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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연구훈련/책별연구후기

아가

by 서음인 2016. 6. 1.

아가서를 마지막으로 올해의 성경연구를 모두 마치게 되었네요. 아가서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사랑노래였다니!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갈망, 불안과 심지어 ‘밀땅'에 이르기까지, 아가서는 말 그대로 '노래 중의 노래’, 가장 아름답고도 대담한 사랑노래요, 최고의 연애학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늦게야 깨달았습니다. 이전에 아가서를 일차적으로‘사랑노래’로 읽은 어떤 교수님의 책을 보수적인 해당 교단에서 폐기해 버렸다는 소문을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제 추측으로는 그분들은 아마도 한 번도 진실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거나, ‘주를 위해서 기꺼이 고자가 되기로’ 결심한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가서를 먼저 사랑노래로 읽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요? 아니면 '거룩한’ 성경에 이렇게 노골적이고 대담한 사랑노래가 들어 있는 것이 불편했을까요?

 

성경의 시가서와 지혜문학서를 통독해 가면서 하나님이 인간의 삶과 죽음, 인생사의 자잘한 희노애락에 이르기까지 꼭 ‘종교’의 이름을 덧씌운 행위뿐 아니라 인생길 자체를 귀히 보신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노골적 연애시인 아가나, 하나님께 끊임없이 불경죄를 저지르는 욥, 일견 천박한 성공학 교과서처럼 보이는 잠언, 극단적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전도서와 같은 책들이 감히 '성경'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사역에 비추어 구약을 새로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은, 마치 연인에게 쓰는 연애편지를 연상시키듯 그리스도에게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중세의 신비가들처럼, 이 노래를 그리스도와의 사랑 노래로 읽을 수 있고 또 읽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날 것 그대로의 삶’을 통과하지 않은 신앙과 신학, '역사적 예수’를 거치지 않은 '신앙의 그리스도’는 항상 반쪽 진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가서를 읽으면서 다시 깨닫습니다.

 

(20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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