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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사회/여성소수자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솔다드 브라미 그림, 도로테 베르네르 글, 한빛비즈 펴냄)

by 서음인 2019. 3. 13.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솔다드 브라비와 잡지 <ELLE>의 편집위원이자 논설위원인 도로테 베르네르가, 인류가 처음 등장한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성차별이 생겨난 이유와 각 시대마다 자행되어 온 차별의 실태 및 역사, 그리고 그에 대한 여성들의 지난한 투쟁과 극복의 과정을 글과 그림에 담아 간략히 설명한 책이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여성의 권리를 빼앗아간 불평등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터무니없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밝히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차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고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노력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삶에서 일어나는 신비에 무지했던 선사 시절 인류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남자의 정액과 부풀어 오르는 여자의 배, 그리고 생리혈"이었으며, 그 결과 남자들은 아이가 자신의 정액 덕분에 생겨난 것이고 여자는 자신이 뿌린 씨앗을 받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거짓 우월감은 공동체를 조직하고 다스리는 일이나 법전과 종교 서적을 편찬하는 일을 남자가 도맡게 되는 원인이 되었으며, 이는 남자에게 종속된 여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즉시 남자의 관점만이 반영된 법전과 종교에 따라 재판받고 처벌당하게 된 차별과 억압의 역사로 이어졌다. 이렇듯 저자들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성차별의 역사는 선사 시절 인류의 무지와 이에 근거한 남자들의 거짓 우월감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한 페이지당 두세 컷의 일러스트가 담겨 있고 하나의 일러스트에 한두 문장 정도의 간단한 텍스트가 달려 있는 이 책은, 총 160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제대로 살펴보는 데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선사 시대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반을 차지하는 여자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겪어야 했던 온갖 차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벌여야 했던 험난한 투쟁의 역사를 일러스트라는 형식에 담아 강렬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단, 이 자그마한 책은 이 분야의 모든 이슈와 논쟁을 세세하게 다루는 학술서가 아니라, ‘성차별이라는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강력한 문제제기내지는 해방과 실천의 열망을 담은 '선언서'에 가깝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성차별의 역사라는 주제와 그에 포함된 여러 논란을 한 권으로 '종결' 또는 완전정복’ 할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 보다 깊은 공부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책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모 서점의 북리뷰 코너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출간된 지 갓 열흘이 조금 넘은 이 자그마한 책에 대해 벌써 많은 리뷰가 올라와 있었을 뿐 아니라 격렬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핫한 이슈이고, 이 논쟁적인 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가고 있다는 뜻이리라. 많은 분들이 읽고 좀 더 다양하고 생산적인 공부와 논의의 길잡이로 삼기를 기대한다.

 

 

목차

 

0 - 남녀 불평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임신과 출산

1 - 첫 인류

2 - 선사 시대

3 - 기원전 3000~기원전 600: 고대 시대

4 - 5세기~15세기: 중세 시대

5 - 예외적인 경우: 베긴 수녀들

6 -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7 - 마녀사냥

8 -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9 - 19세기: 나폴레옹 법전

10 - 19세기

11 - 서프러제트: 20세기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을 위한 투쟁

12 - 1918~1945: 1차 대전과 제2차 대전 사이

13 - 1945~1975: 냉전

14 - 시몬 베유와 낙태의 역사

15 - 미국 흑인 여성들의 삶

16 - 1975~2000

17 - 21세기: 2000년 이후

18 - 현황 점검: 오늘날 남녀평등은 어디쯤 와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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