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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단상 기독교69

다니엘 밀리오리의 <기독교 신학개론>에 나오는 삼위일체 교리의 '전복적' 성격 오호, 삼위일체 교리의 '심층문법'이 가지는 전복적 성격~~ 좋은 통찰! 어떤 교리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다. "경륜적 삼위일체가 곧 내재적 삼위일체이고, 내재적 삼위일체가 곧 경륜적 삼위일체"이며(칼 라너), "삼위일체 신앙의 심층 문법이란, 자유롭지만 그 자유를 사용하여 자신을 남에게 내어주며, 공동체와 상호성과 공유의 삶을 창조하는 경이로운 하나님의 사랑의 문법이다(다니엘 밀리오리)" (2017, 1, 3) 2018. 1. 3.
<성서, 역사를 만나다>가 설명하는 "성서 안에 있는 낮선 신세계" 제가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 바도 있습니다만, 야로슬라브 펠리칸의 , 볼수록 매력적이네요. 교회사와 세속사, 사본학과 성서학, 기독교와 유대교, 문화사(음악, 미술, 문학)와 선교(성서번역)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성서'에 대한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장의 솜씨가 대단합니다. 한 마디로 '서방 프로테스탄트 교회'라는 협소한 시야에 갖혀 있던 성서 이야기를 '성서 시대 전체'와 '성서의 백성 모두', 그리고 '서구문화사 전체'로 확장시켜주고 있는 있는 진실로 멋진 책입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라면 훨씬 자세하고 권위 있는 책들이 많이 있겠지만, 이 모두를 이토록 흥미롭고 품위있는 텍스트 안에 멋지게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저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제가 아래 본.. 2017. 12. 19.
칼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 - Fintum non capax infiniti! "....'죽은 자들로부터의 부활' 이라고 하는 개념은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어찌하여 너희들은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찾고 있는가" 라고 하는 것. 즉 어찌하여 너희들은 하나님의 진리를 '그리스도교' 와 같은 역사적으로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며,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는 영역과 공간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갖게 되는 영역과 공간 안에서 찾는가라는 질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활'의 개념은 '죽음'이라고 하는 개념, 곧 역사적인 모든 대상 그 자체의 종말이라고 하는 개념에서 생성된다...." "....어떻게 유한한 것이 - 설사 그것이 가장 높은 차원의 종교라 할지라도 - 영원한 것을 파악할 능력이 있겠는가? Fintum non capax infinit.. 2017. 12. 19.
'하나님'과 '하느님', 그리고 '성경'과 '성서' 1. 올해의 책 10권을 골라놓고 보니 첫 번째 책의 제목이 이고 두 번째 책은 였습니다. 기독교인들 중에 어떤 분들은 하나님과 하느님, 성경과 성서 중 어떤 명칭을 사용하느냐에 상당히 민감하신 것 같고, 심지어 과거에 이 일 때문에 다 완성되었던 책이 폐기처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마 각각의 명칭을 고수하기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름의 중요한 역사적, 신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제게 있는 책들 중 각각의 단어가 제목에 나오는 것들을 찾아보니 아주 흥미롭습니다. '성서'라는 말은 '성경'과 비교해도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사용되는 빈도수도 많아 보이고 제임스 패커가 편집한 같이 비교적 보수적인 책들에도 사용되고 있는 반면, '하나님'에 비해 '하느님'은 .. 2017. 12. 13.
<종교신학 강의>와 <오픈 시크릿>에 나오는 종교 간 대화 정재현 교수의 를 막 다 읽었습니다. 제목대로 종교신학(배타주의-포괄주의-다원주의)을 강의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무서운' 책입니다만,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며' 우리가 가진 '신앙'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통찰력 넘치는 책이기도 하네요. 특별히 '자기동일성'에서 '구성적 상대성'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종교 간 대화를 강조하는 종교신학자 레이문도 파니카의 견해에 눈길이 갑니다.파니카는 종교간 대화의 규칙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개종이라는 도전에도 직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종 불가라는 틀에 묶인 채 기계적으로 자신이 소속된 종교에 투신하는 것을 참된 신앙으로 보기 어려우며 ....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우리는 새롭게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믿어서 잘 간직하고.. 2017. 12. 9.
