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 그리스도교 개혁의 기수 (스콧 핸드릭스 지음, 전경훈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

프린스턴 신학교의 종교개혁사 명예교수이며 국제루터연구총회의 지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콧 핸드릭스는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에서 간행하는 Very Short Introduction(VSI)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이 “루터의 전기나 그의 신학에 대한 개론서”라기보다는 “그의 삶, 그가 맺은 관계, 의제와 활동, 견해와 편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자신을 드러낸 인간으로서 그가 간직했던 신앙과 그가 느꼈던 감정들을 포착하려 한 일련의 스냅사진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은 판형에 180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에서 먼저 루터의 삶과 신학 및 종교개혁의 진행과정에 대해 개관하고, 루터 개혁의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라 할 루터 성경과 개혁의 결과 탄생한 새로운 교회의 특징을 설명하며, 루터와 가정생활과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들을 언급한 후, 마지막으로 루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긴 유산들을 조명한다.

현대 학자인만큼 20세기 초중반 ‘루터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처럼 루터를 ‘고독한 양심의 종교’를 주창한 근대적 혁명가나 종교개혁을 홀로 이끈 고귀하고 영웅적인 투사로만 묘사하고 있지는 않으며, 루터를 “최초의 근대인이라기보다 최후의 중세적 개혁가”라고 평가하거나 그가 선대의 개혁가들을 뛰어넘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형을 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그간 축적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루터를 신격화된 영웅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당대의 문제와 치열하게 씨름했던 한 인간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루터가 없었다면 광범위한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하거나, 루터의 부정적 유산에 대해서도 비교적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루터와 그의 시대』보다는 ‘신학’과 ‘교회사’에 경도된 개신교의 전통적인 종교개혁 이해와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종교개혁사를 전공한 루터교 역사신학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루터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