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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성경연구단상

『오늘을 위한 레위기』 12장 . 금지된 성관계 (레위기와 '동성애')

by 서음인 2022. 8. 23.

1. 성과 성소수자 (LGBTQ+)*

 

 

범주 정상(?) 성소수자
염색체(gene) XX/XY XO/XYY
성호르몬/생식기 고환/음경/테스토르테론 
난소/질/자궁/에스트로겐
간성(intersex)
성적 정체성
(gender identity)
시스젠더 (cis-gender) 트렌스젠더 (trans-gender)
논바이너리 (nonbinary)
성적 지향
(sexual orientation)
이성애 (heterosexual) 동성애 (homosexual)
양성애 (bisexual)
무성애 (asexual)
성행위(sexual intercourse) 이성간 성행위 동성간 성행위


- 성경 & 경험 -> 과학
- ‘고정된’ 창조질서 vs 자기결정권**
- 성소수자 vs 동성애 vs 동성 성행위 vs 남성간의 동성 성행위 vs 남성간의 동성 강간
- 퀴어 (queer)*** vs 앨라이 (ally)****

 


2. 레위기와 동성애



동성애와 동성 성행위     동성애와 동성 성행위는 다르다. 동성애는 동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정체성을 지닌 집단을 일컫는 동성에는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생겨난 용어이기에 고대인들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쓸 수 없다. (시대착오적 해석, 범주오류) 레위기 18:22와 2-:13이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지향이 아니라 남성간의 동성 성행위, 더 엄밀하게는 권력이 개입된 나그네나 약자에 대한 동성 강간이다.

구별과 경계로 표현된 거룩     18장과 20장에 나오는 금지된 성관계 규례의 목표는 하나님이 불러낸 백성이 스스로를 지켜 거룩하게 존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장들과 동물의 정-부정을 다루는 11장을 동시에 관통하는 원리는 ‘구별과 경계로 표현된 거룩’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의 정결과 부정을 평가할 때 각각의 고유한 특성과 영역을 지키는지 여부가 중요했듯, 사람의 성관계에 대해서도 각 사람의 고유한 영역과 합당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와 정신     근친 성관계 금지의 목표는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경계를 지킴으로서 가부장 질서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 외에 경계를 지킨다는 취지의 율법으로는 동성 간 성관계 금지(남성-여성)*****, 생리 중 여성과의 관계 금지(생명-죽음), 수간/섞어심기/이종교배/치즈버거 금지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러한 레위기의 ‘경계짓기’ 본문의 의도와 목표는 하나님 백성의 구별되고 거룩한 삶이며 이 구별과 거룩의 원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전히 타당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특정 사회가 규범화한 구별의 경계가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경계를 문자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성경 본문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는 일일 뿐 아니라 흔히 정상과 주류의 범주에서 벗어난 소수자들을 정죄하고 낙인찍는 데 사용되곤 한다.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은 레위기의 ‘문자’가 아닌 그 ‘정신’이다.

가부장 권력     레위기 18장에서 금지된 성행위의 주체는 거의 대부분 남자 그것도 가장이며, 밀그롬은 18:6-19에 열거된 여성은 현재 홀로 있는 여성이거나 가장인 남성의 주관 아래 놓인 여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본문의 배후에는 가부장제와 권력관계라는 문제가 놓여 있으며, 이들 본문에서 표현된 ‘근친상간’은 실제로는 ‘근친강간’ 혹은 ‘친족 성폭행’으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근친상간뿐 아니라 동성 성행위니 수간에 대한 금지 역시 동시대 이집트나 가나안의 가부장 문화에서 성행했던 권력 관계에 기반한 성적 폭력이나 대상화에 대한 금지이자, 성적 자기 결정권이나 방어권이 없는 여성과 외국인을 보호하고 그 권리를 옹호하는 본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 숭배     더 나아가 이 본문들은 근친 성관계와 남성 동성 성행위 및 수간을 몰렉 숭배와 함께 소개한다. 이는 이 행위들의 공통점이 극단적인 욕망의 추구, 즉 욕망 숭배임을 보여준다. 욕망을 신으로 섬기는 자들은 그 충족을 위해서라면 근친, 동물, 동성까지 범하고 몰렉에게 자식까지 바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성소수자들은 권력의 과시를 위해 또는 욕망을 참지 못해 누구든 강제로 범하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생물학적 성을 지닌 자들을 사랑하는 정체성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레위기 규정을 문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범주 오류다. 죄란 동성애나 무성애같은 특정한 성적 지향을 정죄하는 용도가 아닌, 타인을 오직 자신의 욕망을 위한 대상으로만 삼는 모든 관계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다.

거룩하라!     하나님이 금지하신 왜곡된 성관계는 이스라엘을 더럽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는 땅도 더럽힌다. 이렇게 되면 땅은 그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토해 내게 되며, 이는 이스라엘의 포로됨으로 현실화되었다.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는 권력을 통한 성적 착취나 욕망 숭배와 같은 이방 문화를 버리고, 약자 보호를 그 핵심으로 하는 정의라는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를 따름으로 거룩한 백성이 되는 것이다. 18장은 이방의 행실로 자신들을 더럽히지 말 것을 권면하며, 20장은 하나님의 규례를 따름으로 자신을 여호와께 거룩하게 할 것을 권면한다.

# 퀴어와 기독교 - 경계를 녹이는 급진적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바울의 가르침은 동시대 유대인과 헬레니즘 세계가 그어 놓은 정결과 부정의 경계를 과감하게 파괴하는 급진적인 사회적 혁명을 일으켰다. 경계선을 녹이는 “급진적인 사랑”은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삶, 죽음, 부활, 승천을 통해 죽음과 삶, 시간과 영원, 인간과 신의 경계선을 녹였다고 믿는” 그리스도교 신학과, “섹슈얼리티와 젠더 정체성에 대한 기존의 경계선들은 본질적이거나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수행적 개념이자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도전하는” 퀴어 이론의 모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패트릭 챙, 『퀴어신학 개론』)


<각주>

* 모든 성적 소수자와 젠더 소수자를 포괄하기 위해 만들어진 두문자어.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 그리고/혹은 퀘스처닝,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정체성을 뜻한다.

** 현대 사회의 성립을 위한 핵심적 전제 중 하나로 한 개인의 정체성 서사의 최종 편집권이 공동체가 아닌 당사자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이 개념에 대해 극도로 적대적이지만, 사실 복음주의의 핵심적인 정의 중 하나인 '회심'이나, 선교의 핵심 전제 중 하나인 '개종'같은 같은 개념들은 모두 종교적 자기 결정권을 전제한다.

*** 이성애자가 아니거나 시스젠더가 아닌 모든 지향을 일컫는 말

**** 소수자 집단의 일원은 아니지만 그 집단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 여기서 문제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을 여성처럼 취급/사용하는 것이며, 이는 남녀 간의 차이를 소멸시키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였을 뿐 아니라, 하나님이 자녀 생산을 위해 주신 ‘씨’를 낭비하고 오용하는 행위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수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가부장적 맥락에서 여성은 성적 주체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간의 동성애는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으며 성경 역시 이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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