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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의 생애 (롤란드 베인톤 지음, 이종태 옮김, 생명의 말씀사 펴냄)

by 서음인 2018. 6. 11.

영국 태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종교개혁사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예일대 교수로 재직했던 교회사가 롤란드 베인톤이 지은 『마르틴 루터의 생애』는 Christianity Today의 20세기 기독교 서적 100권에 포함되기도 한 고전적인 루터 전기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굵직굵직한 위기의 사건들이 전기 작가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지 모르지만 루터 자신이 구도자로서 겪은 내적인 격변에 의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죄인인 인간이 거룩한 하나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붙잡고 치열하게 씨름했던 루터라는 한 신실한 수도사가 겪은 신앙적 위기와 새로운 신학적 발견이 종교개혁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격변을 일으키는 데 주도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따라서 종교개혁의 시작을 95개조 논지의 게시나 보름스 의회에서의 선언과 같은 가시적 사건에 앞서는 ‘탑 체험’이라 불리는 이신칭의 교리의 발견에까지 올라가 추적하며, 종교개혁에 있어 루터라는 개인의 절대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역할과 공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여러 곳에서 루터나 그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말과 글을 직접 인용해가며 루터라는 인물을 생생하고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있으며, 루터의 평판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한 중세적 신앙행태와 농민전쟁이나 유대인 문제에 대한 충격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글들도 가감 없이 인용함으로서 이 위대한 거인의 어두운 뒷모습을 엿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고전적인 전기나 연구서와 마찬가지로 루터와 그의 업적을 주로 신학사와 교회사라는 제한된 범주 안에서 다루고 있으며, 종교개혁운동을 16세기 유럽 기독교세계라는 보다 폭넓은 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조감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가 그려 낸 “중세적 심성을 가졌으나 신앙적 고뇌를 통해 근대로의 문을 열어젖힌 신앙의 영웅”이라는 루터 像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 집중하는 ‘양심의 종교’야말로 루터 신학의 특징이라는 20세기 초반 루터 르네상스의 주역 칼 홀(Karl Holl)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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