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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출애굽기 1-14장

by 서음인 2021. 5. 11.

모세의 리더십    하나님이 모세를 쓰신 이유는 그가 완전한 인간이었거나 타고난 리더십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① 그는 아버지가 고모와 근친결혼을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불경한’ 인간이었고, ② 젊은 시절에는 지나친 혈기, 나이가 들어서는 지나친 소심함이라는 심각한 성격적 결함을 지녔다. ③ 또한 이집트의 학문에 정통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술적 능력이나 탁월한 언변과 같이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적 능력을 가지지는 못했으며, ④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80세 때 떨기나무에서의 소명을 받기 전까지 하나님에 대해 인격적으로 잘 알지(yada) 못했던 것 같으며, 소명을 받은 후에도 계속 확신 없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출생도, 성품도, 능력도, 신앙도 완전하지 않았던 그가 지도자로 세워진 이유는, 그가 ① 정의와 공평에 대한 감각(정의감)을 가졌고, ② 불의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할 줄 아는 기백을 갖추었으며, ③ 압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정의감도, 불의에 대한 분노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도 없는 것이 바로 노예의 특성이다. 모세는 의존성과 노예근성에서 벗어난 자유인이었기에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출애굽기의 공공신학     출애굽의 ‘복음’은 압제에서의 해방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의 인도, 그리고 언약의 체결로 이어질 뿐 아니라(구속사), 궁극적으로는 “이집트 사람도 내가 주임을 알게 될 것”이라는 공적 선언으로 이어진다. 출애굽은 일차적으로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사건이지만, 더 나아가 피조계를 창조 이전의 혼돈으로 되돌리려는 반생명 반창조 세력인 파라오에 대한 심판을 통해 창조 질서를 회복시키는 ‘공적 지향’을 가진 사건이다. 하나님은 ① 압제받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심으로서 파라오에 의해 왜곡된 ‘공평’과 ‘정의’를 바로세우시고, ② 생육과 번성의 약속을 위협하는 파라오의 영아살해와 반생명 정책을 무위로 돌리실 뿐 아니라, ③ 파괴적인 자연질서의 형태로 이집트에게 임한 심판을 바로잡는 능력을 보이심으로서, 당신이 우주적 주권으로 왜곡된 피조계를 회복하는 분이심을 세상 가운데 알리신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질서 회복의지는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이 가난한 자들을 억압하고 땅을 착취함으로서 반생명 반창조 세력이 되었을 때, 그들을 그 땅에서 쫒아내심으로서 자신의 백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테렌스 프레다임)

 

심판은 잠시, 은혜는 영원     ① 출애굽 이야기에는 이스라엘이 군대의 편재로 조직되어 움직였다는 구절들이 가끔 나온다. 그러나 출애굽 해방사건에서 이스라엘의 전투에 참여했거나 폭력을 행사한 흔적은 전혀 없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가만히(확고히) 서서 하나님이 자신들을 위해 행하시는 일을 ‘보는’것 뿐이었다. ② 이스라엘은 유월절 당일에 밖으로 나오는 것이 금지되었다. 이는 그들이 원수인 이집트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보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집트 사람들에게 사적으로 보복하는 것도 금지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③ 이스라엘의 가장 오래된 신앙고백시인 15장 ‘바다의 노래’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과 그 구속의 행위를 찬양할 뿐, 압제자인 이집트에 대한 복수를 즐거워하거나 그들의 몰살을 기뻐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그뿐 아니라 이사야의 비전에 따르면 이집트는 놀랍게도 하나님의 궁극적 구원계획에 포함된다. (사 19:16-25) 이는 하나님의 역사 속 행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심판이나 복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되심을 만 천하에 선포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심판은 잠시지만 은혜는 영원하며, 재앙과 심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하나님의 웅대한 계획의 끝은 선교다. 그리스도인들은 심판의 대리자나 실행자가 아니라, 오직 모든 심판을 압도하는 궁극적 은혜의 증인으로 부름받았다. (테렌스 프레다임)

 

