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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이정모 지음, 사월의책 펴냄), 이명현의 과학책방 (이명현 지음, 사월의책 펴냄)

by 서음인 2020. 1. 11.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이명현의 과학책방은 각각 생화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우리 시대의 탁월한 "과학 커뮤니케이터" 두 사람이 쓴 과학책 소개서다. 과학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민으로써 갖춰야 할 첫째가는 교양은 당연히 과학이어야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첨단과학의 세계를 일반인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대과학의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꾸준히 소개해 온 저자들은 이 책들을 통해 독자들이 끝없이 쏟아지는 과학 교양서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좋은 책과의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고  체제도 두께도 거의 비슷한 이 책들은 일견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각 저자만의 독특한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 

털보관장으로 불리며 저술과 언론매체를 통해 종횡무진으로 활약중인 서울시립과학관의 이정모 관장이 쓴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를 접하면 유쾌’ '상쾌' '명쾌'와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저자는 그의 서평글을 항상 그 책과 관련된 공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지만, 곧 방향을 바꿔 주로 책 자체의 '내용'과 그 과학적 '의의'를 특유의 명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에 담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저자의 명쾌한 정리는 그 자체로 현대과학의 연구 성과에 대한 훌륭한 요약이며, 따라서 이 책은 좋은 과학책’ 소개서를 넘어 훌륭한 과학 교양서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또한 그는 책 한권을 소개할 때마다 그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이나 그 주제와 관련해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을 뭉텅이로 함께 소개함으로서 해당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좀 더 심화된 독서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자들의 지갑을 기어이 열게 만들고야 말 '위험한' 책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보수적인 교회에 다니는 안수집사로 과학과 종교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믿지만, 한국교회에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 사이비 유사과학인 창조 과학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다. 하기야 제정신을 가진 과학도라면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천문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어터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이명현이 쓴 이명현의 과학책방에 수록된 서평들은 '지식' '서사' '서정'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으며,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책의 콘텐츠를 하나의 완성된 서사 안에 녹여 낸 시적이고 서정적인 서평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스스로 서평 에세이라고 이름붙인 그의 글들은 주로 '책'에 집중하는 이정모의 글과 달리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훨씬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대체로 에서 시작해 으로 나아간 후 '책이라는 촉매와 반응한 나’로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을 가진다. 그리고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이정모의 글과 달리 "촘촘하게 정보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으면서도 .... 어떤 과학 이야기도 시처럼 아름답게 연출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과학도 결국 사람이 하는 사회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과학 활동이나 과학책과 관련된 과학 공동체 혹은 독서 공동체의 반응과 흥미로운 뒷이야기까지 서평의 내용을 확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가 이미 적실성을 상실한 진화심리학적 유산에 불과하다는 철저한 무신론의 입장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책들을 덮은 지금 내 책 구매 위시리스트에는 사야 할 과학책 목록이 서른 권 이상 추가되고 말았다. 도대체 나는 어쩌자고 새해 벽두부터 아름다운 표지에 홀려 지갑을 탈탈 털어갈 이 위험한 책들을 펼쳤단 말인가?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어둠 속에서 나와의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던 수많은 과학책들이 빛 속으로 걸어나왔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독자와의 만남을 갈구하는 저 책들의 애절한 외침을 어찌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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