요세푸스와 필론이 그려낸 고대 지중해 세계의 '영웅', 모세! 과거 『예수의 역사 2000년』으로 한 차례 만난 바 있었던 위대한 교회사가 야로슬라브 펠리칸(Jaroslave Pelikan)의 새로 번역된 책인 『성서, 역사와 만나다』를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학의 교황' 페르낭 브로델의 말을 인용하여 히브리어 성서의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이 유대교 신앙을 지중해 세계 문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세계종교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주었다고 설명할 뿐 아니라, 흥미롭게도 바로 그 70인역으로 인해 모세가 고대 지중해 세계의 영웅 중 하나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네요! 그리스도교를 넘어 서양 문화사 전체를 아우르는 박식함과 교양, 그리고 품위로 가득한 거장의 책을 읽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 * * * * * *“70인역으로 인해 모세는 ‘그리스어로.. 2017. 12. 7.
<노예의지론>과 <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대하여>를 통해 보는 루터! - 독설가, 스토커, 폭탄, 그리고 "반유대주의의 아버지"? # 오, 루터가 아주 화끈한 사람이었군요. "확신에 찬 주장들에 만족할 수 없어서 ..... 회의론자가 되겠다"는 에라스무스의 말에, "그리스도인이라면 확신에 찬 주장들을 기뻐해야" 하며 "확신에 찬 주장들을 버리는 것은 기독교를 버리는 것"일 뿐 아니라, 심지어 "회의주의자들과 학구파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귐에서 떠나라"고 일갈하는군요. 아이고! 이거 참, 어째야 하나요 ~~ ㅋㅋㅋ#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 그렇게 "오직 성경"만을 외쳤던 루터도 이 글의 중간에서 에 나오는 '스킬라의 바위'와 '카리브디스의 물살',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네요! "오직 성경"이 '성경빼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더 읽다보니 "자유의지가 뭔지 제대로 밝힐때까지 (에라스무스를) .. 2017. 11. 30.
오늘 한국에 루터가 살아온다면? 이번 토요일 페북을 들여다보다가 Jushin Park 목사님이 담벼락에 올린 올해 출간된 루터와 종교개혁 관련 책 사진을 보고 유혹에 굴복해 서점에서 세 권의 책을 사고 말았습니다! 서양사학자가 쓴 책 한 권과 번역한 책 한 권, 그리고 사회학자가 쓴 책 한 권입니다. 이 중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가 쓴 책과 번역한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을 뿐더러 편집이 시원시원하고 삽화가 많다는 점이 특별히 맘에 드네요 ㅋㅋ집에 와서는 그동안 사 왔던 루터와 종교개혁 관련 책들을 한데 모아 봤습니다. 세 번째 사진에서 왼쪽에 누워 있는 책들은 과거에 사 모은 책들이고, 오른쪽에 서 있는 책들은 올해 산 책들입니다. 제 기질이 루터와 거의 상극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관련 책이 별로 없을 줄 았았는데 모아놓고.. 2017. 11. 1.
문서가설과 '소심한' 복음주의자 ? 버나드 앤더슨의 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24장의 시내산 계약체결을 문서가설로 설명한 부분에 도달해 성경을 펴 보니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필체로 이미 해당 내용이 정리되어 있네요! 대체 언제 이런 걸 공부했었는지 궁금증이 생겨 출애굽기를 공부할때 참고했던 책들을 뒤진 끝에 두 권에서 해당 내용을 찾아냈습니다. 클라우스 베스터만의 과 김이곤의 ! 그런데 그중 1996년에 읽었던(혹은 구입했던?) 베스터만 책의 겉표지 뒷면 여백에 “성서해석의 지평이 넒어지기를 기대하며.... 그러나 나는 복음주의자다”고 써 놨군요. 저 정도 책을 읽으며 촌스럽게 뭘 저런 소리까지 써 놨는지 ..... 혹시 마음속에 있는 빅 브라더의 눈초리를 의식했던 것이었을까요! 버나드 앤더슨 1버나드 앤더슨 2내 성경의 요약정.. 2017. 7. 11.
체스터론? 체스터턴! 이 책에 나온 길버트 체스터론(Gilbert Chesteron)은 대체 누구?? 그가 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던 차에 뭔가 짚이는 바 있어 전에 읽었던 책을 찾아보니 역시 제 짐작이 맞았군요. 제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인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 유명한 기독교 변증서 의 저자인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필가 길버트 체스터턴(Gilbert Chesterton)! 한밤중에 구약책에서 체스터턴의 이름을, 그것도 잘못 표기된 형태로 발견하다니 뭔지 약간 초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재봉틀과 우산이 해부대에서 우연히 만난” 셈인가요 ㅋㅋ 2017. 6. 30.