기독교와 문화     유월절은 사막 지역의 유목 축제의 흔적을 보여주고 무교절은 보리 추수와 관련된 가나안의 농경 축제와 유사하다. 하나님은(그리고 이를 받아들인 이스라엘은) 이러한 축제들의 형식은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받아들였지만, 그 축제들을 자신들이 경험한 구원의 사건과 연결시켜 그 개별 형식들에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교’ 문화란 동시대의 문화와 전혀 접점이 없거나 기존의 문화를 완전히 말살하는 하늘에서 떨어진 문화가 아니다. 복음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한한 번역 가능성’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는 지속적으로 문화의 벽을 넘어서는 강력한 전파력을 보여주었으며, 새로 만나는 문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재번역되어 왔다. 이는 기독교가 타문화를 만났을 때 기존의 문화나 전통을 완전히 버리고 전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게 하기보다,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문화와 사상이 그리스도를 향하도록 만드는 '방향전환'의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특정한 문화 속에서 번역되어 꽃피는 기독교는 그 과정에서 다른 문화가 발견하지 못한 기독교의 새로운 면모, 그리스도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앤드류 월스)

 

구원사건과 예전     출애굽과 관련된 본문 전체는 ① 출애굽 이야기 자체와 ② 출애굽과 관련된 예전자료(유월절과 무교절, 그리고 오래된 찬송시인 ‘바다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출애굽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이스라엘의 구원경험이 그들의 지켜야 할 예전(유월절과 무교절, 그리고 할례, 찬양)와 불가분리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예전의 행위들을 통해 직접 또는 조상들이 경험한 구원을 ‘몸’으로 재현하고 그 의미를 ‘입’으로 소리내어 해설하기를 반복함으로서, 역사적이고 단회적인 과거의 사건인 구원을 정기적으로 자신들의 현실 안으로 끌어들이고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 구원의 의미를 전수한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 같은 예전적 행위들 - 사도신경/주기도문/교독문들을 소리 내어 읽고 암송하는 것, 익숙한 찬양을 계속 부르는 것,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헌금을 내는 것 - 는, 사실 우리 마음속의 신앙을 반복해서 몸으로 고백하고 그 무의식적 바탕과 토대를 다지는 행위다. 하나님은 새로운 말씀과 놀라운 은혜를 통해 우리에게 낯설고 경이로운 분으로 다가오시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자주 평범한 일상과 익숙한 예전적 행위 속에서 희미한 뒷모습을 통해 우리를 이끄시는 분이시다. 제자도의 절정은 일상의 제자도이며, 그 가장 효과적인 수단중 하나는 예전이다. (제임스 스미스)

 

하나님의 약속과 실현    바다의 노래나 원신앙고백과 같은 이스라엘의 오래된 신앙고백들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약속은 강하고 직선적이며 확신에 차 있으나실제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전혀 즉각적이거나 정교해 보이지 않는다억압 받던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이 하나님을 움직이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렸고모세가 소명을 받기까지는 40년의 광야생활을 포함 80년이 필요했다또한 하나님은 머뭇거리는 모세를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끝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했으며결국 당신의 뜻을 거스를 것을 아시면서도 사악하고 완악한 이집트의 파라오에까지 (열 번의 재앙을 통해끝까지 돌이킬 기회를 주신다하나님의 뜻을 향한 여정은 대체로 목표까지 직선으로 뚫려 있는 잘 포장된 고속도로가 아니라 역주행 구간을 포함한 거칠고 구불구불한 우회로를 통과해야 하는 좁고 힘든 길인 것처럼 보인다심지어 그 뜻이 확실해지기까지는 한 두 세대를 넘어서는 아주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도 했다이는 역설적으로 심판 의지를 압도하는 하나님의 강력한 구원 의지 때문이 아닐까하나님은 악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지엄하고 가혹한 재판관이 아니라, 대적자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인내하고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열망하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하나님의 구원의지는 심판의지를 압도하기에 심판 이야기를 포함한 모든 성경 내러티브는 근원적으로 선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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