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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모든 순간의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by 서음인 2020. 2. 6.

이 책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물리학자인 저자 카를로 로벨리가 20세기 물리학의 주류인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통합해 루프양자중력이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물리학의 핵심 이론과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130에 페이지의 자그마한 책에 담아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일곱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와 2부에서는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인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다루고, 3부와 4 부에서는 각각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적용된 우주의 모습을 살피며, 5부와 6부에서는 자신의 이론으로 본 블랙홀의 모습을 새롭게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 7부에서는 현대 물리학이 그리는 세계 속에서 인간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저자의 이론을 설명하는 5장과 6장은 쉬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 능력으로는 정확한 이해가 쉽지 않았다.

 

모든 과학이론이 그렇지만 특히 현대 물리학이 그리는 세계는 우리의 직관과 상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기상천외의 신세계이며, 수학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이해는커녕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이렇게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 물리학과 우주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을 일상생활에서 빌어온 비유들을 활용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명쾌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언어를 구사하여 난해한 물리이론에서 우아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세상을 보는 경이롭고 새로운 시각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아마도 현대물리와 우주론에 관한 한 빛조차 보이지 않던 완전한 암흑 속에 갇혀 있던 사람이 어렴풋한 형체나마 분간할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얻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3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8쇄를 찍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받았으며, 현대물리학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이 입문 단계에서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

 

7장에서 저자는 인간은 타고난 호기심으로 우주의 놀라운 비밀과 신비를 엿보는 단계까지 도달했지만, 결국 철저하게 별가루에서 만들어진 우주와 자연의 일부이고 내 생각과 정서와 판단은 바로 내 신경세포의 총체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와 정확히 동일하다고 강조한다. 아름답고 시적인 언어로 표현된 저자의 결론은 자연스럽고 정직해 보이지만 동시에 허무하기도 하다. 과연 별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 또는 "생명이란 원자들의 화학반응의 총체다"라는 문장이 인간과 그의 운명에 대해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지식인가? 과연 종교란 태고를 살아가던 인간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고안해 낸 진화심리학적 유물에 불과한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경의 문자가 현대 과학의 영역에서도 진리여야 한다고 굳게 믿는 몇몇 그리스도인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태곳적 인류의 유산을 고이 간직한 '살아있는 유물'이라는 사실이다!

 


요 약


 

일반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의 최대 업적이자 인류가 역사를 통해 쌓아온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특별한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은 한 마디로 새로운 중력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전기장과 동일한 중력장이 존재하고, 이러한 중력장은 공간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공간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공간이 물질과 다를 바 없이 물결치거나 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1) 별 주변의 공간이 어떻게 휘는지 설명하며, 이 곡면 때문에 행성들이 별의 주위를 공전하거나 빛이 직선으로 이동하다가 방향을 튼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 시간 역시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빨리 흐르고 중력이 센 곳에서는 천천히 흐른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3) 공간은 정지된 상태로 있을 수 없으며 항상 확장하고 있다고 알려 준다. (4) 공간이 중력파의 영향으로 물결을 이룬다는 것과 그 파장의 규모가 어떠할지 알려준다. 그의 생각은 아름다우며, 우리가 이 세상을 경이롭고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다.

 

양자역학    막스 플랑크는 전기장의 에너지가 양자와 같은 덩어리 형태로 분포되어 있다고 생각했으며, 아인슈타인은 빛도 입자의 형태인 광자가 무리를 이루어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닐스 보어는 원자 속 전자 에너지도 빛 에너지처럼 양자화된 일정한 값만 취하며, 전자들이 특정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양자도약만을 하면서 광자를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전자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에만 존재하며(관측자 개입), 양자도약은 대부분 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역학 이론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만 설명하며, 이는 한 물리계의 본질적인 실체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이란 (현재 상태를 왜곡시키는)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될 수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우주의 구조     수천 년 동안 세상 사람들은 아래에는 땅 위에는 하늘이 있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으나, 아낙시만드로스는 하늘이 땅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을 모두 둘러싸고 있고 땅은 공간에 매달린 채 표류하는 거대한 바위라고 생각했다. 그 후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천동설은 중세시대가 끝날 때까지 지중해 주변 문명을 지배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이후 지구는 다른 행성과 다름없이 태양의 둘레를 도는 행성임이 밝혀졌으며, 그 이후 태양도 천억 개 정도의 별들이 모여 만들어진 은하계 속의 미세한 알갱이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러한 은하 역하 수천 수백만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거대한 은하구름 속의 먼지나 알갱이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되었다. 그들이 존재하는 우주 공간은 평면이 아닌 곡선이며 거대한 중력파의 파도가 횡단하고 있다.

 

입자     전자와 쿼크, 광자, 글루온과 같은 기초 입자는 우리 주변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기본요소이다. 이 입자들은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물체가 아니라 기본적인 에 상응하는 양자들이다. 이들은 흐름이 있는 작은 파동으로 공간 안의 빈 영역에서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무리지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따라서 우주에 완전히 빈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이 설명하는 세상은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이며, 사물이 주인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 좌우되는 세상이다. 입자이론을 정립한 결과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기본 입자의 표준 모형이 탄생해 지금까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어 왔다. 그러나 이 이론은 지나치게 복잡해 세상을 설명하는 단순하고 우아한 이론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아직 완전히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표준모형은 아직까지 암흑물질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꽤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공간 입자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우리 삶의 방식까지 바꿔놓았지만 적어도 현재의 형태로는 서로 모순되며, 과학자들은 이 두 이론을 통합하는 세상에 대한 더 단순하고 일관된 이론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 중 하나인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거나 무한하게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원자핵보다 수십, 수천억 배나 작은 미세한 알갱이인 공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상을 수용하는 절대 공간도 없고 사물과 별개로 흐르는 연속적인 시간도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은 공간 양자와 물질이 계속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기본적인 과정에서 발생한다. 루프중력이론에 따르면 플랑크의 별은 최대로 압축된 후 팽창하면서 블랙홀을 폭발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으며, 우주도 호두껍질만한 공간 속에 압축되었다가 빅뱅과 빅바운스를 통해 확장하는 중일 수 있다.

 

가능성과 시간 그리고 블랙홀의 열기     과거와 미래의 구분은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엔트로피의 증가)을 바탕으로 한다. 이렇게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열랑이 발생하고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되며, 이는 블랙홀도 예외가 아니다. 스티븐 호킹은 양자역학을 이용해 블랙홀이 항상 뜨거운 상태이며 난로처럼 열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이 블랙홀들의 열이 현재 중력의 특성을 지닌 블랙홀에서 양자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블랙홀의 열은 세 가지 언어(양자, 중력, 열역학)로 쓰인 로제타스톤이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     거대한 은하와 별들의 바다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이며, 현실을 구성하는 무수한 형태와 벽화들 사이의 수많은 물결무늬 중 하나다. 나는 내 몸이며, 나의 뇌와 마음속에서는 나 자신도 헤아릴 수 없는 끝없는 복합성을 바탕으로 한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의 윤리적 가치와 열정, 사랑이 자연의 일부이거나 동물의 세계와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진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자연의 표현 방식 중 한 가지로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는 다른 존재와 똑같이 별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옷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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