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예술/미술

프란시스 베이컨 (안나 마리아 빌란트 지음, 예경 펴냄)

by 서음인 2016. 5. 27.

표현주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대하는 것은 커다란 정서적 충격을 동반한다. 이 기괴한 아일랜드 화가의 그림에서 보이는 대상에 대한 왜곡과 변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야만성과 추악함, 역겨움과 끔찍함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가 그리는 왜곡되고 분열된 인물들은 "텅 빈 공간 안에서 철저하게 고립되고 소외되어 있으며,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폭력과 비극, 죽음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이런 그림의 특징이 “삶과 죽음의 이중성, 곧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운명과 고유의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한 불안....” 을 드러내며,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 보다는 가능한 한 사실적이면서 암시적으로 감각의 이면을 들춰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가 그리는 일그러지고 추악한 사람들의 모습은 내부의 죄와 외부의 억압에 의해 의해 왜곡되고 타락한, 그리하여 하나님의 존엄한 형상을 상실한 채 이미 그 안에 부패와 죽음을 지니게 된 우리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감추어진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끔찍한 그림들에 매혹되고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사실주의!  그러나 진중권의 反戰서적 <레퀴엠> 에 의하면 현대의 야만은 그의 그림들은 사실로 만든다. 진중권은 말한다.  “아방가르드 예술은 조각난 것을 선호했다. 이들이 예술의 가공을 통해 해낸 그 일을 오늘날에는 폭탄이 대신하고 있다. ....그리하여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더 이상 예술의 가공을 거친 큐비슴이 아니다. 그 작품 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인간의 신체들은 예술의 결과가 아니라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난 어느 마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리얼리즘의 산물이다. 이렇게 전쟁은 큐비즘을 리얼리즘으로 만드는 역설을 실행한다”. 그렇다면 이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일그러진 얼굴들과 고깃덩어리 같은 신체들 역시 오늘날도 지구상의 어디에선가 자행되고 있는 '폭력' 이 누군가의 육체에 구체적으로 남긴 사실의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큐비즘을 리얼리즘으로, 표현주의를 사실주의로 둔갑시키는 야만의 시대라니!




<프란시스 베이컨>

프란시스 베이컨, <십자가 아래 인물들을 위한 세 습작>

파블로 피카소, <게르니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