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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단상 기고/단상 일반44

'창백한 푸른 점'과 페친의 귀한 선물! 이전에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SNS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던 페친 한 분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귀히 간직하겠습니다! 2019. 9. 2.
『우표, 역사를 부치다』가 설명하는 한국전쟁의 기원! ‘우편학자’인 나이토 요스케라는 분이 짓고 정은문고에서 번역해 펴낸 『우표, 역사를 부치다』라는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진 1, 2) 저자는 “우표나 우편물이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론 경제학 미디어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라고 주장하면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미디어로서의 ‘우편’, 즉 ‘우편 미디어’를 활용해 국가나 사회, 시대나 지역의 본모습을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우편학의 기본 구상”이라고 말합니다. 특별히 ‘반미의 세계사’를 ‘우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살피는 이 책의 첫 장이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다루는 부분이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데 서술이 상당히 정확하고 균형잡혀 있는 것 같네요. 재밌게 읽어 나가던 중 한국전쟁의 시작과 우표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 2019. 6. 25.
<말이 칼이 될때>에 나오는 혐오표현의 문제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의 문제를 다룬 법학자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읽고 있습니다. 부제이기도 한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저자가 자신을 크리스찬이라고 밝히고 있어서 더 반가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류교회는 대체로 성경의 이름을 빌어 반유대주의나 성차별 및 인종차별, 노예제도와 같은 타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적극 옹호하는 편에 서 왔지만, 가끔 이러한 당대의 집단적 차별과 범죄에 저항하는 용감한 의인들이 나타나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곤 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읽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같은 기독교인이고, 같은 법학교수고, 같은 법철학.. 2019. 5. 24.
김호기 교수의 <세상을 뒤흔든 사상> 단평! 사회학자 김호기 교수가 쓴 를 다 읽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 원리와 제도를 분석하고, 이 사회적 구속 아래 놓인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현대의 고전 40권을 소개한 책입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일단 소개된 책의 면면부터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책당 5~6페이지 분량 안에 저자 소개와 내용 요약, 그 책이 서구와 한국의 지식계와 일반 사회에 끼친 충격과 영향까지 명쾌하게 담아낸 저자의 지성과 역량이 놀랍습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독서의 반려로 삼아야겠습니다! 맥클로흐의 도 이제 250 페이지 정도 남았는데 빨리 끝을 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도 유혹을 못이기고 집앞 서점에서 산 저 네 권의 책은 언제나 읽을 수 있으려나요 ㅋㅋ 2019. 5. 18.
<매니큐어 하는 남자>를 보며 '매니큐어 하는 어르신'을 떠올리다. 오늘 서점에서 시원하게 한 번! 오늘도 이러저러한 책이 좋다는 페친들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지만, ”죄가 있는 곳마다 은혜는 더욱 넘치도다”는 바울 사도의 일갈을 떠올리며 애써 무마중입니다! ㅎㅎ 제 환자중 외모나 옷차림은 지극히 평범한데 유독 예쁘게 기른 손톱에 매니큐어를 네일아트 수준으로 화려하게 바르고 가끔 립스틱까지 칠하고 오시는 남자 어르신이 계십니다. 놀라운 것은 대기실에 계시는 분들 대부분이 그 어르신에게 관심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골의사 17년 경험에 의하면 10년 전만 해도 간섭에 수군거림에 난리가 났을 일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산 책중 강남순 교수님이 쓴 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조만간 그 어르신을 떠올리며 열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2018. 12. 29.
페북 "늙어보이기 대회" 출품작들! 요즘 연말을 앞두고 최대한 늙어보이기 대회를 한다고 해서 좀 연조있는 (1991년 수련회 가이드북 빼고 나와 만난지 최소 삼십년이 넘은) 애들 중 몇몇을 골라 봤습니다. 지금 보니 1991년까지도 수련회를 “국민학교”로 갔군요. 그런데 성탄절 특집호에 대체 어떤놈(?)이 나를 바보라고 적어놓은 거야 ~~ ㅎㅎ# 앗~~그러고보니 1984년 고 2때 창세기 성경공부 노트가 있었네요. 지금은 LA 향린교회에 계시는 곽건용 목사님과 함께 했던 공부노트입니다 ㅎㅎ 2018. 12. 28.
