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기독교/선교

하나님의 선교와 20세기 선교학자 (정승현 지음, 주안대학원대학교 출판부 펴냄)

by 서음인 2016. 6. 2.
1.『하나님의 선교와 20세기 선교학자』는 현대 선교학의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인 하나님의 선교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20세기 세계선교와 선교학에 큰 공헌을 했던 선교학자 여덟 명 - 도날드 맥가브란, 랄프 윈터, 데이비드 보쉬, 레슬리 뉴비긴, 올란도 코스타스, 핸드릭 크래머, 비셔트 후프트, 요하네스 호켄다이크 - 의 생애와 사역, 그리고 핵심적인 선교이론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이들은 (1) 20세기의 중요한 선교대회에 깊이 관여했거나 (2) 20세기에 새로운 선교운동을 주창했거나 (3) 삶의 현장이 치열한 선교지였던 학자들이었으며, 복음주의에서 에큐메니칼까지 다양한 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일평생 헌신한 신실한 증인들이었다.

2. 이 흥미로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선교학자들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 보기로 한다.

서론   1952년 빌링겐에서 열린 국제선교협의회(IMC)에서 WCC 선교부 총무였던 호켄다이크는 선교의 주체가 이 땅의 교회가 아닌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며, 이전의 교회 중심적인 선교방식이 하나님 중심의 선교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나님의 선교 Missio Dei). 교회는 선교의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의 도구이며,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세상을 향해 선포(karygma), 교제(koinonia), 봉사(diakonaia) 를 통해서 마지막까지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호켄다이크의 주장은 빌링겐 대회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되었으나 (1)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빌링겐 대회의 공식적 보고서를 지지하여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의 도구로 이 땅에서 시작하고 행하시는 (전통적)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온건한 입장과 (2) 하나님의 선교가 행해지는 무대는 교회 밖 세상이며 교회의 임무는 인류의 역사 안에 하나님의 샬롬이 성취되도록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급진적 입장의 전혀 다른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되고 발전되었으며, 첨예한 갈등과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로잔과 WCC로 대표되는 양 진영의 선교이해 특히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한때 에큐메니칼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오늘날 모든 선교이해와 활동을 이끌어가는 중심적 선교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날드 맥가브란
교회성장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도날드 맥가브란(Donald McGabran 1896-1990)은 선교에서 가장 우선적인 과업이 영혼구원이기에 교회성장은 반드시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며, 복음전파란 제자화와 완전화라는 두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 점진적이며 일생에 거친 과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개인들을 그들의 족속에서 빼내어 선교기지(Mission Station)로 옮김으로서 너무 큰 희생을 치르게 하는 기존의 선교방식을 비판하고, 부족 계급 문화 등의 결속력을 유지하면서 그 관계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영혼을 지속적으로 개종시키는 족속운동(People Movement)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모든 지역에서 적용될 수 있거나 성공적이기는 않았고, 상대적으로 각 개인의 진정한 회심을 간과하며, 선교적 효울성을 이유로 카스트 제도와 같이 부정의한 사회 구조를 암묵적으로 용인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랄프 윈터 랄프 윈터 (Ralph Winter 1924-2009)는 선교의 초점을 지역(비복음 지역 unoccupied territories)에서 문화(미전도 종족 unreached people)로 바꾸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각 문화에 적합한 새로운 예배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전도 종족을 향한 전방개척 선교를 주창했고, 이 정신에 따라 2000년이 될 때까지 모든 민족에서 생명력 있고 토착적이며 복음적인 교회운동을 일으키는 것을 비전으로 하는 AD 2000 and Beyond Movement 운동에 헌신했다. 또한 교단과 지역교회 같은 모달리티(Modality)와 선교단체 혹은 선교회에 해당하는 소달리티(Sodality)의 두 가지 교회 형태 모두가 성경적이고 역사적이며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도구이기에 성공적 선교 사역을 위해서는 상호간에 이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선교사는 특정한 교단 혹은 교회의 전통을 강요하지 않고 겸손하게 다가가 성경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급진적 현장화(Radical Contextualization) 와 서구 사회의 기독교 전통에 잠재해 있는 여러 결함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탈현장화(Decontextualization)를 주장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보쉬
현대 선교학의 고전인 Transforming Mission 의 저자이자 그의 조국 남아공에서 자행된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평생 억압받는 흑인을 위해 헌신했던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 1929-1992)에게 선교란 ‘지역 이념 문화 종교 혹은 사회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사역’을 의미했다. 보쉬는 선교가 필수적으로 말씀과 행동, 선포와 실재, 설명과 실례로 구성되며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에 전적으로 헌신함과 동시에 의와 정의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서 복음전파와 사회참여의 이분법을 거부하고 선교의 통전성을 주장했다. 또한 보쉬는 전도란 사람들을 평생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도록 초청하는 것이자 세상과 구별되며 세상의 가치에 도전하는 대안공동체(Alternative Community)인 교회를 이루어 복음을 전파하고 정의를 구현함으로서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현현(epiphany)을 드러내는 포괄적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이러한 선교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부와 권력으로 본보기를 제시하는 “본보기 선교사(examplar-missionaries)"가 아닌 십자가를 지고 희생하는 "희생하는 선교사(victim-missionaries)" 이다.

