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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여성소수자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 (이화경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by 서음인 2016. 5. 26.

이 책은 소설가 이화경이 삶의 여정에서 만났던 열 명의 작가들 (모두 여성이다) 과 밤을 세워가며 교감한 소통의 기록이다. 19-20 세기의 격동기를 살았던 그녀들은 당대의 인습에 저항하여 자신과 세상이 누군지에 대한 정확한 앎을 추구했고, 자유롭고 당당한 삶의 주인이자 주체로 서고자 했으며, 그 결과 처하게 된 억압과 고통 그리고 비극적 삶 앞에서도 결코 굴복하지도, 지성의 의연함을 잃지도 않는다. 또한 그녀들은 감당하기 힘든 개인적 고난의 와중에서도 언제나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했으며, 고통 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넘어 보편적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지난한 여정이었으며, 신학자 로호만이 그의 책 그리스도냐 프로메테우스냐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에서  언급했던 "프로메테우스적 존엄(위엄)" 이라는 표현이야말로 이러햔 그녀들의 삶에 대한 가장 적절한 경의와 찬사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하게 될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적어도 제도로서의 기독교에 대해 지극히 적대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그녀들의 “프로메테우스적 존엄”이 과연 “십자가”나 “하나님 나라”와 접점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초월적 은총은 인간적 형태의 존엄에 덧씌워진 신성과 구원의 아우라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인하고 非神話化 하지만 결코 인간적 존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하나님은 역사 내에서  다양한 ‘프로메테우스’들과 협력하여  화해와 해방의 하나님 나라 과업을 수행하도록 격려하는 분이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억압과 불의에 대해 싸우는 모든 이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다는 로호만의 생각을 일단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잠정적 해답으로 삼기로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주로 타자에 대한 부정과 반대 그리고 분리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 왔던 한국의 보수교회가 이 심히 ‘부정한 죄인’들에게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배울 능력 자체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목차


1. 어떤 유혹에도 포기할 수 없는 자존감에 대해,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

2. 사랑 없이 산다는 건 죽도록 슬픈 일이다, 조르주 상드, 《조르주 상드의 편지》

3. 젊은 영혼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실비아 플라스, 《벨 자》

4.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5. 당신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6. 청춘아 걸으라, 그대의 뼈는 부서지지 않으리니 잉게보르크 바흐만, 《삼십 세》

7.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혁명을 로자 룩셈부르크,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8. 타인의 아픔에 울어보지 않고 나를 알 수 있을까 수전 손탁, 《타인의 고통》

9. 세계는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진한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0. 그들이 그려놓은 이미지대로 살고 있지 않은가 시몬느 드 보부아르, 《위기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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