<위대한 미술책>에 나오는 혼자 하는 공부의 즐거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두뇌와 삶을 건강하게 지켜 준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건강한 호기심은 그것이 대단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세상 모든 것과 관계를 맺고 의미를 묻는 일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일은 세상과 더 멋진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듣고 보고 느낄수록 그만큼 더욱 풍요로워진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공부하는 일 역시 세상과 더 많이 감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많은 공부를 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 그러나 자기 스스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하는 공부와 독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과시용 공부가 아닌 자기충족적인 공부의 기쁨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조금 어려운 책을 만나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게 힘들 수는 있지만 지루.. 2018. 8. 23.
1987년, 역사의 해! 의 리뷰를 쓰면서 궁금한 것이 있어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펼쳐보던 중 라는 책에서 웬 종이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1987년도 예과 2학년 때였나 본데 책을 읽어가며 혼자서 무슨 연표를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본인도 못 알아보는 악필과 온갖 색깔을 칠해가며 책 지저분하게 읽는 것은 똑같았군요. 돌아보니 참 별짓을 다 했었습니다 ㅋㅋ야밤에 홀로 향수에 젖어 그 시절에 읽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역사책들을 서가에서 꺼내 보니 죄다 1987년에 읽었던 것으로 되어 있네요. 제목과 본문에 보이는 한문들이 이 책들의 연륜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이때쯤 읽었을 김학준 교수의 와 그 유명한 ‘해전’은 어떤 분이 빌려가서 지금쯤 누군가의 서가에 꼽혀 있을 것이고 ..... 어쨌든 제 인생에서 1987년은 .. 2018. 8. 4.
노희찬 의원과 최인훈 선생님이 눈을 감은 날에 .... # 오늘 아침부터 제가 좋아했던 정치인인 촌철살인의 대가 노희찬 의원과 한때 정말 푹 빠져 살았던 소설가 최인훈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하고 계속 마음이 무겁습니다. 진짜 악인들은 믿기만 하면 구원을 준다는 '교회'라는 곳까지 들락거리며 천국행 티켓까지 얻어 떵떵거리며 오래오래 잘만 살던데 .... 말과 글의 힘과 품격을 보여준 두 분 모두 평안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 세로조판이라 보기도 불편한 최인훈 선생님의 책들을 밤새도록 읽고 또 읽던 예과 2학년 시절이 떠오릅니다(사진 1).특별히 그의 소설 의 마지막 한 페이지는 지금까지도 제 마음 한구석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사진 2). 왜일까요?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폭력도 혐오도 구별도 아닌 오직 사랑만이 구원할 .. 2018. 7. 24.
책의 소우주를 탐사하다 과거의 나와 마주치다! 얼마 전 아리스토텔레스와 메리 더글러스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만, 한 권의 책이 품고 있는 지식의 네트워크라는 소우주를 탐사하다 보면,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과거에 행했던 지적 탐구의 흔적과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독서 컨디션이 좋아 이런저런 분야의 책을 마구잡이로 섞어 가며 읽는 중이라 그런지 그런 예가 자꾸 눈에 띠네요! 최근에 발견한 예로는 (1) 고대 이스라엘의 가정에 대해 다룬 구약신학서의 한 아티클에서 아날 학파의 거두인 프랑스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의 명저 을(물론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발견한 경우(사진 1,2), (2) 서양 철학사 교과서에서 얼마 전에 읽은 페미니즘 만화에서 만났던 고대 그리스 시대 여성 수학자의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던 경우(그림 3,4).. 2018. 7. 20.
메리 더글러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오염' 그리고 지식의 네트워트 # (1) 전혀 다른 저자 - 한국의 종교학자와 노르웨이의 철학자 - 가, (2) 전혀 다른 시대에 살았던 두 사람 - 20세기의 여성 인류학자인 메리 더글러스와 고대 그리스의 남성 철학자 아레스토텔레스 - 을 다루는, (3) 크기도 주제도 전혀 다른 두 권의 책 - 90페이지 남짓한 소책자와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교과서 - 을, (4) 연이어서 읽어가는 중에, (5) 거의 동일한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신기하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 누적된 책읽기가 직조해 낸 지적 네트워크의 그물망에 커다란 물고기 한마리가 걸려든 셈인데 ..... 비록 객관적으로는 별 것 아니겠지만 책읽기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중 하나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더 크고 더 촘촘한 네트워크의 그물을 짜서 더 작은 고기까.. 2018. 7. 14.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나오는 "현대 식물학의 시조" 린네의 음란함! 칼 폰 린네 (Carl von Linné , 1707 ~ 1778) 2018. 7. 13.
