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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역사

교회사 핸드북 (로버트 린더 외 지음, 송광택 옮김, 생명의말씀사 펴냄), 기독교의 역사 (알리스터 맥그라스 지음, 박규태 옮김, 포이에마 펴냄)

by 서음인 2019. 7. 6.

교회사 공부의 마지막으로 생명의 말씀사에서 펴낸 교회사 핸드북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쓴 교회사 입문서인 기독교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고백했던 모든 사람들의 역사를 포괄하는 세계교회사를 지향했던 후스토 곤잘레스의 교회사나 디아메이드 맥클로흐의 3천년 기독교 역사와 달리, 주로 칼케돈 · 라틴 · 개신교 · 서구 · 복음주의라는 보수’ ‘정통기독교의 관점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을 전개한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교회사 핸드북은 영국의 라이온 출판사가 펴내는 ‘Lion handbook’ 시리즈의 하나인 "The history of christianity"를 번역한 책입니다. 65명에 이르는 기고가들이 분야별로 나누어 쓴 이 책은 교회사 전체를 교회의 시작(1-325)에서 2000년을 향하여(1914- )까지 총 일곱 시기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각의 시기는 콘스탄틴 대제와 기독교 제국이나 종교개혁과 같이 그 시기의 중요한 역사적 흐름을 개관하는 비교적 긴 서너 편의 글들과, ‘아타나시우스아프리카 독립교회와 같이 당대의 중요한 인물이나 제도, 혹은 운동에 대해 설명하는 여러 편의 짧은 박스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기고자들 중에는 전문 역사학자들 외에 제임스 패커, 엔터니 티슬턴, 제임스 던, 존 하워드 요더, 르네 빠딜라, 한스 로크마커같이 복음주의권의 어벤저스급 학자의 이름들이 자주 눈에 띠어 흥미를 더해 줍니다.

기고자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의 아티클들은 일차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전통적인 교회사 서술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전문 역사가들이 쓴 시대별 개관 글들의 경우 마치 백과사전의 해당 항목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품격이 있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풍부하고 다양한 사진과 그림과 도표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줍니다. 1977년에 원서 초판이 나온 책이다보니 사실에 대한 판단이나 해석이 최근의 교회사 책들과 다른 부분이 가끔 눈에 띠고, 특히 종교개혁과 관련된 글들을 포함한 몇몇 아티클들은 현재의 시각에서 볼 때 편향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복음주의 편을 드는 경향도 보입니다. 오래된 책이고 번역 문제도 있어서 굳이 사서 읽기까지는 권하지 않습니다만, 혹시 소장하고 있다면 아직 사전이나 핸드북으로는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기독교의 역사는 영국의 역사신학자인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쓴 쉽고 흥미로우면서도 믿을 만한 기독교 2천년 역사 입문서입니다. 기독교 역사를 초대교회(100-500)에서 20세기(1914-현재)까지 총 다섯 시기로 구분하고 있는 이 책은, 개별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세세하게 기술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각 시기마다 역사의 이정표가 될 만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들을 선정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해설하는 데 집중합니다. 또한 이 책은 기독교의 신학적 제도적 발전을 다루는 전통적인 교회사를 넘어 교회와 동시대의 사회 및 문화와의 상호작용까지 다루는 기독교 역사를 추구합니다. 읽다 보면 2000년 교회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탁월하게 파악하고 그 의미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저자의 능력에 과연 '정리의 제왕'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곤잘레스나 맥클로흐와 달리 일관되게 칼케돈 · 라틴 · 서구 · 정통 기독교 중심의 서술태도를 견지하며, 그 범주의 바깥에 존재했던 모든 기독교 운동이나 종파의 역사는 당대의 정통’ 기독교와 관련해서만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세속사의 중요한 사건들 역시 당대와 후대의 가시적 교회에 끼친 영향이라는 관점에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으며, 가끔은 '일관된 맥락'과 '명료한 의미'를 얻기 위해 역사의 다양성과 복합성이라는 '사실'의 영역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전에 읽었던 곤잘레스나 맥클로흐의 교과서들보다 "정통 복음주의"의 견해에 훨씬 가까우며, 복음주의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복잡하고 방대한 2000년 교회사의 숲을 처음으로 여행하기로 결정했다면 우선적으로 권유할 만한 좋은 입문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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