레슬리 뉴비긴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선교 신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은 그리스도인들이 부름받은 이유는 교회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이며, 교회는 부름받은 동시에 보냄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뉴비긴은 선교란 교회의 한 기능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 그 자체이며(선교적 교회론 Missioal Church), 만약 교회가 선교적 정체성을 상실한다면 더 이상 교회라고 불릴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뉴비긴은 선교란 세상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보편적 사역을 완성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활동으로 언제나 교회보다 앞서 가시며 세상과 교회 모두를 변화시키는 성령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기에, 선교의 주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며 교회는 선교의 도구요 하나님 나라의 선취이며 선교를 주관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비기독교이고 탈기독교화된 현대 세계 속에서 교회의 임무는 복음을 선포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교회의 삶과 예배를 통해 공동체적으로 그 이야기를 몸소 살아냄으로서 그리스도의 제자요 증인이 되어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것이다.

올란도 코스타스
개인적이고 영적인 회심과 푸에르토리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한 문화적 회심, 그리고 가난하고 학대받는 자들을 위한 선교에의 회심이라는 세 번의 복합적 회심경험을 바탕으로 성경이 증거하는 그리스도를 변방/비주류의 시각에서 이해했던 올란도 코스타스(Orlando Costas 1942-1987) 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의 변방인 갈릴리에서 천하고 멸시받는 사람들과 함께 그의 사역을 시작했고 성문 밖에서 버림받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심으로 그의 구원 사역을 완성하셨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이렇게 성문 밖에서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완성된 구원은 이 세상에서 개인적이고 영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문제까지 포괄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로 구체화되어야 하며, 이러한 하나님의 선교의 결과로 태어난 교회는 그리스도의 치욕을 짊어지고 하나님의 선교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인 성문 밖 세상 한가운데로 나아가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그리스도가 이루신 역사적이고 종말론적이며 총체적인 구원을 선포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코스타스의 선교학은 ① 성경이 증거하는 갈릴리의 그리스도 ② 그리스도가 성문 밖에서 완성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선교 ③ 영문 밖에서 그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로 요약될 수 있다.

