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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과학

트랜스휴머니즘 (플로랑스 피노 글, 엘로디 페로탱 그림, 권지현 옮김, 씨드북 펴냄)

by 서음인 2020. 8. 22.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플로랑스 피노와 일러스트레이터인 엘로디 페로탱이, 수명연장을 포함해 신체의 개선과 능력 향상을 위해 과학 기술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해설한 자그마한 책이다. 현대 사회의 주된 관심사를 다루는 새로운 과학 논술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에서 저자들은 트랜스휴머니즘의 정의와 주된 연구 분야, 이 운동의 중요한 옹호자들과 그간의 연구 성과, 이 운동에 가해지는 중요한 비판을 다양한 일러스트와 함께 간략하게 소개한다이 주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인 개념과 지형도를 익히기 위한 입문서로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혹시 제목의 트랜스를 보고 반사적으로 벌벌 떨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보수적인 그리스도인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여러분이 깊이 빠져 헛심을 써가며 허우적대고 있는 트랜스젠더이슈보다 몇 배는 복잡하고 난해한 신학적 ·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주제라는 사실만 알려 드리겠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앞으로의 공부를 위한 바탕으로 삼기도 한다.



내용 요약 



영원한 삶    


트랜스휴머니즘이란 인체의 능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운동이다. (1)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노화를 늦추거나 젊음을 되돌릴 수 있는 으로, 당뇨병 치료제도 쓰이던 메트포르민이나 이식거부를 막기 위해 쓰던 리파마이신에서 일부 효과가 입증되었다. (2) 줄기세포를 통해 새로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서 조직을 배양해 3D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인간의 줄기세포를 동물의 몸에서 키우는 일들이 시도되고 있다. (3) 유전자 변형은 생명체의 몸 전체 혹은 장기에서 DNA의 일부를 바꾸어 생명체를 변화시키는 기술로, 이미 유전자변형 생물(GMO)에 적용되고 있으며 2000년대부터는 인간에게도 시도되고 있다. (4) 착용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바이오닉인공 팔다리2012년에 발명되었지만, 고가에다 아직 진짜 팔처럼 움직이지는 못한다. (4) 인체 냉동 기술은 과학이 충분히 발전해서 냉동된 사람을 다시 살리고 치료할 수 있을 때까지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몸을 얼려 놓는 기술이다. (5) 마인드 업로딩은 인간의 뇌에 든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옮겨 디지털 형식으로 계속 살 수 있게 하는 기술로,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천재인가? 괴짜인가?

 

1980년대에 일련의 과학자, 사상가 엔지니어들에 의해 주창된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옹호했으며, 노화와 죽음을 싸워서 이겨야 할 현상으로 간주했다. 그들 중 포스트휴머니스트들은 트랜스휴머니즘이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위한 단계일 뿐이며, 앞으로의 인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자신의 생물학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생물학적 껍질즉 육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1980년대에 트랜스휴머니즘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를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미래가 되는 특이점이 도래하면 인간이 육체를 벗어나 컴퓨터와 융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에는 닉 보스트롬과 데이비드 피어스가 세계 트랜스휴머니스트 협회(WTA)를 만들었으며, 여러 학자들의 활약으로 트랜스휴머니즘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2000-2010년에는 건강과 관련된 기술의 발달이 중요하리라고 판단한 구글이나 애플 같은 실리콘 밸리의 IT 대기업들이 트랜스휴머니즘 연구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둘러싼 정치적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절대자유주의자들은 주로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 경영인들로, 과학 기술의 혁신에 관심이 많고 연구를 진행하는 데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어하지만, 그 기술이 지구나 인간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는 관심이 없다. (2) 기술진보주의자들은 주로 인문학자 철학자 기업가들이 많으며, 인간의 삶을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 기술이 비싸서도 안되고 소수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서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3) 생명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이 인간 몸의 생리를 바꾸는 일은 위험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환상인가? 혁명인가? 악몽인가?

 

트랜스휴머니즘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새로운 의료 기술에 많은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1)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기에 죽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도 사라질 수 있다. (2) 신체의 업데이트가 가능해지게 되면 자신의 신체를 구식 기계처럼 여기게 되면서 생명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이 사라질 수 있다 (3) 신체의 업데이트를 위한 경제적인 압박이 발생하고, 이는 상위인간과 하위인간간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4) 신체 일부를 자유롭게 고르고 교체하는 조립식 인간의 등장은 우리가 신체와 갖는 관계를 바꾸게 될 것이며, 의학에서 인간이라는 요소가 배제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5)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탄생한 인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모르며, 심지어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변화할 수도 있다. (6) 필요할 때 거부반응 없이 대체할 수 있는 장기를 얻으려고 복제기술을 통해 클론을 만드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7) 유전자를 기준으로 사람을 선별하는 우생학의 악몽이 부활할 수 있다. (8) 유전자 특허가 생긴다면 기업이 인간을 소유하게 될 수 있다. (9) 신체 능력을 업데이트한 인간이 여전히 인간일 수 있는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야기된다. (10) ‘치료가 아니라 여가군인들의 전투능력 향상를 위해 의학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 (11) 수명의 증가에 따라 과잉인구나 세대 충돌과 같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론 - 통제도 방임도 안 돼요!.

 

기술 발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학 발전을 막는 일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기회를 놓치고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꺾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런 통제 없이 모든 것을 과학자의 판단과 양심에만 맡기게 되면, 인류에게 치명적인 유전자 변형 생물이나 윤리적 논란이 많은 복제 인간이 만들어지거나 전투 능력의 향상을 위해 의학 기술이 쓰이는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가나 정부가 연구의 과정을 적절히 감독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과학의 혜택이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함으로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기업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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