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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저자/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 – 새 시대를 펼친 비전의 개혁자 (스콧 핸드릭스 지음, 손성현 옮김, IVP 펴냄)

by 서음인 2018. 6. 11.

『마르틴 루터 - 새 시대를 펼친 비전의 개혁자』는 프린스턴 신학교의 종교개혁사 명예교수이자 국제루터연구총회의 지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콧 핸드릭스가 학문적 경력을 마무리하며 심혈을 기울여 써낸 훌륭한 루터 전기다. 핸드릭스는 이 책에서 그간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루터를 종교개혁을 홀로 이끌어 간 영웅이나 성인이 아닌 나름대로의 장점과 결함을 지닌 채 치열하게 살아갔던 ‘성도이자 죄인’으로, 독방에서 고뇌하는 고독한 수도사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던 역동적인 인간으로, 그리고 일평생 꿈과 비전을 품었지만 그 비전의 성취를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이를 보는 영광을 후세에 남겨주어야 했던 영광과 좌절을 함께 맛본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루터의 삶과 종교개혁 운동을 신학사나 교회사의 범주에 가두기보다 그가 살았던 16세기 독일과 유럽 기독교세계라는 좀 더 넓은 사회 역사적 맥락에서 살피고 있으며, 일반적인 루터 전기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하는 1530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그리고 루터가 종교개혁자로 재탄생한 인생의 결정적 전환이 95개 논제 게시나 보름스 제국의회보다 늦은 시기인 바르트부르크 성에 유폐되었을 때 일어났으며, 종교개혁은 이 시기에 루터가 없던 1522년의 비텐베르크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함으로서, 개혁의 불씨를 던진 것은 루터이지만 종교개혁 자체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루터의 명성에 치명적인 해를 끼쳤던 농민전쟁이나 유대인과 관련된 글들을 ‘날것 그대로’가 아닌 상당히 완화된 형태로 인용하고 있으며, 루터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도 꽤 인색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베인톤의 책과 비교해 이 책이 루터의 삶과 업적을 좀 더 충실하고 세세하게 다룬 더 완성도 높은 전기라고 할 수 있지만, 루터의 삶에 존재하는 모난 부분들을 조금씩 깎아내다 보니 루터라는 다면적이고 모순적인 인물이 가진 ‘야성’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데는 조금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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