핸드릭 크래머
평신도로서 선교사와 선교학자로 그리고 에큐메니칼 연구소의 책임자로 평생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헌신했던 핸드릭 크래머(Hendrik Kraemer 1888-1965)는 보편적인 종교의식에서 출발하고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인간의 노력을 요구하는 다른 종교 전통과 달리, 성경적 기독교의 핵심은 피조물과는 전적으로 다르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온전하게 드러난 하나님의 실제적인 계시이며(성경의 실재론 Biblical Realism),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 계시를 받아들이는 신앙과 삶을 통해 그가 받은 계시를 증거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계시-신앙-증거). 그러나 크래머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계시를 값없이 받았기 때문에 타종교에 대해 우월하거나 적대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되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의 삶 혹은 종교 속으로 들어가 계시의 핵심을 훼손시키지 않은 채 그들의 언어로 표현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크래머는 교회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화해를 전하는 사절로 설립되었기에 교회는 그 자체가 선교이며, 교회가 선교적이고 세상-중심(World Centered) 적인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상 가운데서 선포와 봉사와 교제를 통해 복음을 전파하는 평신도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비셔트 후프트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에큐메니칼 학자 중 한 사람인 비셔트 후프트(Visser't Hooft 1900-1985)는 혼합주의와 다원주의, 그리고 신이교주의로 편만한 나머지 이제 선교지로 전락한 서구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도 하에 그리고 하나님과의 만남 가운데 끊임없이 회개하고 그분의 말씀을 경청함으로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하며, 이러한 교회의 갱신은 이 땅 가운데서 교회의 일치라는 형태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후프트는 교회의 일치란 정치적 활동이나 기구적 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교회를 모으시고 세우시는 주님의 온전한 사역의 결과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교회가 날마다 그분의 부르심인 선교에 충실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교회의 갱신과 일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관 하에 그분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그 부르심에 합당한 선교의 의무를 감당할 때 이 땅에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과정 가운데 하나님의 교회는 그분의 선교 안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갱신되고 일치를 이루어간다. “교회는 세상을 품으시는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도구이기에 선교적 교회이다.”

요하네스 호켄다이크
20세기의 가장 논쟁적인 선교학자 중 한 사람인 요하네스 호켄다이크(Johannes Hoekendijk 1912-1975) 는 선교란 선교지에 서구교회나 문명을 이식하는 교회화나 기독교세계화(포교 propaganda)가 아니고, 교회를 넘어 세상 한가운데 이미 그리스도에 의해 시작되었고 역사의 종말에 그분이 완성하실 샬롬을 실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교회는 더 이상 선교의 주체나 목적이 아닌 이 세상에 샬롬을 세우기 위해 하나님이 쓰시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며,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가 아닌 다른 방식이나 도구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관점인 하나님-교회-세상의 패러다임은 이제 하나님-세상-교회로 바뀌어야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교회에 연연할 필요가 없이 선포와 교제, 그리고 봉사를 통해 종말론적인 샬롬에 동참함으로서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교회의 관계를 경시하고,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은 모두 이 세상의 역사만을 위한 것으로 축소시켰으며, 세속화와 인간화를 선교의 유일한 목적으로 제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 젊은 시절 암울한 시대 상황 가운데 사회참여에 대한 고민의 일환으로 접했던 핸드릭 크래머나 요하네스 호켄다이크, 올란도 코스타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선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자주 접하게 된 도날드 맥가브란이나 랄프 윈터, 데이비드 보쉬, 레슬리 뉴비긴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선교학자들은 사실 2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 삶과 신앙이 직면했던 중요한 질문에 대해 좋은 통찰과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어 준 개인적인 스승들이기도 하다. 이 스승들의 가르침을 따라 나는 21세기가 15년이나 지난 오늘날까지도 복음을 들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여러 미전도 종족들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이 주도하시고 세상과 구별되고 그 가치에 도전하는 선교적 교회에 의해 겸손하게 수행되며 선포와 교제 그리고 봉사를 통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선교를 통해, 갈릴리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문 밖에서 이루신 통전적 구원의 기쁜 소식인 복음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교회가 자신의 선교적 본질을 깊이 깨닫고 로잔 언약의 정신인 “모든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는”일에 동참하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목차

서론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20세기의 회고 
1장 도날드 맥가브란 - 족속운동을 통한 교회성장 
2장 랄프 윈터 - 미전도 종족을 향한 전방개척선교 
3장 데이비드 보쉬 - 아파르트헤이트를 극복하는 대안공동체 
4장 레슬리 뉴비긴 - 선교적 교회론의 개척자 
5장 올란도 코스타스 - 성문 밖에서완성된 그리스도의 구원 
6장 헨드릭 크래머 - 성경의 실재론에 근거한 세계종교와의 대화 
7장 비셔트 후프트 - 교회의 갱신과 일치를 위한 헌신 
8장 요하네스 호켄다이크 - 종말론적 샬롬에서 세속적 인간화로의 변화 
결론 20세기 선교학의 유산 
참고문헌

하나님의 선교와 20세기 선교학자

20세기의 선교학자들!




댓글