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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선교

이름 없는 선교사들의 마을, 블랙마운틴을 찾아서 (한병선 지음, 홍성사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이만열, 배덕만, 전성민 세 분의 교수님과 저자인 영상제작자 한병선 PD가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 전후로 한국에 입국하여 1980년대까지 활동했던, 한국선교의 3세대에 해당하는 선교사들을 찾아나섰다. 저자(들)은 1,2 세대 선교사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연구도 제법 이루어져 있지만, 한국전쟁으로 폐허나 다름없었던 이 땅에 그들의 청춘을 바친 3 세대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하며, 이제 대부분 90세 전후인 그분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분들마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이들의 기억을 역사로 보존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0년간 낮선 땅에서 힘들었을 시기를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한국인을 좋은 친구요 그리스도인이자 친절함과 배려심이 깊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하며 은퇴하여 미국에 온 것이 너무 아쉬웠다고 이야기하는 90세가 넘은 할머니 선교사의 회상, 총성이 빗발치는 광주를 떠나지 않고 그가 가르치던 학생들의 죽음과 수많은 죄없는 시민들의 죽음을 지켜보았으며, 그 실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헌틀리 선교사 부부의 눈물, 70 중반의 이만열 교수님을 청년이라고 부르며 아프리카의 말라위에 보낼 담요를 짜기 위해 계속 뜨개질을 하고 계시는 90이 넘으신 열혈 老선교사님들의 열정, 한국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한국을 연구하고 한국사의 굴곡을 가슴 아파하며 단 하루도 한국을 잊은 적이 없다는 서머빌 선교사의 고백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한국에 바치고 이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앞둔 老 선교사들의 회고와 고백은 나같은 냉혈한(?)의 마음과 눈시울까지 수시로 뜨겁게 만드는 진실의 울림이 있다.

 

그리고 저자는 미국에서 가장 북한 사역에 열심인 분들은 과거 자신들이 도왔던 남한과 비슷한 처지인 북한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염려하는 은퇴 선교사들이며, 북한이 가장 싫어하고 조롱하고 반대하는 선교사의 후예들이 오히려 북한을 가장 이해하고 도우려 한다고 말한다. 본인들이 혹은 그 선조들이 삶을 바쳤던 나라와 그 민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언제든지 헌신하겠다는 소명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그들의 한결같은 사랑과 헌신은 오늘날 선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대놓고 혹은 교묘하게 동족에 대한 증오와 적의를 전파하는 우리를 심히 부끄럽게 한다.

 

오늘날 과거 한국에 들어왔던 미국 선교사들에 대해 제국주의의 앞잡이요, 미국 정책의 일환이었으며 미국교회의 성급함의 산물이었다는 등 여러 부정적 평가들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쩌면 그 말들은 사실의 일부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누가 한 번 밖에 없는 삶을 비참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가? 또한 누군가의 말대로 그들 중 일부는 서구 우월주의에 젖어 우리를 무시했으며, 미개인 취급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의 인간적 한계와 연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그들의 일생을 그가 부름받은 이름 없고 가난했던 한 나라에 바쳤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들리는 오늘,  동족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지 못한 우리는 아직도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며 우리가 증오하는 우리민족을 돕는 그 파란 눈의 선교사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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