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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역사

초대교회사, 중세교회사, 종교개혁사, 현대교회사 (후스토 L. 곤잘레스 지음, 은성 펴냄), 3천년 기독교 역사 I, II, III (디아메이드 멕클로흐 지음, CLC 펴냄)

by 서음인 2019. 5. 25.

은성에서 4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후스토 곤잘레스교회사CLC 가 세 권으로 펴낸 디아메이드 맥클로흐3천년 기독교 역사는 정평을 얻어온 교회사 교과서들입니다. 쿠바 출신의 미국 교회사가와 영국 성공회 기독교 역사가에 의해 서술된 이 두 권의 책은 체제와 서술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최소한 한 가지 측면에서는 서로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책들은 칼케돈 · 라틴 · 개신교 · 서구교회라는 ‘주류’와 정통이 교리적으로 승리하고 지리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그려 온 전통적인 서구 개신교의 역사쓰기를 지양하고, 칼케돈 기독교와 非 칼케돈 기독교, 라틴 기독교와 동방 기독교, 서구 기독교와 비서구 기독교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기독교 역사를 서술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서방 라틴 기독교 중심으로 서술된 또 다른 저명한 교회사 교과서인 윌러스틴 워커기독교교회사와 비교해 보면 좀 더 분명해집니다.

 

은성에서 번역한 후스토 곤잘레스의 네 권짜리 교회사는 예수의 승천 직후 예루살렘에 존재했던 교회로부터 20세기말 남미 교회의 부흥에 이르기까지, 교리와 교회제도의 변화 및 주요 인물과 사건들을 포괄하는 2000년 교회사의 모든 영역을 쉽고 친절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시대 순서대로 설명해가는 연대기적 서술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특별히 더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의 연속성을 희생하더라도 별도의 장절을 할애하여 자세히 다루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교회사책답게 주로 교회제도나 신학의 변화에 중점을 맞추고 있으며, 세속사의 주요 사건들 및 예술이나 건축과 같은 관련 영역들은 주로 교회사의 배후에서 종속된 형태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앞에 언급했듯 비칼케돈이나 동방 기독교에 대해서도 꽤 자세히 서술하지만 주로 서방 라틴 기독교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15세기부터 시작된 가톨릭과 개신교의 세계선교 운동 이후부터 비로소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세계종교로 확장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기독교가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는 20세기 후반기의 비서구 지역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할애하면서, 미래의 교회사는 모든 지역과 민족들을 포괄하고 그간 교회사에서 배제되어 온 사람들의 믿음과 삶과 투쟁을 인정하는 지구사(global history)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독창적인 관점이나 '튀는' 해석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역사가로서의 비판적 시각'과 '교회에 대한 애정'이라는 두 과제를 잘 조화시켜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안에 성공적으로 담아냈으며, 중남미 출신이면서도 서구의 주류 개신교 전통에 서 있는 미국 교회사가가 써낸 탁월하고 균형잡힌 교회사 교과서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의 기독교 역사가인 디아메이드 맥클로흐3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기독교의 역사는 2천년전에 살았던 예수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그 원천은 그보다 천년이 앞서는 헬라세계와 유대세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독교의 역사를 3천년 전까지로 확장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는 그 시작에서부터 엄청난 다양성을 지닌 운동이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지중해 서쪽 뿐 아니라 동쪽이나 남쪽 지역으로까지 활발히 전파되었던 세계적 종교였다고 강조하면서동시대의 라틴 기독교와 거의 비슷한 정도의 분량을 할애해 시리아나 페르시아, 에티오피아, 심지어 인도나 중국에서까지 자리잡았던 정교회 및 非 칼케돈 기독교회의 역사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칼케돈 - 非 라틴 기독교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으로 고백했던' 모든 집단들의 총체적 역사를 기술하려는 일관된 태도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입니다. 

 

자신을 '교회사가'가 아닌 '역사가'로 규정하는 맥클로흐는 독자들이 기독교 밖에서거리를 유지하며 이 책을 읽도록 권유합니다. 그리고 교회사의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 또는 교리적 논쟁에 대해 정통-이단, 진리-비진리라는 호교론의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비평적이고 객관적인 역사가의 시각을 견지하면서 그 사실과 공과를 냉철하게 판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속사의 중요한 사건들은 배경으로 물러나는 대신 교회사와 긴밀히 상호작용하거나 심지어 교회사를 이끌어가는 적극적 동인으로 간주되기까지 합니다한 마디로 전통적인 의미의 교회사라기보다는 역사의 각 시기마다 기독교라는 종교가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예술의 제 영역을 포괄하는 당대 세계와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되어 왔는지 살피는 기독교 역사’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심각한 존재의 위기에 봉착한 오늘날의 기독교가 갱신될 수 있는 길은 하나님 말씀에 대한 경청과 묵상에서 오는 신비의 경험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다소 놀라운 결론으로 이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읽은 내 결론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독교는 그 시작에서부터 엄청난 다양성을 품은 운동이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 내내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파되어 왔다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칼케돈 · 라틴 · 개신교 · 서구 중심의 교회사는 풍요로운 '2천년' 혹은 '3천년' 기독교 역사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현재와 미래의 교회사는 서구 중심적 패러다임을 넘어 모든 시대와 지역을 포괄하는 세계기독교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 기독교 역사는 당파적이고 고립된 호교론을 넘어 세속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야 한다는 것. 어떤 시대이든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는 결국 신비의 회복’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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