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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리처드 도킨스의 생각을 읽자 - 인문학의 생각읽기 (신현정 글, 박지훈 만화, 김영사 펴냄)

by 서음인 2020. 6. 27.

리처드 도킨스의 생각을 읽자는 인류 문명의 정신사에 큰 영향을 끼친 거장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주요 저작을 만화를 통해 살펴보는 인문학의 생각읽기시리즈 중 한 권이다. 주 독자가 청소년과 대학생으로 기획되어 있는 이 시리즈는 앉은 자리에서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친절하지만, 일반 독서가들이 읽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내용이 충실하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고 있는 거장들의 사상과 저술을 살펴보려 할 때 좋은 독서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1941년 케냐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리처드 도킨스는 불과 35세의 나이에 인간은 유전자의 자기보존을 위한 생존 기계라는 대담한 주장을 담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이다. ‘유전자 수준에서의 진화라는 주장과 문화적 유전자인 (meme)’이라는 개념을 담은 이기적 유전자는 이미 현대 과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과학을 넘어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필독서의 목록에 올라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눈먼 시계공이나 만들어진 신같은 논쟁적 저술들을 통해 진화를 부정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전투적 무신론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보수든 진보든 진화를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도킨스의 생각을 편안하게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시대인 21세기에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기 원하는 진지하고 정직한 그리스도인이 그 순례의 여정 가운데 도킨스라는 거인과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그에게 온전히 굴복할지, 대화하며 비판적 조언자로 삼을지, 피투성이가 되도록 끝까지 싸울지, 아니면 그를 못 본 척 지나칠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이 논쟁적인 거장의 생각을 주요 저술들을 통해 소개한 책의 내용을 요약해 앞으로의 공부와 판단을 위한 길잡이로 삼기로 한다.



내용 요약

 


1. 이기적 유전자(1976) -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위한 생존 기계이다


모든 자연선택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일어난다. 생물 진화의 주인공은 종이나 집단이 아니라 자신을 복제하고 퍼뜨리고 살아남기 위해 냉혹하며 치밀하게 행동하는 능동적인 자기복제자 즉 유전자이며, 인간은 이러한 이기적 유전자를 보전하고 번성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맹목적인 로봇이거나 효율적인 복제 기계에 불과하다.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 이기적 이용 · 속임수로 가득 차 있으며, 존귀함이나 모성애, 희생정신과 개체 수준의 이타적 행위도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 고도로 기획된 유전자 스스로의  이기적인 결단의 결과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meme)'이라는 또 다른 자기복제자가 있다. 밈은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생물학적 유전자가 아닌 문화적 유전자라 할 수 있다. 유전자(gene)가 정자나 난자를 운반체로 하여 생물의 몸에서 몸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meme)은 모방의 과정을 통해 사람의 뇌에서 뇌로 전달되며, 우리의 뇌를 번식용 운반체로 삼아 생물학적 유전자만큼 끈질긴 생명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복제된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이기적인 유전자들의 전제적 지배와 우리를 교회시킨 이기적 밈에 반항할 능력이 있다.

 

 

2. 확장된 표현형(1982) - 비버가 만든 호수

 

생물의 겉보기 특성인 표현형은 유전자에 담긴 정보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며, 유전자의 표현형 효과는 각 생물의 개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명체 밖까지 확장된다. 거미의 거미줄이나 비버의 댐은 유전자의 지배 하에서 변화하고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기에 거미나 비버의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비버는 협력해서 댐을 만들며 이는 여러 개체 속 유전자들이 공유된 유전자 풀(pool)의 확장된 표현형이라 할 수 있다. 진화란 개별 생명체의 유전자가 아닌 유전자풀의 변화를 의미한다.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생각은 유전자의 영향력을 주변 환경과 인간 사회 문화에까지 그 제한 범위를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장시킨다.


 

3. 눈먼 시계공(1986) - 진화 설계자는 눈이 멀었다.

 

자연 선택은 어떠한 설계도 없이 맹목적으로 무의식적이며 자연적인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복잡한 생물을 만들어 온 눈먼 시계공이다. DNA를 구성하는 30억 쌍의 염기 서열은 단백질로 번역되어 활약하고 있는 기능 유전자들 사이에 기능을 못하는 의사 유전자들, DNA 조각들, 반복 서열, 정크, 기타 의미 없는 것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으며, 유전체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유용한 정보 용량은 인간의 경우 약 2%에 불과하다. 이렇게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DNA와 결코 완전하지 않은 생명체의 모습은 눈먼 시계공인 자연 선택이 복잡한 생명을 만들어왔다는 강력한 증거다. 자연 선택만이 원시적인 단순성으로부터 조직화된 복잡성이 발생한 과정을 가장 설득력 있게 해명할 수 있다.

 

 

4. 조상 이야기(2004) - 40억 년의 순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을 공통 조상을 가지며, 지금까지 알려지 모든 생물의 DNA가 동일한 유전암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인간은 생물 진화의 종점이 아니며,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환경에서 살아남아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 노력할 뿐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책은 약 40억 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인 경이로운 진화과정을 담고 있으며, 진화란 그저 일어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침내 진화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을 낳았다.

 

 

5. 지상 최대의 쇼(2009) 만들어진 신(2006) - 신은 존재하는가

 

지상 최대의 쇼는 좀 더 현실적인 진화의 증거를 담고 있으며, 거대한 경이로움을 가진 생물은 진화가 펼쳐낸 지상 최대의 쇼라고 주장한다. 또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을 통해 종교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생물학을 넘어 사회문화 전반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은 종교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쟁들의 오류를 파헤쳤고, 신이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한 이유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냉혹한 자연 선택 속에서 낭비적이고 피괴적인 허상에 불과한 종교가 살아남은 이유는 과거에는 유용했던 문화 유전자()인 어른들이 하는 말을 믿는 경향과(‘잘 속는 아이이론),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연대감이나 우리의 존재를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6무지개를 풀며(1998) 악마의 사도(2003) - 도킨스의 러브레터

 

그의 주장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허무함과 과학의 냉정함을 떠올리지만, 도킨스는 과학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이로움이야말로 인간 정신이 닿을 수 있는 최상의 경험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는 무지개를 풀며에서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과학으로 현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그 대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설명한다. 또한 악마의 사도에서는 우리가 어떤 것을 믿을 때 가장 좋은 것은 관찰과 추론에 의한 증거이며, 전통과 권위와 계시에 의한 믿음은 버리거나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과학적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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