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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역사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 (배덕만 지음, 대장간 펴냄)

by 서음인 2016. 5. 31.

교파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를 설명할 수 있는 공통된 뿌리가 있다면 그것은 근본주의일 것이다. 강단에서 아무리 급진적인 신학이 전파되는 교단이라도 실제 목회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신앙이 주류를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독교우파의 정치운동(넷북스) 라는 작은 책으로 최근에 나와 만났던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한국교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개신교 근본주의의 뿌리가 되는 미국의 개신교 근본주의의 기원과 형성 과정, 그리고 현재적 양상에 대해 지적한 후,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형성 과정과 특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한국의 개신교 근본주의는 성경무오와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등을 근간으로 하는 20세기 초 미국의 개신교 근본주의의 가르침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70년대 이후 제리 폴웰이나 팻 로버트슨 같은 인물들에 의해 주도된 도덕적 다수 운동과 같은 기독교 우파의 정치 운동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다고 한다. 초창기 한국에 왔던 대다수의 선교사들은 무디에 의해 주도된 대각성 운동과 학생자원운동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으며, 그들의 근본주의적 신앙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교회 신앙의 요체로서 내재화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더하여 결정적으로 한국전쟁을 통해 반공주의라는 냉전이데올로기가 더해지면서 한국의 근본주의운동은 전투적이고 정치적인 색채를 보유하게 되었고, 군부독재 시절의 정교유착과 민중신학의 출현, 종교다원주의 논쟁들을 거치면서 자신의 특성을 강화시켜 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특성으로 (1) 신학적으로는 성서영감론 및 무오설에 근거하여 성서비평학에 대해 비판적이고, 종교 간의 대화에 부정적이며, 창조과학 운동을 중심으로 진화론에 대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 (2) 윤리적으로는 음주와 흡연에 대한 배타적 거부감과 성과 결혼에 대한 보수적 규범,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과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 등을 강조하는 것 (3) 사회적으로는 반공주의의 첨병으로 과거 군사독재 시절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파행적 통치를 묵인 내지 방조하였으며, 최근에는 정치에 적극 개입하면서 미국 근본주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한국의 자본주의체계와 밀월관계인 한국교회는 천민자본주의화 되어가는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함께 천민화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한국의 근본주의가 성경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전통을 유지하되 변화된 환경을 직시하고 신중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신학활동에 참여해야 하고, 진정한 윤리적 세력으로 거듭나 한국사회를 향한 비판적 예언자의 자리로 복귀해야 하며, 타락한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초대교회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복음주의자라면 누구라도 근본주의와 그 유산에 빚지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근본주의라는 이름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사랑, 진리에 대한 불타는 열정, 경건하고 거룩한 삶의 추구와 동의어라면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름이 타종교나 자신과 다른 신학적 입장이나 대한 전투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나, 정치 경제적 기득권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반지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신앙과 동의어가 된다면 우리는 결코 근본주의자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근본주의의 모태인 개혁신학의 모토야말로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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