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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열왕기 상.하, 역대상.하

by 서음인 2016. 6. 1.

지난 해 초에 시작됐던 열왕기서 공부를 마지막 날까지 꽉 채워서야 겨우 끝마쳤습니다. 중간에 요한계시록으로, 복음서로, 예수님 탄생 이야기로 여러 군데 한눈을 팔았고, 역대기서와 병행해서 공부하다 보니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게 되었네요. 과거 제법 열심히 공부했던 본문이기에 쉽게 끝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윗의 말년에서부터 여호야긴의 석방에 이르는 이스라엘 역사의 대장정을 돌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열왕기서는 역사의 옷을 입고 나타난 신명기적 설교 - 하나님을 잘 섬기면 복을 받고 하나님을 버리면 저주를 받는다 -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선포는 배도를 일삼던 이스라엘과 유다가 결국 멸망하여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땅에서 추방됨으로서 철저하게 실현됩니다. 그런데 이 명확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메시지가 역사 속에서 구체화되는 방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의 최고 전성기는 배도가 극에 달했던 오므리 왕가 시절이었고, 유다 최악의 왕으로 묘사되는 므낫세는 가장 오랜 기간 왕위를 지켰으며, 개혁적이고 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아사와 요아스, 히스기야와 요시야 같은 왕들은 하나같이 복된 말년을 맞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개혁도 결국은 유다의 멸망을 막지 못했습니다. 열왕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이스라엘 역사는 신명기의 메시지라는 탄탄한 대로를 따라 질주하는 거침없는 여정이라기보다는, 곳곳이 패인 거칠고 험한 우회로를 타고 희미하게만 드러나는 하나님의 뜻을 쫓아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至難한 장정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일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즉각적이고 당대적인 보응의 내러티브를 더함으로서 이 ‘틈’을 좀 더 정교하게 메우려고 시도하는 후대의 저작인 역대기와 비교해 보면 이 사실이 좀 더 명확해집니다.


자끄 엘륄<하나님의 정치와 인간의 정치>에서 이러한 열왕기 내러티브의 ‘틈’ 에 주목하면서 우리가 열왕기서를 공부하게 되면 결국 ‘인간 행위의 헛됨과 무익함’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만이 홀로 다양한 동기와 근거를 가진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통해 역사 속에서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이루시는 분이며, 역사의 궁극적 의미는 인간의 행위와 해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이 두루마리의 인봉을 떼는 것을 통해서만 최종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엘륄은 바로 이 ‘틈’ 혹은 ‘무익성’이야말로 인간들이 ‘유용성’이라는 세상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역사 속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란 ‘유용한’ 행위들의 산술적인 총합과 동일시될 수 없는 하나님의 자유로운 섭리의 영역이기에 인간은 ‘유용성’의 압박이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무익한 행위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안에 있는 인간의 자유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표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무익한 종이 되는 것(눅 17:10)”이 해방된 인간이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자유로이 따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깨달음이 이번 열왕기서 공부의 개인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거의 일년간 열심히 공부한 말씀의 결론이 기껏 ‘무익한 종’이 되는 것이라니....!

 
(20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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