메리 더글러스와 소수자 혐오, 그리고 경계 건드리기 일전에 주문했던 『메리 더글러스』라는 자그마한 책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 잠시 살펴보려고 펼쳤다가 계속 붙잡고 있습니다. 레위기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접했고,『순수와 위험』을 읽으며 본격적으로 만났던 매력적인 영국 인류학자에 대한 작은 소개서입니다. 작년에 읽었던 책 리뷰를 하나 쓰고 있는 중인데, 쉽고 친절한 이 책이 자꾸 저를 유혹하며 하던 일을 방해하네요. 읽어가며 제가 이 학자에 대해 홀로 공부하며 겨우겨우 이해했던 내용들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특별히 서론을 읽어가며 한국사회에서 떠오르는 쟁점 중 하나인 다양한 혐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띠었습니다. 저자가 메리 더글러스의 통찰을 빌어 혐오란 본능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위생적인 것이라기보다 특정 사회가.. 2018. 7. 11.
독서의 즐거움 - 재밌는 번역어 찾아내기와 아는 이름 발견하기 오늘 읽던 책 중에 나온 재미있는 번역어입니다. 아마도 문화 유물론 (cultural materialism)의 번역어일 것으로 추측되는 “문화 유물주의”와, 흔히 "상부구조"로 번역되는 superstructure 를 옮긴 듯한 느낌이 팍팍 오는 “초구조”! 그런데 찾아보니 “문화 유물주의”는 말은 가끔 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과문한 탓인지 “초구조”라는 용어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토대-상부구조”가 아닌 “토대-초구조”모델이라니, 어째 좀 어색하게 들리긴 합니다 ㅎㅎ 그 와중에도 본문 중에 브루스 말리나나 마빈 해리스같이 아는 이름들이 눈에 띠니 갑자기 맘이 뿌듯해지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역시 재밌는 번역어 찾아내기와 아는 이름 발견하기야말로 책읽는 사람들만이 맛볼 수 있는, 결코 .. 2018. 7. 10.
위대한 보수주의자 칼 포퍼 -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 나오는 권력과 저항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보수주의자 중 하나라는 칼 포퍼의 책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그의 책을 읽어 보니 역사적으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자 중 한 명이었다는 포퍼가 오늘날 한국에 오면 당장 좌파 내지는 반국가 사범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특별히 보수를 참칭해가며 긍정사관이라는 미명하에 허접한 교과서를 통해 잘못된 과거사를 감추거나 왜곡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이나, 국가를 우상으로 섬기기를 강요하며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공권력과 신앙의 이름으로 미화하려는 사람들은 포퍼에게 ‘진짜 보수’가 뭔지 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 정치권력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온당한 생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권력의 역사는 국제적 범죄와 집.. 2018. 1. 16.
알타우저와 기츠? 재미있는 이름들! 알타우저? 기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같기는 한데 이름을 좀 통상적이지 않게 번역하셨네요. 재밌습니다. 아마 루이 알튀세와 클리포드 기어츠겠죠 ㅎㅎ (2016. 1. 12) 2018. 1. 12.
훌륭한 아이러니트와 훌륭한 인간! - 리처드 로티에 대한 단상 에 나오는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1931-2007) 의 사상에 대한 소개글을 읽는 중인데 .... 실천적 차원에서 삶의 지향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어렴풋하게 지녔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자기완성이라는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는 삶! 특별히 살아갈수록 이론과 실천은 서로 생각처럼 밀접한 관계가 아니며, '진리' 혹은 '정통'에 도달하는 것이 저절로 훌륭한 실천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로티의 견해에 점점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2015. 9. 4)자기완성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은 함께할 수 있을까? 리차드 로티, 그리고 정의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 2018. 1. 3.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 알려 주는 大 플리니우스의 책읽기 일본 과학자인 교토대학 교수 가마타 히로키가 지은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을 읽고 있습니다. 진화론의 주창자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부터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베게너의 『대륙과 해양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왔던 14명의 과학자들과 그 대표적인 저서들에 대해, 해당 분야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흥미진진하게 기술한 정말 좋은 책이네요. 그중에서도 오늘 제가 특별히 흥미를 느낀 부분은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자연을 기술한 권위 있는 교과서로 인정되어 널리 읽혔던, 총 37권에 달하는 『자연사, Naturalis Historia』를 집필한 大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23?~78)의 엄청난 학구열과 책에 대한 .. 2017.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