지막 베토벤 소나타 전집은 당대 베토벤 연주의 표준으로 통했다.

 

(4) ‘작곡자의 의도객관적인 악보의 투사로 대표되는 연주의 객관화를 끊임없이 추구한 완벽주의자였고, 스피드와 초절기교 그리고 강력한 타건으로 무장했으면서도 섬세함과 시정 그리고 낭만적 즉흥성까지 두루 갖춘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터. 최고의 낭만적 서정을 보여주는 바흐 평균율 전집은 이 거장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5) 치밀하게 계산된 셈여림, 섬세한 톤 콘트롤, 차가울 정도로 정확한 터치를 통해 투명한 음색과 미묘한 울림,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보여주었지만, 지나친 완벽주의로 인한 잦은 연주회 취소로 악명을 떨쳤던 음의 수도승 아르투로 베네데치 미켈란젤리. 드뷔시의 전주곡에서 감정을 배제한 음의 객관화를 목표로 했던 미켈란젤리 피아니즘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6) 화려한 기교나 지나친 감정적 몰입으로 청중을 유혹하지 않고 작품의 논리적 구조롤 깊이 탐구해 정제되고 명쾌한 음률에 담아냄으로서 칸타빌레의 아름다움을 이끌어 낸 엄격한 구조주의자알프레드 브렌델. 독일 ·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는 그의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은 명반의 반열에 올라 있다.

 

(7) 가볍고 섬세한 타건으로 구현한 차갑고 영롱한 톤으로 일찍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완벽에 대한 집착으로 이른 나이에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경력을 마감하고 레코딩에 전념했던 피아노계의 기인 글렌 굴드. 그가 녹음한 바흐 음반들, 특히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수면곡인 두 차례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레코딩은 전설로 남아 있다.

 

(8) 발군의 테크닉과 속도로 웬만한 남성이 쫓아올 수 없는 다이나믹 레인지를 보여주며,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해석과 열정적이고 생동감 있는 연주로 가는 곳마다 청중들을 열광시키는 건반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후기에는 주로 미샤 마이스키, 기돈 크래머와 함께 활발한 실내악 연주를 펼치고 있다.

 

(9) 차갑고 빛나는 음색과 완벽한 테크닉 그리고 흔들림 없는 음악적 진행 능력을 갖추었고, 과도한 열정을 자제하고 표준적인 감성으로 작품의 구조를 밝고 명확하게 드러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방대한 레퍼토리까지 갖춘 진정한 코즈모폴리턴 마우리치오 폴리니. 그가 남긴 쇼팽의 에튀트와 프랠류드, 폴로네이즈는 불멸의 연주다



목차

 

피아니스트, 우리에게 다가오다

마지막 로맨티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신을 위해 모차르트를 연주하다, 클라라 하스킬

엄숙한 독일 정신의 계승자, 빌헬름 켐프

구도자 그리고 수수께끼,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

완벽은 나의 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견고한 구조주의자, 알프레트 브렌델

바흐는 나의 운명, 글렌 굴드

건반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진정한 코즈모폴리턴, 마우리치오 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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