배타주의에서 포괄주의로 - 푈만의 회심 혹은 변절? 이라는 책을 읽던 중 계시에 대한 독일의 루터교 신학자 홀스트 푈만의 견해를, 그의 유명한 교과서인 으로부터 인용한 부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에 의하면 푈만은 일반계시는 하나님의 진노의 계시이며 복음 가운데 드러난 그리스도의 계시만이 유일한 구원의 계시라고 주장하는 '지극히 루터스러운' 배타주의자에 가까왔는데, 은 그가 "일반계시는 단지 진노와 심판의 계시일 뿐 아니라 구원의 계시이기도 하다"는 포괄주의적 계시 이해를 가진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 을 다시 뒤져보니 해당 부분을 아무리 읽어 봐도 그가 분명히 배타주의적 견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맞았습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던 중 혹시나 해서 제가 읽었던 한국신학연구소 판(제3판)이 아닌, 사서 고이 모셔만 놓았.. 2017. 3. 8.
'익숙함'을 버리니 '문학'과 '문맥'이 보이더라 - 성서(번역)의 역사 서구 기독교를 1500년 이상 지배했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컸던 성경 번역인 불가타 역을 만든 히에로니무스도 당대에는 고풍스러운 고대 라틴어로 된 기존의 텍스트를 감히 읽기 쉬운 당대의 일상 라틴어로 바꾸려고 했다는 이유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었군요. 1000년도 넘은 세월이 지난 후 그 불가타 역의 문제들을 고치려 했던 에라스무스 역시 일개 문법학자가 사소한 실수나 오탈자를 빌미로 삼아 거룩한 성경(불가타)의 텍스트를 공격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고요. 심지어 그 후 "쟁기를 모는 모든 소년이 성직자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게 할 것"이라며 영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는 당대의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통속적인 잉글랜드 방언'으로 성경을 번역했던 윌리엄 틴데일은 교살당한 후 화형에 처.. 2017. 1. 21.
가난한 자들의 인식론적 특권 강호숙 박사님이 쓴 을 읽은 후 다시 살펴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슬피 울며 따라가던 여인들을 향해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을 위해 울라" (눅 23:28)고 말씀하신 부분을 "예수님께서 자기의 슬픈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는 여인들을 교정해 주시는 것"이라는 일종의 질책으로 해석한 (남자가 썼음에 틀림없는) 공과가 있었나 봅니다. 또 모 신학대학 남자교수께는 이라는 자신의 책에 "사복음서에는 부활의 첫 증인이 막달라 마리아로 되어 있지만, 기독교 전통으로 볼 때 수제자였던 베드로를 부활의 첫 증인으로 간주한다"라고 썼다고 합니다. 바로 제가 30년 이상 다닌 교회가 속한 교단의 주일학교 공과에 나오는 이야기요, 그 교단에 속한 신학교 교수의 말입.. 2016. 12. 14.
근본주의 불완전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종교적이든 이데올로기적이든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는 결국 악, 그것도 절대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독교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근본주의자들은 모든 악이 제거된 하늘나라를 이 땅에 세우길 열망하지만 그들이 세상에 불러들이는 것은 언제나 지옥일 뿐이다. 철학자 칼 포퍼는 명저 에서 특정한 도그마나 이데올로기를 통해 모든 사회악을 한번에 일소하고 이상사회를 만들겠다는 '유토피아적 사회공학' (강준만의 표현을 빌자면 '발본색원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날카롭게 경고한다. 아래 인용한 기독교 저술가인 C.S. 루이스 역시 에서 특별히 종교적 근본주의의 위험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다. “인간의 영혼 속에 초자연이 들어오면 좋은 쪽과 나쁜 쪽 모두.. 2016. 7. 15.
순수와 오염,그리고 레위기 1. 레위기는 저같이 직업상 수술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의사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본문입니다. 레위기의 聖-俗/정결-부정 개념이 수술실에서의 소독-오염 개념과 놀랄만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2. 수술자가 일단 손을 씻고 소독된 가운을 입으면 그때부터는 주변 사람이나 사물과 구별되어 ‘소독된’, 즉 ‘거룩한’ 상태로 바뀝니다. 만약 이렇게 ‘거룩해진’ 사람이나 사물이 그렇지 않은 영역과 접촉하게 되면 그 사람 혹은 사물은 ‘거룩’을 상실하고 ‘오염’된 혹은 ‘부정한’ 상태로 전락하게 되며, 실수건 부주의건 수술방에서 감히 이 ‘거룩’의 영역을 침범한 자는 아마도 당장 ‘천둥 같은 진노의 음성’뿐 아니라 수술 후에 떨어질 모종의 ‘불벼락’까지 감수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 2016.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