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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by 서음인 2020. 1. 17.

떨림과 울림알쓸신잡의 과학박사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양자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김상욱의 물리공부를 기초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물리가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배제하기에 차가울 수밖에 없지만, 이 책에서 가능한 한 인간적인 느낌과 인문학의 관점에서 물리를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떨림울림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현상이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설렘이 독자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많울림을 남기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간략한 단상을 덧붙인다.   



요  약



1. 분주한 존재들



     빅뱅으로 탄생한 초기 우주는 너무 뜨거워서 빛과 물질이 한데 뒤엉킨 어떤 것이 있었을 뿐이었으나, 38만 년이 지났을 때 원자들이 생겨나면서 빛도 그 존재를 드러냈다. 이때 탄생해 지금까지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는 빛이 우주배경복사다. 빛은 진동이 공간으로 전파되는 파동으로 주파수에 따라 마이크로파-전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엑스선-감마선 등으로 나뉘며, 우리는 이 가운데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진동하고 있으며, 물체의 고유진동수로 그 물체에 진동을 가하면 진동이 엄청나게 증폭되는 공명이 발생한다. 전자는 양자역학이 정해 준 특별한 궤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이 특별한 궤도가 원자의 고유진동수를 만든다. 원자에 진동수를 바꿔가며 빛을 쬐어주면 특정한 주파수에서만 빛이 흡수되는 일종의 공명현상이 일어나며, 모든 원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흡수 스펙트럼을 가진다. 빛은 보는 사람의 움직임과 관계 없이 일정한 속력(시속 30Km)을 가지며, 파동뿐 아니라 입자의 성질도 함께 가진다. 우주는 어둠으로 충만하지만, 우리는 태양이라는 작은 별 가까이 위치하기에 빛을 느낄 수 있다. 

 

시공간    138억년 전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함께 생겨났다. 빅뱅의 이론적 기반은 상대성이론이며, 시간과 공간이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풀었을 때 가능한 답의 하나다. 빛의 속도가 일정해야 한다는 제한은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으로 서로 얽히게 만든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길어지고 길이가 짧아지며,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도 점차 길어지고 공간도 점차 짧아지는데 이것은 시공간이 휘어지는 것과 같다. 물리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을 측정으로 얻어진 물리량으로 간주하며, 오늘날 거리와 시간의 기준은 빛의 진행거리와 진동수로 정한다. 우리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인 몇 개의 물리학 법칙만으로 쿼크에서 은하와 우주에 이르는 모든 규모의 공간에서 일아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우주      우주는 시공간과 물질이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상대성이론에서 시공간은 물질과 마찬가지로 기술되어야 할 하나의 대상에 불과하며, 따라서 변화뿐 아니라 시작과 끝을 묻는 것이 가능해진다. 빅뱅이론은 우주가 138억년 전 한 점에서 시작해 팽창해왔다고 이야기하며 관측결과 이 팽창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빅뱅의 증거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천문학적 관측결과와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다. 빅뱅의 순간 만들어진 물질은 언제나 반물질과 함께 태어나며(쌍생성), 이때 물질이 반물질의 양보다 10억 분의 1 정도 많이 생성됨으로서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 우주에는 은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의 회전속도를 예상보다 빠르게 만들어주는 암흑물질이 우리가 아는 물질 총량의 5배가 넘게 존재한다. 현대물리학은 빅뱅 이후 1000억분의 1초 이후의 상태부터 기술이 가능하지만, 통일장이론이나 양자중력이론이 나온다면 1000억 곱하기1000억 곱하기 1000억분의 1초까지 근접하여 우주를 기술할 수 있다

 

원자    우리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은 원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며,사물이 가진 특성은 원자들이 배열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불멸하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원자며 원자가 없다면 세상도 없다. 원자들은 빈 공간에서 자연법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거기에는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자는 수소와 헬륨이며 이 둘을 합치면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거의 100%가 된다. 92번 우라늄까지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으나 그 이후로 118번까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원자들이다. 생명 현상의 모든 것은 원자들의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인간의 탄생과 죽음도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의 무엇이든 그 존재의 작동 방식을 알려고 하면 결국 답을 구하는 여정에서 원자를 만나게 된다. 우리 뭄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하나에는 우주의 역사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전자     물질의 최소단위인 전자의 질량은 가장 작은 원자인 수소보다 2000배나 작다. 양자역학이 기술하는 원자 세상에서는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 ‘파울리의 배타 원리는 전자들이 원자 내에서 어떻게 배치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며, 이러한 전자 배치가 원자의 특성을 결정하게 된다. 양자장론에 의하면 전자는 실체가 아니라 전자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며,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장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형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자의 수준으로 내려가면 모든 전자 같은 기본입자들은 서로 구분할 수 없이 완전히 똑같다. 우리가 보는 물질이란 그 자체가 실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장의 일부분, 형상의 결과물에 불과할 수 있다.    



