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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장 노엘 파비아니 글,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번역, 한빛 비즈 펴냄)

by 서음인 2020. 2. 5.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는 프랑스의 조르주 퐁피두 병원 정신과 교수인 장 노엘 파비아니가 만화가인 필리프 베르코비치의 도움을 받아 원시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이 걸어온 역사를 만화의 형태로 소개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원시시대의 주술로부터 발전해 온 의학은 질병과 신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관찰을 중시했던 히포크라테스 이후로 과학적인 의술로 나아가기 시작했지만, 수 세기 동안 연금술이나 미신, 종교 교리와 같은 강력한 신화들과 맞부딪히면서 진정한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해 왔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때로는 진지하고 감동적이며 때로는 유쾌하거나 우습기도 한 위대한 선구자들의 노력과 열정, 고난과 승리의 이야기들을 240여 페이지 남짓의 만화에 흥미롭게 압축해 담아냈다.

2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두 장은 원시시대에서 서구 중세 시대까지를 다루며, 원시시대 · 고대 이집트 · 고대 히브리 · 고대 중국 · 고대 그리스와 로마 · 페르시아와 아랍 · 기독교 중세 등 당대의 대표적인 문명이 발전시켜 온 의학의 특징을 알려준다. 그리고 3장에서 18장까지는 전염병 · 외과학 · 마취 · 감염 · 신경과와 정신의학 · 병리 · 약리 · 법의학 등 의학의 주요 분야에서 위대한 선구자들에 의해 이뤄져 온 중요한 진보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19장에서 21장까지의 세 장에서는 사회보장제도와 인간 중심의 의료 · 방사선 피폭이나 에이즈와 같이 현대에 출현한 질병들 · 첨단 과학의 발전과 의학의 미래 등 주로 의학계의 현재 이슈와 미래의 모습에 대해 살피고 있다. 제한된 지면에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개별적인 인물이나 주제의 소개가 지나치게 간략해진 느낌은 있지만, 가독성이 뛰어나고 정보가 정확해 의학사 분야의 입문서로서 적극 추천할 만 하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환자들이란 성격과 표현 방식이 모두 다르기에 수학 방정식의 변수처럼 단순히 다룰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근거 중심의 의학에만 의존하지 않고 설령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해도 이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이 책의 주제인 의학사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과학으로 발전되어 온 현대 의학과 상충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개원의로서 오랫동안 일선에서 환자를 접해 온 내게는 이러한 저자의 태도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의사는 일차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고 진료와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과학자이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는 의료인의 기본적인 자세다. 그러나 의사가 질병이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잊고 차가운 원칙만 고집하는 순간, 환자가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비인간적인 ‘원칙충'이치료 기계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목차

제1장 원시시대에서 고대시대까지
제2장 중세시대
제3장 이발사에서 외과의사까지
제4장 전염병
제5장 혈액순환
제6장 의학 기구
제7장 근대 의학
제8장 마취법의 발견
제9장 감염과의 전쟁
제10장 실험 의학
제11장 소아 의학
제12장 뇌 질환의 발견
제13장 안과학
제14장 세포병리학과 유전학의 출발
제15장 출산과 피임, 그리고 성
제16장 대체기술의 등장
제17장 약초에서 알약까지
제18장 법의학
제19장 사회보장제도와 인간 중심 의료
제20장 현대에 찾아온 재앙
제21장 의학의 발전

참고문헌
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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