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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느헤미야

by 서음인 2016. 6. 1.

느헤미야서 연구를 마쳤습니다. 느헤미야야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향한 불타는 열심과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 오직 하나님의 인정만을 애타게 바라는 기도의 영성과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행정능력까지 두루 갖춘 상남자 중의 상남자로군요. 그래서 그런지 느헤미야는 주로 '상남자'들의 신앙인 보수적 개혁주의의 전통에 속한 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페르시아의 관원이었던 그가 환관이었다는 견해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수적 개혁주의와 실제로는 성불구자였던 어떤 "상남자", 재밌는 조합 아닙니까? ㅎㅎ 

 

그러나 인종분리를 지지하는 듯한 이 책의 몇몇 본문들을 읽다 보면, 설령 많은 주석가/강해자들의 견해를 따라 역사적 당위와 문화적 차이를 인정한다 해도,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고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열심과, 나와 다른 타자를 적대시하며 그들에게 신앙의 이름으로 ‘영적전쟁’ 혹은 진짜 '전쟁'을 선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전투적 근본주의의 경계는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렇다면 구별과 배제라는 전략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피폐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순수성을 지켜 내며 그들을 언약백성으로 다시 세우는 뚝심있는 상남자 느헤미야의 이야기는, 용기 있는 한 이방 과부(그것도 하나님의 총회에 들어올 수 없었던 모압 여인)를 축복 가운데 이스라엘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결과적으로 패역과 배도의 극한을 달리던 사사 사대의 혼란 가운데서도 구원사의 흐름을 이어가도록 해준 룻기의 사랑과 포용의 공동체 이야기와 반드시 함께 읽혀져야 되는 것이 아닐까요?

 

(2014, 2)

 

2017. 2  요즘 테러리즘을 빌미로 인종주의자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시민 종교의 대사제를 꿈꾸고 있는 트럼프를 보면서, 갑자기 구약 이스라엘의 영웅 중 한 사람인 느헤미야가 떠올랐습니다. 이 리뷰를 다시 들여다보니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품었던 것 같군요. 마침 트럼프가 교회에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불이익을 주던 법령을 폐기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이제 조만간 트럼프를 느헤미야에 비유하며 찬양하는 설교가 등장하지 않을까요. 제가 볼때 반동성애 반이슬람에 "메리 크리스마스"만 외치게 해준다면, 트럼프 아니라 히틀러가 살아와도 압도적으로 지지할 "복음주의자" 들이 한국과 미국에 널려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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