2.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


 

최소작용의 원리     물리학에는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운동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촘촘히 이어지는 인과율의 연쇄로 이해하는 뉴턴역학과, 어떤 작용량을 최소로 만들려는 경향이 물체의 운동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해밀턴 역학이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차이는 뉴턴역학과 해밀턴역학의 차이와 비슷하다. 컴퓨터는 ‘0’‘1’의 비트로 표현된 데이터를 하나씩 읽어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튜링기계로, 뉴턴의 기계적 인과율에 의해 작동되며 수학이 하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모방한 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며, 최소작용의 원리와 유사하게 정해진 입력에 대해 원하는 출력이 나오도록 연결망의 결합 세기를 조정한다. 동일한 결과에 도달하는 두 방법에서 세상은 모두 수학에 의해 굴러가며, 수학에 목적이나 의도 따위는 없다. 서양의 근대과학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신의 의도를 제거하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카오스     뉴턴역학의 가치는 천상과 지상의 운동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며, 이는 미분방정식을 통해 우주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결정론을 낳았다. 이러한 뉴턴법칙에 따른 규칙 중 선형법칙은 규칙이 단순하여 미래예측이 쉽지만 비선형 규칙은 초기조건의 미세한 변화에도 최종결과가 지수함수적으로 변화하는 복잡한 운동인 카오스가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카오스는 엔트로피는 증가할 뿐이다라는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라 통계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진행함으로서 역설적으로 통계적 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 


엔트로피     뉴턴의 운동법칙을 포함한 전자기법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 모든 물리법칙들은 시간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열역학 제2 법칙이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의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것은 상태를 이루는 경우의 수가 적은 상황에서 많은 상황으로 간다는 뜻이다. 이 법칙에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엔트로피가 0이었을 상태인 빅뱅에 도달하게 되며, 이러한 빅뱅이 없었으면 시간이 미래로 흐를 수 없다. 많은 수의 대상을 통계적으로 다루어 새로운 물리적 현상이나 규칙을 찾는 통계물리의 방법은 물질, 생명,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상을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동일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양자역학     원자수준의 미시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양자역학은 수학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동일한 예측을 내놓는 두 이론에 의해 설명된다. 원자를 추상적인 수학적 구조로 보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원자의 본질을 파동이라고 생각하는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그들이다. 양자역학에서 측정은 대상에 교란을 일으켜 전자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게 만들지만, ‘파동인 전자가 특정한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중성      20세기 초의 양자물리학이 발견한 것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이 혼재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본질이라는 이중성혹은 상보성이다. 이러한 상보성의 중요한 예인 불확정성의 원리는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며, 이러한 불확정성의 원리가 가지는 무지는 우리의 실험장비나 감각기관의 부정확성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근본원리로서의 무지다. 빛과 전자는 물리적으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지지만, 특정한 실험을 하면 대립물 중 하나로 답이 정해질 뿐 두 대립물이 동시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양자역학은 불가지론인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과학이론 가운데 가장 정밀한 결과를 준다. 양자역학은 그 자신의 원리만큼이나 이중적이다. 



3. 관계에 관하여


 

중력      코페르니쿠스가 제시하고 케플러와 갈릴레오에 의해 완성된 지동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낙하이론에 균열을 일으켰으며, 곧 뉴턴의 중력이론으로 이어졌다. 뉴턴은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낙하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F=ma 라는 운동법칙을 정립했음은 물론 이 식을 폴기 위해 미적분이라는 수학도 만들어냈다. 가속되는 사람이 느끼는 힘은 질량이 만들며, 질량이 만드는 힘은 중력이기에, 가속과 중력은 동일하며 구별할 수 없다(등가원리). 질량이 있으면 주변에 중력장이 생기고, 질량이 움직이면 중력에 변화가 생기며, 이 변화는 중력장의 진동, 중력파로 전달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가속되는 동안 시공간에는 연속적인 변형이 생기고, 등가원리에 따라 가속과 중력은 구별되지 않으므로, 중력은 시간과 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 중력파는 시공간이 휘어지고 변형되며 만들어내는 진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추락에서 물질의 본성을 보았고, 뉴턴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보았으며,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변형을 보았다.


