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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기독교/선교

현대선교의 흐름과 주제 (김은수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현대 개신교 선교는 두 개의 커다란 흐름으로부터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선교의 주체는 교회이며 선교의 목표를 복음화와 교회설립으로 보는 전통적 복음주의권의 선교 이해와, 삼위일체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이시며 선교의 목표를 통전적인 하나님 나라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이해가 그것이다. 이 책은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열렸던 양 진영의 중요한 선교대회들의 배경과 특징, 그리고 신학적 강조점들과 한계들을 주로 공식 보고서를 중심으로 역사적 순서에 따라 다루고 있으며, 에큐메니칼 운동이나 사회적 책임, 혼합주의 등 현대선교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몇몇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는 따로 지면을 할애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는 최초의 세계선교대회로 인정받고 있는 1910년 에딘버러 대회를 기점으로 1921년 설립된 국제선교협의회 (IMC)의 여러 대회들과 1961년 뉴델리에서 세계교회협의회 (WCC)와 통합한 후 계속되고 있는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CWME)의 대회들, 그리고 1846년 시작된 복음주의 연맹에서 비롯된 복음주의자들의 선교대회들과 1974년 로잔에서 시작된 세계복음화 로잔위원회의 모든 선교대회까지를 포괄한다. 선교역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서적들이 복음주의권이든 에큐메니칼이든 한쪽 진영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거나 설령 상대편을 다루더라도 비판적 시각에서만 언급하는 데 반해, 이 책은 양 진영 모두에 대해 비판적 시각에서 균형 있게 서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상호간에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양 진영의 선교이해는 적지 않은 신학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역사적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상호간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복음주의권의 주요 선교적 이슈들을 살펴보면 WCC 선교회의들에서 다루어졌던 주제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신학적 강조점을 달리한 채 계속 등장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찾아불 수 있다. 예를 들면 복음주의권의 가장 중요한 선교대회였던 1974 년의 로잔대회에 이후 복음주의 선교이론의 핵심에 위치하게 된 복음전도와 사회 정치적 참여를 포괄하는 총체적 선교 개념은 복음주의자들이 그렇게도 비판했던 WCC 의 ‘통전적 선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며, 모든 선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이고 선교의 목표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라는 WCC 선교신학의 핵심적 주장 역시 신학적 변형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제는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WCC 역시 급진적 경향이 가장 심했고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1968년의 웁살라 총회와 1973년 방콕 협의회 이후 복음전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좀 더 온건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WCC 총회로 한국교회가 시끄럽다. 그러나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기초적인 사실관계초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19세기에나 통용될 법한 공격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선교개념으로 무장하고 WCC 지지자들이나 참여교단들을 전부 사탄의 자식인 양 매도하면서 심판과 정죄의 칼날을 휘둘러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과오와 그 과오를 수정하는데 영향을 끼친 상대편의 공헌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은 원래부터 100% 진리의 자리에 서 있었고 상대방만 잘못된 길로 나아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심각한 교만이자 이웃에 대한 거짓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WCC 든 복음주의권이든 인간이 만든 어떠한 선교이론, 선교신학도 결코 완전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비판과 정죄 대신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 진영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WCC 대회에 대해 "그리스도에 대해 듣지 못한 채 죽어가는 영혼에 대한 어떠한 애통도 찾아볼 수 없다"고 탄식했던 존 스토트도 그들을 사탄으로 정죄하는 대신 바로 그 WCC 총회를 통해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의 음성을 비로소 듣게 되었다고 고백하지 않았는가?

 

 

목 차

 

제1부 선교회의 선교에서 교회의 선교로 1.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 2. 1921년 국제선교협의회(IMC)의 창설 / 3. 1928년 예루살렘 국제선교협의회 / 4. 1938년 탐바람 국제선교협의회

제2부 교회의 선교에서 하나님의 선교로 5. 1947년 휘트비 국제선교협의회 / 6. 1952년 빌링엔 국제선교협의회 / 7. 1958년 가나 국제선교협의회 / 8. 1961년 뉴델리 세계교회협의회와 국제선교협의회의 통합

제3부 에큐메니칼 선교와 복음주의 선교 9. 1963년 멕시코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CWME) / 10. 복음주의의 도전과 선교대회 / 11. 1968년 웁살라 세계교회협의회 / 12. 1970년 프랑크푸르트선언 / 13. 1973년 방콕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 14. 1974년 로잔 세계복음화 국제대회(로잔Ⅰ)

제4부 세계를 위한 선교와 협력의 길 15. 1980년 멜버른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 16. 1980년 파타야 세계복음화대회와 그랜드 래피드즈 협의회 / 17. 1989년 산 안토니오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 18. 1989년 마닐라 세계복음화로잔위원회(로잔Ⅱ) / 19. 1996년 살바도르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 20. 2004년 파타야 로잔포럼과 복음주의 선교 / 21. 2005년 아테네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 22. 21세기 선교의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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