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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메시야 음반으로 성탄을 맞이하다

by 서음인 2021. 12. 19.

성가대인 저는 매년 연말이 되면 성탄절 칸타타를 준비하며 기쁨과 감동을 누려 왔습니다. 신학자 슐라이에르마허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성탄 축제가 딱딱한 교리 교육보다 기독교의 전승에 더 큰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감동을 주는 음악은 차가운 의례나 난해한 설교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종교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지요. 공감되는 견해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 때문에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되니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간 모아온 ‘메시야’ 음반들을 한데 모아 진료실에서 하루에 한 편 이상씩 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사진 1) 세어 보니 메시야 음반만 서른 개가 넘어가는군요! 화려한 비첨, 우직한 클렘페레, 모범적인 데이비스, 엄숙한 리히터, 청아한 호그우드, 깔끔한 가디너, 극적인 맥크래쉬, 정갈한 피노크, 아름다운 크리스티, 파격적인 르네 야콥스 등 깊은 인상을 남긴 음반들도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들어가며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많은 음반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로는 참 쓸데없는(?) 곳에 돈을 써 왔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면에서는 이 음반들만큼 확실한 노후준비도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책과 음반을 읽고 듣는 것만으로도, 은퇴 후의 삶이 절대 심심할 틈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갑자기 돈벼락을 맞지 않는 한 평생 은퇴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현실뿐이네요 ㅋㅋ

 

음반의 표지 그림들을 들여다보니 그리스도의 탄생이나 수난보다는, 부활/승천과 승리자요 통치자로서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이 훨씬 많은 듯 합니다. (사진 2,3) 마지막 날 그리스도가 ‘메시야’의 “나팔 소리가 울리리라”(The Trumpet shall sound)를 등장곡으로 삼아, 한 손에 책을 든 유명한 ‘판토크라토르’(pantokrator) 도상처럼 강림하신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사진 4) 그분이 인도하는 천국은 음악과 책으로 가득한 곳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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