전자기력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의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그중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자연현상이나 우리가 실용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모두 전자기력이다. 중력을 일으키는 힘이 질량이라면 전자기력을 일으키는 힘은 전하. 패러데이는 전기나 자기가 있으면 그 주변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장이 펼쳐지고 전자기력은 전자기장을 따라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맥스웰은 이 의 진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을 구했고 이를 통해 빛 역시 전자기파의 일부임을 밝혀냈다. 전하가 있는 곳에는 전기장이 질량이 있는 곳에는 중력장이 펼쳐지고, 전기장을 흔들면 전자기파가 생기듯 중력장을 흔들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맥스웰 방정식      현재 우리는 전기에 기반을 둔 문명 속에 살고 있으며, 모든 전기현상을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맥스웰 방정식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1) 전하의 주위 공간에 전기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전류의 주위에 자기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려준다. (2)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할 때 전기장이 만들어진다는 패러데이 법칙은 오늘날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원리다. (3) 또한 도선에 전류를 흘려주면 자기가 흐르는 전자석이 된다는 발견은 전기로 움직이는 대부분의 기계의 원리가 된다. 전하가 있거나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만들어지며, 전류가 있거나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가며 광속으로 공간을 진행하는 것이 전자기파,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에너지를 전기장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축전기라 하고, 자기장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코일이라 하며, 전기에너지를 열이나 빛 등 다른 형태로 바꿔주는 에너지를 저항이라 한다. 모든 전기 장치는 축전기, 코일, 저항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현대문명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사람은 맥스웰이다.

 

환원 / 창발      환원주의는 대상을 쪼개어 부분으로 나눈 다음, 이들로부터 전체를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물질을 이루는 궁극의 근원을 탐색하는 분야인 입자물리가 자연을 보는 시각이 환원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물리학에 따르면 기체-액채-체-고체로 물체의 이 바뀌는 상전이가 일어나면 이전에 갖지 않았던 새로운 특성이 돌연히 생겨나며, 이러한 창발은 환원주의로 설명할 수 없다. 이렇게 전체를 부분으로부터 나누어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전일주의혹은 창발주의라 하며, 원자들이 응집해 만들어진 물질을 탐구하는 분야인 응집물리가 대체로 이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주에는 수많은 층위가 존재하며 각 층위는 자신만의 언어와 법칙을 가지지만 동시에 인접한 위아래 층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현대 과학의 역사는 환원주의의 위력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창발은 많으면 다르고 층위가 다르면 새로운 법칙이 나타난다고 말해 준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지만 부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응집물리     응집물리는 원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만드는지 탐구하는 분야다. 원자끼리의 결합을 주도하는 것은 껍질 근처의 외곽 전자이며, 원자들이 규칙적 배열을 이루는 결정에서 각 껍질의 전자들은 마치 안개같이 고체 전체에 스며들어 퍼져 있다(전자의 띠). 물질에 전기장을 걸 때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인지 전류가 흐르는 도체인지는 이러한 '띠'의 특성이 결정하며, 자유전자가 흐르는 도체의 띠를 전도띠’, 부도체의 띠를 전자가띠라고 부른다. 도체에서 전압에 따른 전류의 증가비율을 전기전도도라 부르며, 그 역수가 저항이다. 불순물이 섞여 있거나 온도가 높아져 원자들이 요동치면서 원자배열의 규칙성이 깨지는 경우에는 저항이 생기게 되며,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결정물질의 온도가 절대 0도에 가까워지면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현상이 일어난다. 물리는 모든 물질의 근원,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탐구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응집물리야말로 '진짜' 물리가 아닐까?

 


4. 우주는 떨림과 울림



에너지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르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고 그 합은 항상 일정하다. 20세기 들어 에너지의 목록에는 '질량암흑물질이 포함되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원은 태양이며, 태양의 모든 에너지는 빅뱅에서 만들어졌기에 우리 주위의 모든 에너지는 빅뱅에서 기원한다. ‘뇌터 정리에 따르면 대칭이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보존법칙이 존재한다. 에너지보존법칙은 시간에 대한 대칭에서 기원하고, 운동량보존법칙은 공간에 대한 대칭에서 기원하며, 양자역학은 게이지대칭이라는 추상적인 대칭성을 가진다. 오늘날 많은 물리학자들은 대칭이 더 근원적인 개념이고 보존법칙이 그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며, ‘초끈이론에서처럼 먼저 대칭의 목록을 만들고 이에 부합하는 물리이론을 만든다. 물리이론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가진 간결함/대칭에서 오며, 올바른 이론은 적합한 대칭성을 갖는다.


