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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문학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쇼노 유지 지음, 오쓰카 이치오 그림,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펴냄)

by 서음인 2019. 10. 4.

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는 대학졸업 후 희망도 의욕도 없이 여행사에 근무하다가 서른 다섯이 되는 해부터 커피를 볶기 시작해 고향인 도쿠시마에 아알토커피‘14g’라는 커피 가게를 열고 10여 년간 커피 로스터로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요식업이나 소매업을 해본 적도 없고 돈도 인맥도 재능도 없었지만 10년간의 좌충우돌 끝에 살아남는데 성공한 저자는, “지금껏 서툴러 하루하루 격투를 벌이는 나 같은 인간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류도 이류도 아닌 보통사람인 자신이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알게 된 것을 앞으로 뭔가 시작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슬쩍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커피가게를 열고 로스터로 살아오며 깨닫고 지니게 된 몇 가지 지혜와 삶의 태도들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맛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손님이다. 주인의 취향을 고집하지 마라. (2) 새로운 아이디어를 억지로 떠올리려 하기보다 남들이 보지 못한 비어 있는 곳을 찾으라. (3) 간단한 일일수록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신용을 잃는다. 결재든 주문발송이든 되도록 신속하게 처리하라. (4) 중요한 것은 커피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볶았을 때 맛있어질 커피콩을 찾는 일이다. (5) 가격을 깎지 말고 손님이 가격 이상의 무엇을 받아들고 돌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짜라. (6) 삶이든 커피콩의 양이든 조금 모자란 듯한 정도가 딱 좋다. (7)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느끼기만 해도 괜찮다. (8) 반드시 정상까지 가려하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를 잠시 즐겨도 괜찮다.

 

저자의 생각은 자족하되 방심하지 말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게는 당연한 일을 하루하루 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전부다라는 저자의 말도 결국 동일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지겠지만, 현실 속에서 이 소박한원칙들을 실천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에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그러나 누군가가 내게 왜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 책이 성공한 커피 로스터의 유용한 비즈니스 노하우를 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일을 하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 평범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삶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어찌 보면 대단할 것도 없는 작은 성공을 이룬 거둔 저자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지만 결코 도달하기는 쉽지 않은 그 '평범함' 때문에 우리에게 더 많은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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