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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문/문학

조지 오웰 (피에르 크리스탱 글, 세바스타앵 베르디에 외 그림, 마농지 펴냄)

by 서음인 2020. 2. 21.

조지 오웰 <동물 농장>과 <1984>등의 소설을 쓴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이나 <카탈루냐 찬가>같은 르포 문학의 걸작을 남긴 탁월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했던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2)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정교한 흑백 만화와 강렬한 컬러 그림에 담아낸 그래픽 전기다. 작가인 피에르 크리스탱과 여섯 명의 만화가들은 식민지 경찰, 극빈층 프롤레타리아, 인민전선 의용군, 르포 작가, 소설가, 사회주의자, 애국자, 국토방위군, 저널리스트, 전체주의자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이 자유로운 휴머니스트의 초상을 150여 페이지 남짓 되는 그림책 안에 잘 그려냈다.

에릭 아서 블레어(조지 오웰의 본명)는 인도의 벵골에서 식민정부의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했던 어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가난한 장학생이라는 이유로 온갖 모멸을 겪었던 세인트 시프리안 사립학교를 거쳐 명문 이튼학교에 입학했지만 공부에는 그다지 열심을 내지 않은 채 스포츠와 독서에 열중했다.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버마로 건너가서 경찰로 5년간 근무했으며, 나중에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버마 시절>(1935) 이라는 소설을 썼다. 제국주의에 혐오를 느껴 경찰을 그만 둔 후 귀국하여 런던과 파리를 전전하며 접시닦이, 가정교사, 사립학교 교사, 서점 점원 등으로 궁핍하게 살아가면서 꾸준히 출판사에 작품을 투고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그는 이 때의 경험으로 태어난 작품인 <파리의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조지 오웰로 필명을 바꾼 그는 노동 계급의 비참한 일상을 생생히 묘사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르포르타주문학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 그는 아일린을 만나 결혼하면서 에섹스 지방에 정착해 양계장과 펍을 운영했으나,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스페인 통일노동자당의 의용군으로 참전하여 일선에서 싸우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카탈루냐 찬가>(1938)는 혁명의 대의뿐 아니라 그 이면에서 벌어진 어두움까지 생생하게 그려 낸 르포문학의 3대 걸작으로 칭송받는다. 그 후 그는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복무를 자원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국토방위군으로 복무하면서 BBC에서 일했다. 전쟁이 끝난 후 소비에트 공산사회를 풍자한 <동물농장>(1945)과 가공할 전체주의 사회를 그려낸 <1984>(1948)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는 지병이었던 결핵이 악화되어 1950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회주의자였지만 당파적 사고나 행동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총과 펜을 들고 프랑코 정권과 스탈린 체제를 포함해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에 날카롭게 저항했던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 또한 극한 빈곤의 현장이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든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자신이 보고 느낀 바를 정직하게 기록한 치열한 저널리스트이자 르포 작가이기도 했다. 만약 조지 오웰이 지금 이 땅에 살아와, 한국판 프랑코 총통이라 할 만한 유사 파시스트 박정희와 그 딸을 향한 흠모를 멈출 생각이 없는 자칭 태극기부대, ‘좌파정권불안한 마음을 운운하며 수구세력들과 결탁해 호의호식해 왔던 자신들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주류 기독교 집단, 그리고 더러운 빨대를 꼽아 얻은 검찰발 가짜 정보로 대중들을 기만하기에 여념이 없는 너절리스트들이 벌이는 추잡한 작태를 목격한다면, 과연 어떤 글을 써 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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