F=ma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세상은 텅 빈 공간이며, 빈 공간에서 물체가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물체와 움직임 두 가지다. 운동이란 위치의 변화며 으로 혹은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물리학자는 수식에서 도형을 읽어내고, 도형에서 운동을 보며, 운동으로 자연을 이해한다. 갈릴레오에 의해 제시되고 뉴턴에 의해 정립된 운동법칙은 외부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을 때, 물체는 일정한 속도로 직선운동을 한다는 말로 기술될 수 있으며, 이는 F=ma 리는 수식으로 표현된다. 수학은 자연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기술하며, 우주가 정말 수학으로 쓰인 것인지 우리가 수학의 틀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수학이 없다면 물리도 없다.


단진동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원자와 거대한 천체의 운동은 모두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인 단진동이다.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물체는 실제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으며 양자역학에 따르면 미시세계에서 완벽한 정지상태는 불가능하므로 모든 정지상태 역시 단진동이다. 전파, , 소리와 같은 파동도 단진동의 일종이기에 인간은 단진동으로 소통하고 세상을 인지한다고 할 수 있다. 단진동은 물체가 평형상태에 머무르려는 속성이 있을 때 일어나며, 진동수와 진폭이라는 두 가지 물리량으로 기술된다.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체는 정지에 가까운 작은 진동을 할 때만 단진동하며, 진폭이 커지면 대개 카오스가 된다. 최근 물리학에서는 물질과 파동(단진동)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파동은 물질이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질 그 자체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지고 있다. ‘초끈이론은 세상에 상상도 할 수 없이 작은 끈으로 되어 있으며, 이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주는 떨림이다. 


인간      우주의 모든 물질은 기본입자들의 모임으로 되어 있으며, 이들은 쿼크, 렙톤, 게이지보손, 스칼라보손으로 구성된다. 쿼크와 보손(전자)은 물질을 만드는 입자고, 게이지보손과 스칼라보손(힉스입자)는 이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세상은 원자들이 끊임없이 쪼개지고 결합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 원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전자기력이다. 원자들이 합친 분자들 가운데 탄소화합물은 복잡하고 긴 구조물을 쉽게 형성할 수 있고,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어 특별하다. 지금으로부터 38억 년 전 지구상 어딘가에서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진 화합물의 복합체가 탄생했으며, ‘생명이라 불리는 그 복합체는 에너지를 생산하여 자신의 구조를 유지할 뿐 아니라 그 구조를 복제하는 능력이 가졌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포도당이라는 탄소화합물을 산소와 결합시켜 에너지를 얻으며, 이 과정에서 포도당과 산소 모두를 식물에게서 얻는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자신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자신을 무수히 복제하는 것이며, 유전자가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구조의 유전자에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생명체가 단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분화했다는 것을 위미한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기 구조를 복제하는 분자기계가 있고, 이것이 자기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다면 진화는 필연이다. 생명현상의 핵심인 생존과 분열은 개별 원자들이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결합과 분열인 화학반응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개인적 단상

 


1. 저자는 이 책에서 각각 10여 페이지 남짓 되는 19개의 글을 통해 고전 및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개념 및 내용을 해당 분야에 대한 전이해가 전혀 없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그 의의를 인간적이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간략하게 요약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과학자답게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사실에만 충실한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를 구사하지만,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냉정한 자신의 견해를 인문의 향기를 풍기는 시적이고 함축적인 언어에 담아낼 줄도 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체와 표현이야말로 저자의 책이 가지는 인기의 중요한 요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저자는 과학이란 단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선입견 없이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에만 기초하여 결론을 내리는 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학의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증거가 부족하면 모른다고 말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조금만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습관적으로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준다는 '기계 장치의 신’부터 소환하거나, 증거가 없어도 일단 ‘믿으면 알 수 있다’라는 대답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고 절실한 믿음이 아니라 더 치열하고 철저한 질문과 탐구라는 과학적 태도'가 아닐까?

 

3. 지금까지 물리의 세계를 여행해 온  저자의 결론은 한 마디로 우주에는 의미나 우주 밖에서 그 의미를 만드는 초월적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생명체는 정교한 분자화학기계에 불과하며, 진화에 목적이나 의미 따위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존재며,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존재다. 당신에게는 허무하고 냉정해 보이는 저자의 결론보다 더 엄밀한 논증과 더 많은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결론이 존재하는가? 혹시 저자가 보여 주는 장엄한 물리의 세계 앞에 선 당신의 결론은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이 '계시'와 선택믿음의 도약’ 뿐이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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